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손님

by 이유나





무인카페를 하면서 카페 안에 방송을 한 적은 없다. 예를 들면 '1인 1 음료 주문 부탁드립니다' 라든가, '손님, 주무시면 안 되세요' 라든가 '손님, 다음에는 자리 이렇게 오래 비우시면 안 돼요' 라든가 하는 방송말이다. 앞으로도 방송은 할 생각이 별로 없다. 아, 전에 딱 한번 방송하려고 스탠바이 한 적은 있다. 새벽시간이었는데 어린 여자 손님 혼자 계신 걸 보고 신경이 좀 쓰였다. 얼마 후에 다시 들여다보니 처음 보는 남자 손님이 한 분 더 와계셨다. 혹시라도, 위험하거나 위급하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마이크 켜고 소리라도 질러야 할까 싶어 대기했었다. 다행히 그런 일어나지 않았다.




방송은 하지 않지만 손님께 전달할 말이 있을 땐 문자를 이용한다.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느냐 하면 손님이 음료 주문한 후에 포인트를 적립할 때 본인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게 되어 있다. 대부분 많은 분들이 포인트 적립을 하기 때문에 열에 일곱 여덟은 번호가 있다. 그렇다고 매장에 손님이 있을 때 바로 문자를 날려 전달하는 건 아니고 한 번, 두 번, 하루, 이틀 지켜보다가 카페에 안 계실 때 문자를 보낸다.




가끔 오시던 손님 A라는 분이 계셨는데 저녁 6시 무렵, 이제 슬슬 손님이 많아질 시간에 혼자 오셨다. 주문을 하셨기에 아무 문제없었는데 문제는 한두 시간 후에 나타났다. 8시 무렵 A의 자제로 보이는 학생이 한 명 들어오고 곧이어 아이의 과외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카페에 들어섰다. A는 그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지금까지 본인이 앉아 있던 자리를 그 두 사람에게 비켜주었다. 자리뿐 아니라 본인이 주문했던 음료까지. 카페에 나머지 빈자리는 없는 상황.




그걸 보고 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저 다 녹아버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선생님은 우리 카페 커피가 얼마나 맛이 없다고 생각할까. 뒤에 들어온 두 사람은추가 음료 주문은 하지 않았고 두 시간 조금 못되게 카페에 머물렀다. 고민하다 나중에, 그 후로도 A가 한번 더 같은 패턴(?)으로 카페를 이용하시길래 그걸 본 후에 보냈다. 내용은 간단했다. 세 분이 이용하면 세 분의 음료를 주문해 달라고. 한 10분 정도 잠시 머물다 나가면 그것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이용하신다면 그냥 넘길 일은 아니지 않을까.




문자를 보냈고 답이 왔다.

아이에게 음료를 주문하라고 말했는데 아이가 잊어버렸나 보다고.

죄송하다고.

과외하는 장소를 바꾸시겠다고.




위와 같은 경우는 다행히(?) 핸드폰 번호가 있어 연락을 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번호가 없는 경우는? 이럴 땐 직접 가야 한다. 지금까지 손님에게 전할 말이 있어 가게에 간 적은 손에 꼽는데 한 번 외국인 손님이 컵에 담긴 얼음을 반 이상 버리고 복숭아 액상을 받아 딱 봐도 맛이 이상할 것 같아 다시 뽑아드리려고 달려간 적, 그때뿐이다.




그러다 최근 두 번 연달아 가게에 다녀왔다. 중년의 손님 B. 요즘은 cctv를 거의 안 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있었는데 두 번이나 눈에 띈 걸 보면 나름대로 자주 오신 분일지도 모르겠다. cctv를 통해 보이는 B옆에는 큼지막한 텀블러가 있었다. 간혹 본인 텀블러를 가지고 와서 카페 음료를 그 안에 넣어 드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텀블러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이럴 땐 확실히 하기 위해 cctv를 돌려본다. 음료를 주문하셨는지 아닌지 보기 위해. 돌려보니 B는 주문을 하지 않았다. 나는 집을 나서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들어가 B에게 다가갔다.

낯선 내가 가까이 가자 B는 나를 바라보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경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저... 안녕하세요. 기계가 좀 사용하기 어려우시죠?"라고 내가 운을 뗐다. 그리고 나는 한 술 더 뗐다.

