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카페와 작별하는 법

폐업 D-8

by 이유나





폐업을 결정하고 이런저런 소품들을 빼고

폐업을 암시(?) 하는 글을 몇 개 붙여 놓다 보니

카페 분위기도 약간 뒤숭숭해서

손님들도 발길을 뚝 끊으실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역시 오시던 분들은 감사하게도 꾸준히 와주신다.

그리고

요즘 우리 고등학교 친구들 시험기간이라더니

요 며칠 매출 수직상승.

뭐야 뭐야, 아줌마 그냥 무카 계속할까?

라는 재미도 없는 생각을 한 번 해본다.




오늘은 오전에 손님 두 분이 카페로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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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에게 최고의 VIP.

우리 커피머신 구매하시는 사장님 내외분.

지난주에 한 번 오셨었는데

그때 미처 못다 한

내가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들을 해드렸다.

주로 청소, 관리 방법으로

제빙기, 브로맥, 파우더통..

그리고 몇 개 없긴 하지만

운영하며 생긴 노하우 등등.

뜯지 않은 자잘한 용품들도 드렸다.

고무오링, 청소용 솔, 식용구리스..




이제 며칠 후면 기계도 빼고 가구도 뺀다.

그리고 그대로 다른 무인카페로 옮겨 가게 된다.

'정'이 사물에 들어버렸다.

이제 며칠 안 남아서 그런가

오늘 가보니

의자 하나, 테이블 하나

그리고 우리 하얀 기계까지.

떠나보낼 생각을 하니 맘이 좀 적적했다.

그래도 가까운 곳으로 가니까.

엄마가 종종 가볼게.









우리 손님 한 분께서 직접 만들어 주신 엽서다.

퇴근 후에 오셔서 공부하셨다는데

'이 공간 덕분에' 시험 합격했다고

감사의 의미로 선물해 주셨다.

달력이

12월까지 있는데

4월에서 멈추게 되네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가 돼 보니

쓸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