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438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죽음이란 무엇인가
*211101 감상문 백업
이반 일리치의 죽음 - 톨스토이 (문예출판사)
죽음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포활동과 호흡이 멈추는 그 순간을 논할 것이다. 숨이 끊기고 심장이 멈추는 것, 아니면 온 몸의 세포가 활동을 멈추는 것 등등 그 구분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겠지만 어찌됐든 생명이 끊어지고 사람이 더 이상 사람으로써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없게 되는 그 상황을 죽음이라고 부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죽음을 조금 색다르게 본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작품의 주인공인 이반 일리치의 장례식부터 시작된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하나같이 다르지 않다. 일리치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는 자는 없고 판사였던 그의 빈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가에 대한 생각과 약간의 지루함. 그리고 이후에 할 카드게임. 그것이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생각이다.
가족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의 부인은 재산 문제에만 관심이 있는듯하고 딸도 사위될 사람또한 진심으로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는 않는다. 그나마 좀 다른 사람이 있다면 일리치의 아들일까. 그만은 진심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생각하는듯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장례식과는 사뭇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글쎄다. 우리네의 장례식장 풍경도 이와 사뭇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죽음이란 살아있는 사람과는 동떨어져있는 것이니까.
죽음. 그것은 사람의 생명이 끊긴 후를 말하는게 맞을까? 철저히 타인의 시선에서 본다면야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당사자에게는 그것이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작중에서 이반 일리치는 평범하게 완벽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삶을 살아왔다. 법률학교를 나오고, 판사가 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약간의 유흥으로 카드 게임을 즐기고, 나름 좋은 짐에서 적지 않은 월급을 받아가며 살아왔다.
그러던 그의 완벽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인생은 어느 날 갑자기, 서서히 죽음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한다.
옆구리가 아팠던 그 날 이후로 그의 머릿속은 오직 죽음, 죽음, 죽음으로 가득 찬다. 죽음과 그에 대한 공포.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그러한 일리치의 공포를 알아주지 않는다. 죽음을 인지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 뿐.
그런 일리치는 죽기 직전에 깨닫는다. 죽기 바로 직전, 그는 이제껏 느껴왔던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죽음 또한 존재하지 않는듯 했다. 숨을 거두기 바로 직전, 이반 일리치는 이러한 생각을 한다.
끝난 건 죽음이야. 죽음은 존재하지 않아.
이반 일리치, 즉 죽음에 다가가고 있는 당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죽음이란 그걸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과정일 뿐인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어지고 숨을 거두는 순간 죽음이란 없어진다. 존재하지 않는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톨스토이라는 작가에 대하여 잘 모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예전에 읽어보긴 했지만 큰 재미는 얻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읽고 나니 그가 삶과 죽음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작품해설을 보니 실제로도 그가 삶과 죽음, 사랑과 고통, 선과 악이라는 문제에 대해 평생 고민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작품 해설에서 설명하는 이 작품의 의의와 내가 받아들인 의미는 많이 다르던데... 그러면 또 어떤가.
톨스토이가 전하려는 의도와는 다르다고 해도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죽음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이 작품을 읽은 의의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렇게 평론이 아닌 책을 읽고 난 온전한 내 감상만을 블로그에 기록할까한다. 소설이라곤 호흡이 짧은 웹소설만 읽다보니 작문 능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 글을 읽는 일도 어려워져서.... 그 첫 시작이 단편인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다. 오랜만에 읽은 문학이었으나 몰입도가 뛰어았기에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