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스혜영 Jul 02. 2021

제스는 내 이름

JESS에 U만 있으면 된다고?

“이름이 뭐니?”

“포이즌이요.”

“포이즌(poison, 독)?”

내가 뉴질랜드에서 만났던 12살 한 소녀의 대답이었다. 그 소녀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 아버지가 술 마시고 이름을 등록하러 갔다가 생각나는 단어를 중얼거렸다고 한다.


내 이름은 제스(Jess) 혜영이다. 원래 이름은 김혜영. 시조 김희조, 도강 김 씨. 

클릭만 하면 쭉 내 과거를 찾을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태어난 걸 감사해야 할까?  아빠로부터 그토록 들어왔던 시조 김희조를 클릭해보면 신라 경순왕의 7대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급제한 사람들도 수두룩 대대손손 자랑할만하다. 통일신라가 지금까지 한반도를 다스렸다면 내 지위가 어디쯤 됐을까? 무작정 하늘을 바라보다가도 그렇게 되지 않았음에 깊이 감사할 따름이다. 

남편과 결혼하면서 성을 바꿨다. ‘제스’는 스코틀랜드 이름이다. 젠틀하게 들리지만, 성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면 먼 옛날 옛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벌거벗긴 한 노예가 시장 한가운데 서 있다. 이름도 가정도 배경도 국적도 특기도 중요하지 않다. 1원, 5원, 10원.. 자신의 몸값이 그저 보이는 LOOK에 따라 팔려나간다.  그 후 값을 치른 주인의 성을 따르게 된다. 영국에서 태어난 우리 남편은 흑인이다. 최근에 뿌리를 찾으려고 DNA 검사를 했는데 우리 남편의 조상이 39% 나이지리아, 29% 베냉과 토고, 26% 카메룬으로 나왔다. 한 번도 밟지 못했던 남편에게 조차 매우 낯선 나라.


BC1,100년경 ‘한나’라고 불리는 이스라엘 한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은 엘가나의 첫째 아내였다. 둘째 아내인 브닌나는 자식들을 숭숭 잘 낳지만, 한나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그 당시 자식을 낳지 못한다는 것은 밑바닥에 있던 여성의 존재감마저 빼앗아가는 수치와 굴욕을 안아야만 했다. 한나는 마음이 괴로웠다. 대낮에 정말 술 취한 미치광이처럼 기도하고 기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들을 낳는다. 그의 이름은 ‘사무엘’ “내가 여호와께 그를 구하였다”라는 뜻이다. 3천 년 전이나 21세기를 사는 지금이나 이름 안에는 스토리, 좌우명, 소원이 담겨 있다.  


몇 년 전 H친구가 우리 남편한테 던진 한마디가 생각난다. 

“자네 이름에는 U만 있으면 돼!”

“U?”

제스, JESS에서 U를 넣으면 JESUS라고.

참 괜찮은 말이었다. 내 이름의 중심엔 예수가 있다. 100%


불리는 이름이 그 이름으로 태어난 나와는 상관없이 결정될지라도 내 이름이 누군가에게 불려질 때에는 절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겨지고 싶다. 100% 그리스도의 향기가 전달된다면 더 더욱 좋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