그 시절 뉴스에서 종종 들리던 이야기들..
중동에 돈 벌러 나간 남편과,
그 사이 제비에게 홀려버린 여자.
그게 우리 집이 되었다.
하루 이틀로 시작된 엄마의 부재는
어느 순간 일주일은 예사가 되었고,
고작 열댓 살 위아래 세 자매에게
그 며칠은 마치 몇 달 같이 길었다.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던 시절이니
깨끗한 옷을 바라는 건 사치였고
결국 속옷까지 더러워져
입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가을 운동회 준비로 단체무용을 연습하던 날이었다.
제일 친한 짝꿍이랑 손잡고
그때는 ‘변소’라고 부르던 화장실에 가서
바지를 급히 내리다가
속옷을 입지 않은 걸 들키고 말았다.
얄궂은 친구의 입방정은 빠르다.
“OO이, 빤스 안 입고 다닌대!”
그 말은 바람보다 빨리 퍼져나갔고
나는 괜스레 주눅이 들어
더 소심한 아이가 되어버렸다.
일주일 만에 엄마가 집에 돌아왔다.
마치 보상이라도 하듯
짜장면을 사주고
쌓아둔 빨래를 신나게 빨아댔다.
내일이면 나도 깨끗한 팬티를 입을 수 있겠지?
아니다, 그냥 깨끗한 팬티가 아니라
백설공주가 프린트된 분홍색 팬티를 입자.
내일은 그걸 입고
예쁘고 나풀나풀한 치마까지 입자.
학교 앞 트램펄린 퐁퐁 아저씨한테 백 원 내고
10분 동안 하늘 위로 실컷 튀어 오르리라.
빤스야, 보여라.
괜히 보기만 해도 얼굴 화끈거리던
반장 철수도 구경하러 왔으면 좋겠다.
방방 하늘 높이 뛰리라.
방방 높이 높이 뛰리라.
바람아, 불어다오.
내 치마 훨훨 날려
내 빤스 다 보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