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카페 1주년 기념 셀프 Q&A

더 궁금한 점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by 이유나




당산동 무인카페 휴식의숲입니다.

6월 21일, 오픈 1주년.

기념으로 간단하게 셀프 Q&A 해볼게요.

감사합니다.

:)





Q. 무인카페 차리는 데 얼마 들었어요?



A. 기계값이 2,600정도. 인테리어하고 에어컨, 가구, 간판 하면서 약 2천. 그리고 나머지 약간. 5천 정도 들었습니다.





Q. 무인카페 할 만한가요?



A. 수익적인 부분만 말하면 그저 그래요. 1년 평균내면 적자는 아니지만 겨울에는 정말 순수익 20만 원 난 달도 있어요. 그냥 소일거리 정도로, 소소한 현금흐름 창출하는 정도로만 접근해야 돼요. 물론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무인카페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일단 그건 예외로 할게요. 저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수익은 그렇다 치고 다른 부분으로 보면 '저는' 무인카페 할 만해요. 재미있습니다. 카페 와서 열심히 작업하고 공부하는 우리 손님들 보면 대견하고 기특하고 그래요. 어차피 같은 동네분들의 자제(?) 들이잖아요. 밤늦은 시간에 문 연데도 없는데 저희 카페 오셔서 안전하게 할 일 하다 가시면 손님도 좋고 저도 좋죠. 그래서 그런지 휴식의숲 있어서 너무 좋고 고맙다는 메모가 가끔씩 카페에 등장해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거, 거기서 계속할 힘을 얻는 것 같아요. 그 힘으로 막힌 변기도 뚫는 거고요.





Q. 커피머신은 신형 구입을 추천하나요?



A. 구형도 추천합니다. 사실 제가 오픈 한 후로 무인카페 창업에 대해 물어보는 분께는 OO구형 모델 구입을 추천했어요. 제가 추천한 제품을 중고로 사면 제가 신형 산 금액에서 약 1,500까지도 절약할 수 있겠네요. 굳이 돈 많이 들여서 새거 살 필요까지는 없다, 이렇게 말씀드렸죠.



하지만 구형, 신형 둘 다 장, 단점은 있어요. 신형의 장점은 디자인이 좀 더 낫다는 점, 그리고 기계 안에 들어가는 재료수가 더 다양해서 음료수가 많다는 점. 단점은 말 그대로 '신형'이니까 아직 성능이 완벽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런저런 고장이 나면 본사에서 고쳐나가면서 점점 기능이 완성되어 가는 것 같고요. 그리고 비싼 거 ^^;; 구형의 장, 단점은 신형의 반대라고 보면 돼요. 하지만 구형이 어느 정도 성능이 검증되었다고 해서 고장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죠. '고장' 감안하고서라도 적은 비용으로 가겠다 하면 구형이고, 그래도 '새 거'를 원한다 하면 신형으로 가야죠.





Q. 무인카페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



A. 이건 수없이 많은 분들이 이미 말씀해 주셨는데 '입지'와 '저렴한 월세'입니다. 근데 입지에 추가로 붙는 게 이왕이면 집에서 가까울수록 좋아요. 사실 이건 뭐 뭐든 적용되죠. 회사가 집이랑 가까우면 좋은 것과 마찬가지로요. 저는 운 좋게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가게를 얻었어요. 거리는 좋은데 월세가 아쉽죠. 무인카페 하면서 알게 된 부천에서 무인카페 하시는 사장님은 가게가 집에서 걸어서 3분, 월세는 50만 원 이시래요. 이 정도면 안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부럽습니다 :)



장사가 잘 되려면 '입지', 내가 지치지 않고 오래 잘하려면 '거리', 치열한 카페 시장 그리고 나날이 오르는 물가상승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나마 저렴한 월세'. 이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Q. 무인카페 관련 정보는 어디서 얻나요?



