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간 아이들

폭풍 같았던 방학을 마치며

by 이유나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 다녀갔다.

고등학생인 아들은 수업과 시험이 좀 더 일찍 끝나

11월 말에 한국에 들어왔고

중학생인 딸은 12월 중순에 들어왔다.

그리고

바로 어제 뉴질랜드로 돌아갔고

오늘 도착했단다.




크라이스트처치 무사 도착 사진. 실장님이 언제나 찍어서 보내주신다.





이번엔 두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제일 많이 다녔다.

치과, 안과는 기본 피부과, 한의원, 정형외과, 내과, 이비인후과 등등. 아파서 간 것도 있고 미용상 간 것도 있고. 암튼 이렇게 병원을 많이 다닌 적이 없었는데 봇물 터진 듯 빈번하게 다녔다.





특별히 예약하지 않더라도 당일 방문, 진료까지 가능한 병원이 수두룩이라니, 새삼 이런 환경이 편하고 감사하게 여겨졌다.




아들은 토익시험을 봤다. 카투사에 지원해 볼 생각이 있어서 본 건데 경쟁률이 워낙 높다 하니 나중에 지원하더라도 큰 기대는 없다. 시험 접수 후 일단 서점에 데려갔다. 모의고사 3회분 문제집을 집어줬다. 해설을 해줄 선생님이 가장 예쁜 문제집으로. 졸지 말라는 나의 배려였는데 효과는 있었다. 나 때는 김대균 아저씨가 거의 독식이었는데 얘는 대균선생님 보라면 아마 표정 굳겠지?





모의고사 3회분 풀고 1월 25일에 시험을 봤다. 시험 전날 밤, 문득 시계를 가져가야 하나 싶어 찾아봤더니 전자시계는 반입 불가? 고사실에 시계가 없을 수 있다니 알아서 준비하란다. 헉. 집에는 아날로그시계가 없는데? 부랴부랴 오밤중에 아들이 편의점 몇 군데를 돌았는데 시계는 안 판단다.





결국 가까이 사는 할머니께 황금빛 아날로그시계를 빌려왔다. 나중에 물어보니 교실에 시계가 없어서 감독관이 어디서 하나 구해오셨다는데 뒤에서는 작아서 잘 안 보였단다.





딸은 화장품을 많이 샀는데 화장품은 용기만 해도 무게가 제법 나가기 때문에 출국이 문제였다. 집에서 무게를 재보니 위탁수화물 기준인 23킬로는 훌쩍 넘긴다. 결국 기내수화물 용 캐리어 두 개를 만들었다. 기준은 7킬로지만 좀 더 넣었다.





기내용 두 개 다 딸아이 물건이 대부분. 터진 건 공항에서였다. 공항에서 무게를 재보니 집에서 재는 거보다 모든 짐이 1~2킬로 정도 더 나온다. 그냥 돈을 내? 싶다가도 얼마 안 되는 무게라 펼쳐놓고 짐을 다시 분배했다. 갑자기 짜증이 확.





"야! 다음에는 짐 좀 적당히 해! 다 니 거야 니 거!"

정작 살 때는 뭐라고 안 하더니

나중에 뭐라 하는 엄마,

그게 나다.




출국장 앞이다.

둘은 같이 떠나니 외롭지는 않겠지.

내가 늙은 걸까.

딸이랑 안아보는데 울컥.

"엄마 늙었나 봐. 갑자기 눈물이 나네"

갑자기 이 말이 뱉어졌다.

딸이 1초 만에 반응한다.

두 눈이 빨개지면서.

"울지 마 엄마"

그 말을 들으니 나는 한번 더 울컥한다.




언제 이렇게 컸어.

너무 크면 엄마가 필요 없겠지?

부모가 필요 없는 때를 향해 커가는 아이들.





아이들을 보내고 집에 오니 절간이 따로 없다.

남편이랑 둘이 거실에 나란히 누워서

블록 블라스트를 한다.

일명 블블.

딸이 하는 걸 보고

재밌어 보여서 하게 된 게임.





남편도 나도

눈은 게임을 보고 있겠지만

아마 마음속으로는 아이들을 떠올리고 있겠지.

꽤 오랜 시간 게임을 했다.

하고 나니 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