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oNomad
나를 기다린 시간
전상희
불과 돌뿐이던 시절
지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늘은 아직 숨을 품지 못했고
바다는 이름 없이 흔들렸으며
비는 수천만 년을 쉬지 않고 내렸다
그 긴 침묵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린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없으리라
식어가는 땅의 체온과
깊어지는 바다의 어둠과
보이지 않는 생명의 첫 떨림 속에서
시간은 천천히 자리를 마련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빛과 공기와 물의 균형 위에
하나의 숨이 도착했다
드디어 나는
도착한 것이다
파도 앞에 서서
나는 안다
46억 년의 고독이
외로움이 아니라
기다림이었다는 것을
지구는 나를 기다렸고
나는 지금
여기에 와 있다.
마중 나가는 마음
전상희
수억 년의 빗줄기가 그치고
비로소 땅이 굳어질 때
내가 기다린 것은
거창한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파도 끝에 실려 올
당신의 작은 발자국 하나
적막한 대기를 깨우고 흐를
당신의 고요한 숨소리 하나였습니다
돌과 불의 시간은 길었으나
당신이 '나'라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 모든 고독은 찬란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잘 왔습니다.
당신이 도착함으로써
나의 46억 년은
비로소
살아있는 역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