A. 네이버 카페 '무하우'. 카톡 오픈 채팅방 '무인카페 창업 및 운영노하우', '무인카페 정보방'. 그리고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행복재테크'에도 무인카페 관련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저는 이 중에서 카톡 오픈채팅방 "무인카페 창업 및 운영노하우'를 매일 보는데 다 좋은데 여긴 글이 하루에도 수백 개씩 올라오니까 다 못 보고 넘어갈 때가 많아요. 하지만 저랑 같은 기계(M400) 쓰는 사장님들이 제법 계셔서 아주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무인카페 창업 고려하신다면 카톡방 들어오셔서 질문 남기시면 아주 정성 어리고 적나라한(?) 답변을 받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아, 그리고 저처럼 무인카페 하고 있는 분들 SNS나 블로그에 질문 남기면 웬만하면 다 답을 주실 거예요. 저도 저한테 뭐 물어보시면 최대한 알차게(?) 말씀드린답니다. 저한테 질문 주셔서 알게 된 분 중에 한 분이 바로 내일 목동에 '라운지포'라고 무인카페 오픈하세요. 선물 들고 얼른 찾아가야죠.



저도 휴식의숲 오픈할 때 도움 많이 주셨던 무인카페 사장님이 계시는데 저 오픈할 때 직접 와서 선물도 주시고 축하해 주시고 그러셨어요. 그런 분들의 도움을 받았으니 저도 드릴 수 있는 만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무인카페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A. '노숙자 안 오냐', '더럽게 쓰는 사람 없냐'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노숙자분은 한 번도 안 오셨고 심하게 더럽게 쓰는 손님도 안 계셨습니다. 그러니까 무인카페 사장님들이 가게 청소에 굉장히 신경 쓰시는 게 가게를 깨끗하게 해 두면 손님들도 신경 써서 깨끗하게 사용해 주시거든요. 반대라면 금방 더러워질 거고요.



하지만 가게 밖은 좀 달랐습니다. 손님들이 가게 앞 계단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셨나 본데 새벽에 청소하러 가보니 바닥이 담배꽁초와 가래침으로 아주 더러웠어요. 속상한 거 반, 열받는 거 반. 동네 장사라서 사실 몇 다리 건너면 다 알 수 있는 총각(?) 들일 거 같은데 수소문 좀 해볼까 싶다가 말았어요. ㅎㅎ 대신 다이소에서 '금연구역' 안내판 하나 사서 붙였습니다.





Q. 무인카페 하게 된 계기



A. 작년 봄에 우연히 한 무인카페(프랜차이즈)에 들어갔어요. 커피 맛 좋더라고요? 그리고 인테리어 예쁘고 음악도 좋고. 그렇게 알게 돼서 창업설명회까지 다녀왔고 해보고 싶다 결심했어요. 그런데 마침 또 그때 모아둔 돈이 좀 있었어요. 다른 일에 쓰려고 모아둔 돈인데 돈이 있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위에서 말한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빈 가게가 나와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이건 나 무인카페 할 운명인가?'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게다가 주변에 저를 도와주신 분들도 하나같이 다 너무 잘해주시는 거예요.



무인카페 답사 다니며 만난 사장님들, 가게 인테리어 해주신 사장님, 부동산 사장님 그리고 주변 동네 지인들도. 중간에 무인카페 하는 거 접을 뻔한 적도 있었는데 이렇게 다들 잘해주셔서 끝까지 할 수 있었죠. 아 그런데 프랜차이즈로는 안 했어요. 커피머신 구입해서 인테리어도 따로 하고 개인으로 오픈했습니다.





Q.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A. 갑자기 기계 고장 나는 거랑 화장실이요. 절대적인 횟수로 따지면 기계고장이 빈번한 건 절대 아니에요. 하지만 언제 날 지 모른다는 점, 그리고 내가 고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드문 점, AS기사님 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 고칠 때까지 장사를 못한다는 점(고장 난 쪽 음료 제하고는 판매 가능) 등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전에 한 번은 같은 증상으로 한 달 반 만에 다시 고장이 났어요. 다른 고장도 추가돼서요. 이때는 진짜 괴롭더라고요. 열도 받고. 그래서 '그만 접고 싶다' 이 생각이 처음 들더군요.



