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잘잤어?

by Ro

나는 늘 아이를 재우고나면 이러저러한 일을 처리하다가 늦게 자게 된다. 건강 때문에라도 일찍 자버릇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원래부터 저녁형 인간이기도 했고, 남편과 아이가 둘다 곤히 자는 늦은 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보니 자꾸 취침이 늦어지곤 한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분리수면도 한다고들 하지만, 마음이 약해서 부러워만 할뿐 실천하지 못했던 우리는 아이랑 한 자리에서 자고 있다. 그러다보니 누구 한 사람이 깨면 자동적으로 나머지 사람들도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늘 가장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우리 딸이다. 긴 밤잠을 통해 에너지를 완벽히 충전한 아이는 아침이 되면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말똥말똥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면 "엄마 밖에 나가자!"라고 하며 거실에 나가서 놀자고 보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는 아이보다 훨씬 늦게 잤기 때문에 한참 자고 있던 중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의 말을 못들은 척하고 싶은 마음에 자는 척도 해보지만 결국 나가자고 떼를 쓰는 통에 일어날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역시나 아이는 나보다 먼저 일어난 날이었다. 나는 아이가 눈을 떴다는 기척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런 나 자신을 들키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있었다. 숨소리를 적당히 내며 마치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왠일인지 아이는 나를 깨우지 않고 혼자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곰 세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 아빠곰은 뚱뚱해~ 엄마곰도 뚱뚱해~ 애기곰도 뚱뚱해~"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노래를 부르는데 결국 참고 있던 웃음이 터진 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웃고 말았다. 그러자 갑자기 나를 보더니 "엄마 잘잤어?"하면서 내 이마에 쪽! 소리가 나게 뽀뽀를 해주는 것이 아닌가. 늘 내가 아이에게 하던 그대로. 마치 '피곤했지?'하는 안쓰러운 마음을 담은 어른 같은 표정으로 말이다.


순간 그 따뜻한 아이의 말 한 마디와 표정에 울컥하는 마음이 들면서 자는 척했던 것이 많이 미안해졌다. 엄마가 깰까봐 조용히 하면서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노래했을 그 마음이. 잘잤냐는 인사를 통해 엄마를 반겨주는 그 사랑이. 그렇게 내가 주는 사랑보다 아이가 주는 사랑이 더 큰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물론 뽀뽀 뒤에는 다시 "밖에 나가자~!!"를 외치는 통에 정신없이 거실로 나가야했지만 그날만큼 기분좋게 아침에 일어나 본 적은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며 이날 아침을 오래오래 내 마음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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