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아침 언어를 생각하다
비 내리는 아침,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연히 들려온 두 사람의 대화가 좁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다 해 줬는데 ㅈㄹ이네.”
“그러게, 적당히 해.”
순간, 낯선 단어 하나가 공기 속에 파문처럼 번졌다. 듣고 싶지 않았지만 피할 수 없었던 그 언어는, 이상하게도 내 마음을 건드렸다.
나는 그들의 상황도, 전후 사정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려온 말은 그녀들이 살아온 경험의 저장고에서 흘러나온 습관일 것이다. 평소의 언어인지, 순간의 분노인지, 아니면 공공의 자리에서 강해 보이려는 표현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 짧은 대화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보았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투사(投射)’다. 타인의 모습 속에서 결국 나의 그림자를 마주한 것이다.
공공의 언어, 나의 얼굴
우리가 쓰는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나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얼굴이자, 기억 속에 남는 이미지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또 공적인 자리일수록 언어에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무리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려 해도, 상대가 내뱉은 언어는 고스란히 기억 창고에 쌓여 언제든 그 사람을 떠올리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비 내리는 창가에서
지하철 대신 차를 몰고 나온 아침. 밀리는 도로 위, 창밖으로 내리는 빗줄기를 보며 다시금 엘리베이터 속 대화가 떠올랐다. 그 순간의 불쾌감이 묘하게 되살아난다. 타인의 말이 나를 흔들고, 그 여운이 내 하루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자 문득, 나의 언격(言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는 다른 이들의 기억 속에서 어떤 언어로 남아 있을까. 혹시 무심코 던진 말로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진 않았을까.
언어에도 격이 있다
언어는 곧 품격이다. 내가 선택하는 단어 하나, 말하는 방식 하나가 결국 나라는 사람의 인상과 기억이 된다. 비 내리는 출근길, 짧은 순간 스쳐간 대화에서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무심코 흘린 말이 누군가의 하루를 무겁게 하지 않기를. 내 언어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무례가 아닌 따뜻함으로 남기를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