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어느덧 27개월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하나 깨닫게 된 점 중 하나는 왜 사람들이 돌, 두 돌, 마흔과 같은 때를 기념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아직은 두 번의 경험이기는 하지만 돌이 되었을 때 아이의 발달에 있어 큰 변화가 느껴졌던 것이 있다면 이번 두 돌을 지나면서의 큰 변화는 바로 '말'에 대한 부분이었다.
아이는 말이 빠른 편이었다. 8개월을 조금 넘어가던 때부터 '엄마, 아빠'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자주 보는 주변 가족들을 '하삐, 애삐, 함미, 임미'와 같은 표현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도 돌이 되기 전부터였으니 주변의 다른 아이들보다는 빠른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건 그 이후로 다른 단어들이 전혀 늘지 않았다. 본래 표현하던 단어들의 발음도 하루하루 점점 더 정확해지는 것에 반해 좀처럼 다른 말은 뱉으려고 하지 않는 것을 보며 '그래, 다 때 되면 하겠지.'하긴 했지만 왜 그러는 것인지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던 것은 사실이다.
추측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의 '조심스러운 성향'이 있었다. 밝고 명랑한 것에 비해 새로운 것을 할 때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 낯선 환경에 대해 크게 불안해하며 천천히 접근하는 모습 등을 보았을 때 아이에게 있어 말을 한다는 것이 아직은 낯설게만 느껴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두 번째 이유는 내가 새로운 단어들을 말할 때 입모양으로 따라는 하지만 절대 소리를 크게 내어 스스로 말하지는 않은 것을 보고 '완벽하게 하기 전에는 하고 싶지 않은 성향'은 아닐까 생각했다. 분명 내가 말하는 모습을 주의 깊게 보고 흉내내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그런 자신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한다고나 할까? 어느 시점부터 그런 것 같아 보이길래 나는 더더욱 말하는 것을 종용하지 않았다.
나이 든 엄마의 장점은 의도하지 않은 여유로움이 있다. 매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것만으로도 체력의 한계를 경험하는 엄마라서 그런지 SNS에 쏟아지는 육아팁을 볼 에너지도 없고, 가끔 한 두 개 보더라도 따라할 여력이 안되다보니 그냥 '언젠가 하겠지 모.'하며 아이의 때를 기다려 왔다.
그러던 아이는 두 돌이 조금 지나가자 조금씩 말을 시작했다. "엄마 밥 먹어."(본인이 밥을 먹겠다는 의미)를 시작으로 해서 "아가 혼자"(신발을 스스로 신겠다는 의미)와 같이 조금씩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신기한건 스스로를 '아가'라고 부른다는 점이었다. 평소에 이름을 더 많이 불러주는 편이고, 가끔씩 사랑을 표현할 때 '우리 아가'라는 식으로 부르는건데. 어린이집 선생님이 스스로를 '아가'라고 부르는 아이는 처음이라고 하실만큼 그렇게 흔한 유형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이름을 가르쳐줘도 이상하게 자신을 '아가'라고 부르는 것을 고수했다. 남편과 고민해본 결과는 이름에 'ㅕ'가 들어가는데 그걸 발음하는 것이 어렵다보니 몇 번 연습해보다가 자신이 없어서 가장 자신있게 발음할 수 있는 '아가'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 아이는 조금씩 자신의 세상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제법 말을 잘한다. 오늘도 "하라버지, 포도 먹어요."하면서 한껏 애교를 발산하며 포도알을 들고 뛰어가는 모습으로 모두의 귀여움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는 하루를 보냈다. 그 하루하루가 참 귀하고도 귀하다. 그래서 조금씩이나마 남겨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