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소퍼즐, 두 개의 시선

CosmoNomad

by 전상희 js


직소 퍼즐 두 개의 시선


전상희


뿌리는 길을 가질 수 없어

시간을 살기로 했다

한 자리에 박혀

비바람의 무늬를 안으로 말아 넣으며

나이테라는 겹겹의 계절을 발달시켰다


그것은 도망치지 못한 존재가

자기 몸속에 쌓아 올린

침묵의 성벽


발은 고요를 견딜 수 없어

공간을 살기로 했다

지평선의 유혹에 밑줄을 그으며

낯선 흙의 냄새를 근육 속에 새기고

발자국이라는 휘발되는 기억을 확장했다


그것은 머물지 못한 존재가

허공 위에 그려 나간

갈망의 지도


시작은 그러했다

큰 그림을 보려

세계를 누비며 조각을 찾아 다녔다

완성을 믿으며


알록달록 만나는 작은 세상에 미혹되어

조각을 쥔 채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드러나는

미완의 전체

산재된 빈 공간들


내 안에는

말없이 깊어지는 고목과

쉴 새 없이 서성이는 짐승이 산다


가만히 있으면

이끼가 끼는 것 같아 불안하고

너무 멀리 가면

뿌리가 마르는 것 같아 소진되는 날들


삶은 언제나 묻는다

지금은 안으로 숨어야 할 겨울인가

밖으로 도약해야 할 봄인가


정답을 찾으려

고개를 들지 마라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낸다


손끝에 흙이 묻는 날에는

시간을 살고

신발 끈을 조이는 날에는

공간을 살면 된다


조각은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시선이 달랐을 뿐


살아 있다는 것은

뿌리와 길 사이에서

기꺼이 흔들리며

균형을 배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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