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적학 개론(3)

이 퇴적층 말이야. 이거 꼭 우리 같다.

by 이현


경찰이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우엽을 제압하여 눕힌 후 수갑을 채웠다.

“악! 누구야? 저한테 왜… 왜 그러세요?”

돌바닥에 누워 잠자코 우엽의 말을 듣던 지원은 갑작스러운 우엽의 비명에 놀라 벌떡 일어나 뛰어왔다.

“아저씨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갑자기 얘를 왜 체포해요? 이우엽, 너 뭐 잘못했어?”

헐레벌떡 뛰어온 지원을 본 경찰관들은 자신들이 더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어떤 남자가 여자를 땅에 묻는다고 신고 접수가 들어와서….”

“네?!”

우엽과 지원은 동시에 소리를 질렀고, 우엽은 다급히 해명하기 시작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전 지질학과인데, 연구 과제가 있어서, 여기 땅을 파야 해서… 여기 과제하러 온 거예요.”

우엽은 평소답지 않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여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반면 지원은 우엽이 위험에 처하자, 평상시와 다르게 완전 전투태세로 돌변하여 경찰관들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이런 대낮에 사람을 묻다니요. 그런 거 아니에요! 아저씨들 당장 얘 풀어주세요! 얘 다치면 아저씨들이 책임지실 거예요?”

상황을 파악한 경찰관들도 신고자가 오해했음을 인지하고 재빨리 우엽을 풀어주며 민망한지 헛웃음을 지었다.


“저희가 신고만 듣고 오해했네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아… 괜찮습니다.”


수갑은 풀렸지만, 우엽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덜덜 떨었다. 지원은 우엽에게 다가가 떨고 있는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곤 단단한 눈빛으로 우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우엽, 진정해. 이제 괜찮아.”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은 경찰관이 말했다.


“정말 죄송한데, 이게 112로 신고가 들어온 거라 같이 서에 가서 조서를 써주셔야 합니다.”


지원과 우엽은 어쩔 수 없이 경찰서로 향했다. 알고 보니 강에서 낚시하던 낚시꾼들이 우엽을 수상하게 여겨 신고했다고 한다. 낚시꾼들은 멀리서 지원의 비명을 듣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갔는데 여자는 누워있고, 남자가 땅을 파고 있어서 살인사건 현장이라고 오해한 모양이었다. 소식을 들은 유미가 다급히 경찰서로 왔다. 지원과 우엽은 조서를 쓰고, 초라한 행색으로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유미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물었다.


“둘 다 괜찮니?”

멍하니 앉아있던 둘은 유미의 질문에 퍼뜩 정신을 차리곤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음이 터져버렸다. 쉴 새 없이 웃으며 우엽과 지원은 서로의 손을 맞잡은 그 순간부터 자신들은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지원과 우엽은 어제 못다 한 조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홍천강으로 돌아왔다. 어제보다 한층 더 빠른 속도로 땅을 판 우엽이 지원을 향해 외쳤다.


“한지원! 물 차오르기 전에 빨리 사진 찍어!”


퇴적층은 강물이 오랜 시간 동안 퇴적물들을 운반하고 차곡차곡 쌓아 만든 흔적이다. 서로 다른 크기의 퇴적물, 서로 다른 색의 퇴적물들은 흘러간 시간만큼이나 많은 줄무늬를 만들어 냈다. 자연이 만든 경이로운 무늬에 감탄하며 우엽과 지원은 퇴적층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었다. 지원이 삽질하느라 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는 우엽에게 짓궂게 말했다.


“야! 너 저쪽 가서 구덩이 하나 더 파라. 네가 좋아하는 시조새 찾게.”


그 말에 우엽은 인상을 썼고, 지원은 깔깔거리며 어제부터 궁금했던 내용을 이어서 물었다.


“근데 너 어제 경찰 오기 전에 나한테 무슨 말하려고 했어?”


잠시 뜸을 들이던 우엽이 지원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지원은 자신을 바라보는 덤덤하지만, 진지한 우엽의 눈빛에 당황했다. 그렇지만 굳이 우엽의 눈을 피하고 싶진 않았다. 지원 역시 우엽을 똑바로 바라보자, 우엽이 천천히 말했다.


“이 퇴적층 말이야. 이거 꼭 우리 같다. 엄청 오랜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 거잖아.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너랑 이렇게 시간을 쌓아 갈 거야.”

우엽과 지원이 서로의 눈동자를 그렇게 가까이, 그토록 오랫동안 바라본 것은 처음이었다.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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