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_신분증 보여주세요!
편순이 6주 차.
2005년 이후에 태어난 아기(?)들에게는 담배 판매 금지다. 혹시라도 어린 손님들에게 담배를 팔면 안 되니까 좀 어려 보이는 담배 손님이 오면 긴장된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나이가 있다 보니 웬만한 손님들은 나한테 전부 다 아기로 보인다는 것. 이게 문제다. 어제도 제법(내 눈에) 어려 보이는 손님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저,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살짝 당황한 듯한 그녀가 신분증을 찾기 시작했다. 가방이며 옷이며 찾아보는데 제법 시간이 걸린다. '이거 봐, 이거. 미성년자라서 신분증 없는 거 아니야?' 싶은 생각에 내 눈이 점점 게슴츠레해졌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드디어 신분증을 찾았다. 그녀는 참 친절했다. 내가 잘 볼 수 있게 신분증을 가로로 잘 들어 보여주었다.
95?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그랬다. 그녀는 1995년생이었다. 아무리 내가 눈썰미가 없어도 그렇지 95년생한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다니. 저번에도 한번 94년 남자손님한테 신분증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는 예상 못한 나의 요구에 정말 먼지 털듯 옷을 다 뒤져 신분증을 찾아 보여주었다. 그 후로 사람 보는 눈을 좀 분발하자 했건만 95년생이라니. 그런데 다시 봐도 그녀는 참 어려 보인단 말이지. 물론 내 나이에 비하면 훨씬 어린 나이니 사실 어린 게 맞다. 그나저나 담배 피우면 안 좋은 게 태반인데 내가 미성년자로 오해했다고, 어려 보인다고 맘 놓고 담배 열심히 피우면 안 되는데. 손님은 손님일 뿐이건만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아줌마 편순이로서 오지랖 한번 부려본다.
그래도 다행인 건 신분증 보여달라는 요구에 짜증 내는 손님은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다. 결제할 때 버벅거리면, 특히 카드 두 번 꽂게 만들면 바로 분위기 안 좋아지는데. 신분증은 그에 비하면 시간이 2, 3배로 걸리지만 언제나 화기애애하다. 어려 보인다는데 싫다는 사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