"제가 주문 도와드릴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B의 텀블러를 살짝 쳐다보면서.

"외부 음료는 안 되세요 호호"




B는 기다렸다는 듯 가방에서 지갑을 찾아 나와 함께 기계 앞으로 갔다. 별로 주문할 생각이 없어 보였던 B를 위해 나는 따뜻한 커피 아니면 개중 저렴한 티백을 권했다. 하지만 B는 의외로 우리 가게에서 고가에 속하는 과일 맛 아이스 음료를 골랐다. 나는 음료 제조 순서를 설명하며 컵을 꺼내고 얼음을 받고 음료를 받아 B에게 전했다. 그리고 감사하다, 좋은 시간 보내다 가시라는 인사와 함께 카페를 나섰다.

과연 B는 다시 카페에 올까?




그리고 며칠 후,

이번엔 젊은 손님, C라고 부르겠다.

우리 카페는 보통 젊은 분들이 많이 오시는데 99%는 1인 1 음료 주문해 주신다. 그게 내가 cctv를 잘 안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간혹 조금 연세가 있는 분들이 오시면 위에 B님의 경우처럼 금방 눈에 띄기 때문에 주문여부를 가리기가 수월하다.

어쨌든 젊은 C. 이분도 처음은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오기 시작하는데 주문을 안 해준다. 주문만 안 하고 잠시 핸드폰 좀 하다 가거나 이러면 또 모르겠는데 이분은 달랐다. 충전해야 할 전자기기가 한 두 개가 아닌 모양새. 충전하랴 노트북으로 일하랴 정신없어 보인다.




그래, 솔직히 음료 주문 안 할 수 있다.

(이해는 안 가지만)

그렇다면 여기서 내가 관리를 해야 하나 안 해도 되나 고민을 하게 되는데 누구 좋으라고 관리를 안 하나. 그리고 그럼 주문을 잘해주는 다른 손님들은 뭐냔 말이다. ‘주문도 잘해주고 카페도 잘 이용하고 가시는 대부분의 분들을 위해서라도 관리를 하는 게 맞다’ 라고 말은 하지만 이게 또 가서 직접 대놓고 말하는 게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B는 나와 같은 성별이고 또 어른이시고 하니 오히려 다가가기 쉬웠는데 C는 그 정 반대의 경우라 나는 솔직히 망설여졌다.




가족들과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카페 앞에 잠시 정차했다.

"너가 가서 말할래?" 나는 중2짜리 딸한테 말했다.

"아니~?!" 어이없다는 반응만 돌아왔다.

"오빠가 해주면 안 돼?" 남편한테 말했으나 여긴 기대도 안 했다.

안 된단다.

휴...




느려터진 발걸음으로 나는 카페로 다가갔다.

C는 거의 머리의 반 이상이 노트북 화면 속으로 들어간 듯 보였다.

"저..."

"네?"

"음료 주문 해주셔야 되는데요 호호"

"아..."

C는 B와는 달랐다. 지갑 들고 벌떡 일어날 것 같진 않았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호호"

이렇게 말하고 나는 카페를 나섰다.

나중에 살펴보니 C는 내가 나간 뒤 음료를 주문했다.

C가 카페에 들어온 지 다섯 시간이 다 되갈 무렵이었다.




마지막 D.

D는 언제나 주문은 잘해주신다.

그렇다면 문제는 뭐냐. D의 발이다. 맨발.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아 D는 발도 크다.

시원하게 드러난 그의 맨발을 그는 턱 하고 앞자리 의자에 올린다. 그리고 이 시간을 시원한 음료와 함께 즐긴다. 본인은 좋지만 누군가의 시야에 그 발이 들어올 텐데 이건 너무 유쾌하지 않은 일 아닌가?

달달하고 맛있는 음료를 마시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데 자꾸만 왠 허연 맨발이 내 눈에 들어온다?

아직 D에게 말할지 안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든 안 그럴까.

나 역시 무인카페라는 새로운 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고 있다.

언제나 명심할 건, 웃어야 한다. 웃으면서 말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그나마 서로 무안하지 않다. 웃는 얼굴엔 침 못 뱉는다고 하지 않나. 그건 진실이다.

웃으면서 말하는 게 그분들이 카페에 발길 끊는 것까지 막아줄 순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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