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RK Nov 10. 2024

제주도, 일년정도 살아볼거야

서울 원룸울 벗어나 제주도로 이직하던 날


고백하자면 고향이 서울은 아니었다. 다섯살 때부터 서울에 올라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왔다. 유치원때는 사투리를 써서 놀림을 받았다고 그랬는데 별 대수일까. 난 이젠 서울 사람이 다 된 것 같다.


짧막하게 나에 대해 요약하자면 이렇다. 서울 사람이 아니라 서울 촌년. 다른 친구들처럼 입시에 최선을 다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인턴을 여러군데에서 끝마쳤지만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안정적이라는 직종을 가지기 위한 시험을 준비했지만 결국 최종에서 떨어져버렸다. 돈이라도 벌어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업종이 적성에 맞아서 지금까지 일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까 나이가 28살이 되었다. 서울 촌년인 나는 아직도 불안했고 아직도 갈길이 멀었다. 그런데도 한편으로 서울에서 내가 계속해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그런데 치열한 경쟁을 했던 하루하루가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입사 초기 일을 시작했을 때는 무리가 없었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자 몸이 말썽이었다. 쉽게 지쳤고 쉽게 우울해졌다.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은 흑백세상으로 보였다. 한순간에 거짓말처럼 모든 것이 재미가 없어져버렸다. 


우울증인가 싶던 그 순간 주변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제주도에 내려가 있는 친언니였다. 


"야, 서울에서 아둥바둥 살지말고 제주도에 내려와 보는 건 어때?"


친언니는 제주도에서 내려와서 나와 관련된 업종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전까지는 제주도는 놀러가는 곳이지, 살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솔깃했다. 서울 원룸에 지내면서 8키로 정도 살이 빠지고 부끄럽지만 밤에 훌쩍훌쩍 울었던 나. 뭐가 되었든지 무서울 것이 없었다. 제주도에 있는 채용공고를 보면서 이직을 준비했다. 운이 참 좋게도 원하는 곳으로 일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제주도. 


생전에 인연이 없을 줄 알았던 이곳으로 


서울 촌년이 내려오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