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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스혜영 Jul 13. 2021

7년 동안의 홈스쿨링 – 축복

“엄마, 학교 꼭 가야 해?”

영국은 3차 봉쇄가 끝나고 2021년 3월부터 학교를 다시 오픈했다. 학교 가지 않겠다고 투덜거리는 아이들을 달래 가며 학교 교문까지 바래다주고 텅 빈 집에 앉아 아이들의 책상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이 잘 적응할까?’

‘수업 따라가기가 어려울까? 쉬울까?’

‘친구는 금방 사귈 수 있을까?’


우리는 학교도 Wifi도 핸드폰과 제대로 된 전기가 없는 나라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그러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홈스쿨링이라는 걸 시작하게 되었고 스코틀랜드로 와서야 아이들을 학교라는 곳에 보냈다.

“네가 선생도 아닌데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냐?”

우리가 홈스쿨링을 하기로 결정했던 2014년, 표독스러운 아빠의 한마디가 내 심장에 벌집 구멍을 내듯이 쏘아붙였다. 하지만 교육에 몸 담아 보지도 못했던 나도 근심이 태산인 지라 별다른 변명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두려움과 설렘으로 시작했던 홈스쿨링. 어느새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하교 시간에 맞춰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 정문에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엄마, 나 친구들이랑 좀 더 놀다가 집에 가도 돼요?” 첫째가 말했다.

둘째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섰을 때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은혜랑 공원에서 같이 놀아도 될까요?”

머리를 예쁘게 하나로 묶은 여자 아이가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그날 이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이들은 방과 후 밖에서 놀다가 저녁 먹을 때쯤 어슬렁어슬렁 집으로 들어온다.




서랍장을 열다 작년에 큰애가 우리한테 줬던 편지 한 장이 눈에 띄었다.

“Thank you for being the best teachers & parents ever!” 9개의 귀여운 하트와 함께.

물론 only선생님이 best가 될 수밖에 없었을지도 또한 엄마, 아빠라서 격려와 예의로 말했을 수도 있겠지만 난 아이가 말한 그대로 적은 그대로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고마웠다.


지금에 와서야 아빠의 말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네가 선생도 아닌데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냐?”

How보다 Why가 먼저 왔어야 한다고. 환경에 의해 선택권 없이 홈스쿨링을 시작했던 나지만 Why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물었다. 왜 홈스쿨링을 해야 하는지...

모든 사람은 성장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성숙하지는 않는다. 홈스쿨링은 성숙한 사람으로 키우는데 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엄마도 아빠도 아이들도 모두 성숙하도록. 그렇게 목적이 생기니까 How는 따라왔다.  

“아빠, 홈스쿨링은 커다란 축복이야. 안 해 본 사람은 모를...”


요즘 코로나로 인해 선택권 없이 홈스쿨링을 하게 되신 엄마, 아빠 선생님들을 응원합니다!

더불어한 길/ 신영복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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