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7년 간 서빙, 등하원도우미, 스크린골프, 에어비앤비 객실관리, 돈까스 프랜차이즈 주방보조, 편의점 등 총 여섯 종류의 알바를 아홉 곳에서 해왔습니다. 처음에 애들 학교 보내고 말 그대로 '심심'해서 시작한 알바가 이제는 알바를 아무것도 안 하면 심심하기까지 합니다. 그동안 알바를 통해 새로운 사람, 새로운 기회를 만나기도 했고요. 짧지 않은 지난 7년을 돌아보며 나름대로 생각해 본 '전업주부 알바합격 7가지 노하우'를 적어보려 합니다. 7년 전의 저처럼, 혹시 알바를 구할 생각이 있는 전업주부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제가 대부분 서비스직에서 일했기 때문에 다른 업종과는 조금 맞지 않을 수 있어요)
1. 일의 공백기 두지 않기
알바할 뜻이 있다면 밖에서 일단 어떤 일이라도 시작하세요. 알바도 좋고 봉사활동도 좋습니다. 전업주부라고 집에만 있다가 알바 구하려면 나이 들수록 조금 어려울 수 있어요. 사장님들은 밖에서 어떤 일이라도 해본 사람을 선호합니다. 최근까지 일했다면 좀 더 좋겠죠. 만약 동일업종에 경력이 있다면 알바 지원 시 스스로 자신감도 더 붙고 사장님 입장에서도 고민할 부분이 반은 줄어들어요. 아무런 경력이 없는 전업주부라면? 그때는 '초보가능'을 내세운 가게를 적극 공략해야죠.
2. 성실함 어필하기
알바 구인앱을 보면 대부분 문자지원을 하라고 하죠. 저는 문자 중간에 꼭 “성실함”을 강조합니다. 무단결근, 지각은 알바하면서 단 한차례도 없었다고 어필해요. 요즘은 알바생이 면접약속 잡고도 오지 않거나, 며칠 다니고 맘대로 그만두는 경우도 종종 있죠. 그래서 전 문자를 보고 사장님이 믿던 믿지 않던 일단 저 나름대로 성실함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알바 초창기에 당시 유치원 다니던 둘째가 아침에 갑자기 열이 나서 연락하고 딱 한번 결근한 적은 있지만 그 외는 지금까지 지각, 결근이 없어요.
사실 자녀가 아직 어리고 돌발상황에서 나 말고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면 전업주부가 알바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면 또 가능한 때가 올 거예요. 만약 아이가 어리다면 이때는 주말알바를 하거나(다른 가족이 아이를 봐주는 경우), 주중이라면 아이 등원 후 자격증을 준비하거나(온/오프라인) 시간이 짧은 알바를 하면 좋아요.
3. 밝은 성격
면접 시 단정한 옷차림과 외모는 기본입니다. 하지만 그게 또 전부는 아니에요. 제가 일하면서 가게에 면접 보러 오신 분들을 종종 보는데요, 합격하는 분들은 대부분 "밝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서비스직이니까 당연한 이야기일까요? 면접 자리가 불편하고 어색해도 본인의 밝은 성격을 충분히 어필해 보세요.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은 사장님 눈에도 훤히 보이고 좋은 결과를 위한 큰 도움이 될 거예요.
4. 면접 시 사연팔이 금지
면접 보러 와서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말이 튀어나올 수 있는데 조심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사람 상대하는 능력이 뛰어나죠. 사장님이 편하게 대화를 리드하고 분위기가 좋으니까 면접자도 왠지 마음이 편해질 거예요.
마음이 편해진 나머지 집안에 발생한 힘든 일이나 경제적 문제 등을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의해야 합니다. 사장님들은 이미 가게를 운영하는 일만으로도 각종 고민거리가 많거든요. 그런데 아르바이트생까지 고민거리가 많으면 어떤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니까 사람은 마음에 들어도 채용을 꺼릴 수 있어요. 그러니 면접 시에는 가능하면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면 좋아요. 실제로는 그리 큰일이 아니어도 받아들이는 사장님 입장에서는 크게 느낄 수 있으니까요.
5. 인기 없는 매장부터 시작하기
아무런 알바 경력이 없으면 아무래도 합격 확률이 낮을 수 있어요. 이럴 땐 남들이 알바하기 싫어하는(?) 매장에서 경력을 시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하루 근무시간이 2~3시간으로 짧거나, 주 1~2회 근무 거나, 주말 아침 일찍 시작하는 그런 곳들을 노려보세요. 그곳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풀타임 근무가 아니더라도 일단 경력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천지차이니까요. 요즘은 알바를 쪼개서 많이 구하니까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6. 손님은 전부 사장님
6번부터는 면접 합격 후 실제로 일하게 됐을 때 참고해 주세요. 며칠 일하다가도 일 못하면 잘릴 수 있으니까요.
가게에 오는 손님들 대부분은 그냥 볼일 보고 떠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들은 가게에 있으면서 보고 듣고 관찰한 알바생의 모든 것을 사장님께 전달한답니다. 단골손님일수록 더 그래요. 아, 그리고 사장님 부재중일 때! 이때 일을 더 잘해야 해요. 손님들이 사장님 몫까지 지켜보니까요(물론 티 안 나게). 그리고 가게에 새로 온 알바라면 손님들이 한동안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봅니다.
결론, 사장님이 계시던 안 계시던, 내 할 일 부지런히 열심히 하면 됩니다!
7. 한가할 때는 뭐라도 하자
사장님이 가게에 함께 있던 CCTV로 보고 계시던 바쁜 시간에는 알바생 힘든 것 사장님도 다 압니다.(설마 모른다면 그런 곳은 비추) 바쁜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쉬는 것도 다 이해하고요. 하지만 쉬었다면 이제 뭐라도 해야 합니다. 사장님이 별 말 없다고 계속 쉬면 안 된다는 말이에요.
가장 손쉽게는 손걸레를 들고 매장 구석구석을 가볍게 닦거나, 바닥난 비품을 채우거나 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혼자서는 못할 무리한 일을 하라는 건 아니고요. 제가 보면 '에이스 알바'들은 일반 알바생 눈에는 안 보이는(혹은 외면하고 싶은) 부분을 잘 정리하고 닦고 하더군요. 괜히 에이스가 아닙니다. 뭘 할지 모를 때는 사장님이나 에이스(혹은 다른 알바)가 하는 일을 눈여겨보았다가 먼저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내가 또 다른 에이스가 될 수도 있어요. 또 다른 에이스가 된다면? 그 후에 어떤 가능성, 기회가 올지 몰라요. '일개 알바가 무슨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에요. 저도 그런 사실을 사십 넘고 알긴 했지만요.
어쨌든, '내가 이 가게 사장이다' 생각하고 가게를 둘러보면 할 일이 계속 나타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