고객센터 카톡에도 정말 첨으로 '또 고장 나서 짜증 납니다' 이렇게 남겼더니 글쎄 전화가 왔어요. 딱 들어도 너무 어린 상담직원이 엄청 죄송해하는 거예요. 근데 또 막상 통화를 하면 성질내기 힘들잖아요. 뭐 이 직원이 기계 만든 것도 아니고 본인도 얼마나 고역이겠어요. 그러니까 그냥 "아, 예예 괜찮아요 어쩔 수 없죠." 이러다 끊었어요. 근데 그러고는 희한하게 그 뒤로 고장이 안 나고 있네요.



화장실은 얘기하자면 밤새도 모자라는데 결론은 매일같이 화장실 들여다보고 관리합니다. 카페 손님만 이용하는 화장실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손님들이 신경 써서 이용해 주시기 때문에 대부분은 괜찮아요. 하지만 막혔다 이러면 제일 먼저 저한테 연락이 옵니다. 그럼 가서 뚫어요. 입은 꼭 다물고 뚫어야 한다는 점. 20대 아가씨라면 하기 힘들 것 같은데 그냥저냥 합니다.



아, 간혹 우리 착한 손님들이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카페 들어와 화장실 찾으면 너무 친절하게 화장실 알려드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심성 고운 건 좋은데 그러다 막히면 화장실 알려준 손님, 손님이 뚫어주시면 안 될까요?





Q. 무인카페 해서 좋은 점은?



A. 돈을 벌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점. 오픈 후에 '사랑의 열매' 후원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얼마 전 1주년 기념으로 한 군데 더 늘렸고요. '바보의 나눔'이라고. 약소하지만 꾸준히 하고 싶어요. 또 좋은 점은 가게를 매일 관리해야 하니 반 강제적으로(?) 부지런해지는 거, 그리고 어딘가 가서 내가 할 일이 있다는 점.



아, 우리 손님들이 포스트잇으로 적어준 이야기들 보는 것도 재밌어요. 군대 전역했다, 기말 조질 위기다, 연애 중이다, 일하기 싫다, 여기 좋다, 딸이랑 데이트했다 등등 어디 가서 제가 이런 글들을 구경하겠어요. 읽고 저도 같이 축하해 주고 응원해주고 하는 그런 순간들이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1인출판사를 하고 있는데(활동은 거의 없지만) 이번에 '휴식의숲'으로 출판사 이름을 변경했어요. 누구나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잖아요. 무인카페로 연이 닿은 분들 중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 번 책으로 내보고 싶다 하는 분이 계시다면 함께 독립출판 해보면 어떨까.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어요. 저도 공부랑 경력이 더 필요해요. 어쨌든 공간이 있고 사람이 모이고 하니 출판 쪽으로도 제가 꿈꿀 수 있는 일이 더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언제까지 하실 거예요?



A. 모르겠어요. 화장실이 한 달에 세 번씩 막히고 이러면 진짜 때려치울 수도 있는데 아직 그 정돈 아니고. 남는 게 심각하게 없으면 또 그만두겠지만 아직 그 정도는 또 아니고. 뭘 막 훔쳐가시거나 의자를 때려 부수고 이러시면 그만두겠는데 훔쳐가신 분도 안 계시고 테이블, 의자 하나 부서지지도 않았어요. (의자 좀 부서지면 덜 편한 의자로 바꿀까 했더니 ㅎ)



대부분 얌전하게 와서 자기 일 열심히 하시고 뒷정리 잘하고 돌아가시니 저는 매일같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게 저 혼자 하는 무인카페가 아니라 손님들과 이 동네가 다 같이 꾸려가고 있는 느낌이에요.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만큼 유지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 시간 밤 11시 26분.

카페 안에 여섯 분.

손님이 안 계시다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공간인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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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110.jpeg 어느 분이 그려준 휴식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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