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끌리는 맛의 비결
“사장님, 김치찌개 하나요. 근데, 오늘은 조금만 덜 짜게 해 주세요. 어제처럼 짜면 저혈압도 고혈압 될 판이에요.”
혼잣말인지 항의인지 모를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내 옆 테이블, 60대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혼잣말을 했고, 식당 사장님은 익숙하다는 듯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요즘 사람들과 말을 섞는 게 조심스러웠다. 침묵이 편했다. 내 말이 상처가 될까, 내 표정이 불쾌할까, 그런 생각이 먼저 앞섰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웃는 연습을 했다. 친절한 표정, 사회적으로 무난한 얼굴.
그날따라 일이 안 풀려 허탈하게 식당에 앉아 있던 찰나, 그 아저씨가 내 앞 김치찌개를 슬쩍 보더니 말했다.
“그거 처음 시켰죠? 저 집 김치찌개는 한 세 번은 먹어야 진가가 나와요. 첫맛은 별로인데, 묘하게 끌려요. 사람도 그렇지 않나요?”
나는 웃을 뻔했다. 하지만 웃지는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뼈에 닿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처음엔 별거 없어 보이지만, 자꾸 곱씹게 되는 사람.
"전 김치찌개처럼 안 끌리면 어쩌죠?"
내가 장난처럼 말하자, 아저씨는 젓가락을 멈추고 정색을 했다.
"그럼 찌개 말고 된장국이 되면 되죠. 누구나 각자의 맛이 있는 법이니까."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졌다. 그러자 아저씨도 웃었고, 옆 테이블 사장님도 웃었다. 그 잠깐의 웃음 안에서, 나는 알았다. 말 몇 마디, 농담 한 조각, 그리고 허탈한 웃음 하나가 사람의 결을 알아보게 해 준다는 것을.
살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과 스치지만, 결이 맞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가끔, 이런 식당의 우연한 대화 속에서, 예상치 못한 결을 만난다. 아무 맥락 없이 마음이 통하는 순간. 그것이 진짜 결이라는 걸, 오늘 김치찌개가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