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편순이의 기록
편의점 첫 근무날이 공교롭게도 불꽃놀이 날이었다. 면접 때 사장님이 1시간에 손님 다섯 명 정도 온다고 했건만 웬걸, 손님이 물밀듯 밀려들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정말 많이도 왔다.
그 수많은 손님들 중에 아직까지 기억에 남은 커플 손님이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둘 다 웃고 있는 동글동글 귀여운 인상이었다. 이제 막 시작한 연인일까, 아님 시작하려고 하는 사이일까. 딱 그때만 나올 수 있는, 도저히 감출 수 없는 귀엽고 설레고 조심스러운 각종 미소들.
그런데 남자가 한 팔에 깁스를 하고 있다. 둘은 맥주 4캔(500미리)을 골랐고 계산을 마친 후 맥주를 챙기기 시작했다. 한 팔이 불편한 남자가 민첩하게 맥주 한 개를 겉옷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 두 캔 정도를 더 어찌어찌 본인이 챙겼다. 아마 깁스한 팔과 몸 사이로 맥주를 감싸듯 챙겼으리라.
그는 너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지만 이미 우리 어린 여자친구 눈에는 걱정이 한가득이다. 여자 본인이 더 들겠다고,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남자는 부드럽고 단호했다. 괜찮다고, 어서 가서 불꽃놀이 구경하자고. 여자친구한테 씩 웃어 보인다.
그렇게 그들은 떠났다. 이런 달달함과 청량함은 젊음의 특권일까. 그들 덕분에 나까지 잠시 호강했다. '그래, 좋을 때다. 좋을 때야'하는 뻔해도 너무 뻔한 말이 제일 먼저 떠올라 미안하지만, 정말 좋을 때다.
해가 지면 농도가 짙어지는 걸까. 편의점 영업을 마치고 한 두대 남은 오늘의 지하철을 타기 위해 개찰구 쪽으로 몸을 휙 돌리면 가끔 한쪽 구석의 커플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절절하고 바쁘다. 아마 이제 한 명이 막차를 타고 떠나겠지. 그러니 1분 1초가 얼마나 소중하겠어. 나는 나대로 샤샤샥 조용하게 그들을 지나 개찰구를 통과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한 명인지 두 명인지 모를 그들의 실루엣이 느껴지면 내 속에서 또 자연스레 한마디 올라온다. '더 좋을 때다. 더 좋을 때야!'
아끼다 똥 되는 건 알겠는데,
아끼지도 않는데 똥 될 수도 있어요.
여러분, 모든 건 때가 있습니다.
행복하세요.
오지랖 편순이 아주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