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트레일러닝
제가 뛴 건 아닙니다.
3월 21일 토요일,
2026년 남해 트레일러닝 28K에 참가한 남편이
당일 아침 공설운동장으로 향하면서 얘기하더군요.
본인이 대략 몇 시쯤 들어올 것 같다고.
응 그래 알았어.
그때 맞춰서 갈게.
잘 뛰고 와. 파이팅! 하고 남편 보내고
천천히 체크아웃하고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죠.
그러다
혹시
남편이 기적(?)적으로
예정보다 일찍 골인할 수도 있지 않겠어?
하는 맘으로
예상 도착 시간보다
제법 일찍 도착해
운동장 들어가는 입구에서 대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거기서 보낸 시간 약 세 시간.
남편이 안 나타나더라고요.
그런데...
음.. 거기 서 있다 보니
완주 끝에 운동장으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보이는데
뭔가 찡하더군요.
나이 들면 눈물이 많아지는 건 알겠는데
아, 이젠 이런 포인트에서도 눈물이 나네?
인간승리, 자신과의 싸움..
결국 끝까지 해낸 그분들을 보니...
휴.
저절로 박수가 나옵니다.
내 남자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축하와 존경을 담은 물개박수.
그리고 쑥스러우니까
애매하게 소리 내는 저의 축하의 환호성.
쭉 기다리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미 도착 예상시간을 한참 지났을 때에요.
"기다린 지 오래됐지"
"아냐 아냐, 나 뭐 하다가 지금 막 왔어!"
"3K 남았다. 운동장 보여"
"그래 나 입구에 서 있어. 조심해서 와_"
드디어 그가 나타났습니다.
약간의 부상을 입었지만 전체적으로 괜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숙소에서 그의 발을 보니
이 발 은 누 구 발 ?
흙밭에서 뒹굴다 왔는지
발이 전부 난리가 났습니다.
사람 잡네, 사람 잡어.
그런데 이번 주에 또 갑니다.
장수로.
무려 38K.
이번엔 비까지 온다니
예상 도착 시간 +@ 해서 나가도 되겠죠?
아예 그냥 골인하면 숙소로 오라고 할까...
어쨌든 처음 가본 남해는 퍽 좋았습니다.
다시 갈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부를 따뜻하게 품어준 남해에 감사를_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