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설렘 모두를 모으는 시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시간
12월이 다가오면 마음속 담아둔 설렘들이 움직임을 시작한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는 내게 지나가는 평범의 하루가 아니라 기다림 그 자체였다. 창문에 성에가 낄 무렵이면 거리마다 캐럴송으로 가득했고, 구세군 냄비 앞에서 따뜻한 종소리가 겨울밤 거리를 흔들었다. 손끝이 시려도 친구들에게 줄 카드를 정성껏 만들고, 작은 초콜릿이나 편지를 포장하며 설레던 그때.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그 시절의 크리스마스는 내게 선물 같은 축복이었다. 세상이 잠시 멈춘 듯 평화로웠고, 사람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교회 입구에 세워진 크리스마스트리, 그 불빛 아래서 함께 부르던 캐럴은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선물의 크기보다 마음의 크기가 더 중요했던 시절. 친구 한 명 한 명에게 손 편지를 써서 건네던 그 마음은 세상 어떤 선물보다 진심이었고,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리움으로 남았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거리에 여전히 반짝이는 조명이 걸리고, 커피숍마다 캐럴이 흐르지만 예전만큼의 설렘은 덜하다. 마음이 차분해진 만큼,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이유도 달라졌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더 마음이 간다.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가 받는 기쁨이었다면, 지금의 크리스마스는 주는 기쁨을 배우는 시간이다.
그러다 문득, 그때의 순수한 설렘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새하얀 눈이 내리는 밤, 친구들과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재잘거리며 웃던 장면,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달며 서로의 소원을 이야기하던 그 따뜻한 시간.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순간을 잊지 않으면서도, 그 마음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아이들처럼 크리스마스를 기다리지는 않지만, 여전히 그날이 되면 마음 한편이 포근해진다. 누구나 조금은 착해지고, 세상이 잠시 온기로 덮이는 날이니까. 화려한 선물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반짝이는 트리보다 서로의 온기가 더 큰 위로가 되는 계절.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다시 한번 마음을 밝혀보려 한다. 누군가를 위해 카드 한 장을 쓰고, 작은 초를 켜고, 오랜만에 캐럴을 흥얼거리며 그 시절의 나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잘 지내고 있지?
그 설렘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어.”
그 말 한마디면 충분할 것 같다.
이 겨울, 마음의 트리를 다시 켜는 일은 언제나 나로부터 시작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