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침몰하는 한국에서 살아남기 #10

EP 10 : 부채 ① 개인 편 - 빛나던 대한민국, 빚 나는 대한민국

by 이슬비

CHAPTER 1 : 재앙 편 / Part 1 - 4



[ 빛나던 대한민국 ]


일제강점기의 수탈, 6.25 전쟁의 포화.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폐허’ 위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고작 반세기 만에

수많은 국가들이 수십 년째 헤매는 ‘중진국 함정’을

한국은 별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돌파하며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

IT 강국, 제조업 강국,

세계로 뻗어나가는 K-컬처,

세계 10위권의 국방력,

민주주의의 정착까지.


이제는 당당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

그 전성기를 찬란하게 빛내고 있는 나라.


한국은 그야말로 빛났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다.


젊은 노동력이 넘쳐났고,

직장은 늘어났으며,

가계는 저축을 생활화했고,

기업은 전 세계로 진출했다.


그 믿음 위에서

우리는 아파트와 빌딩을 끝없이 쌓아 올렸다.


정말로, 우리는 빛났다.



[ 빚 나는 대한민국 ]


하지만 성장이라는 거대한 태양이

재앙이라는 거대한 어둠을 가려버린 것일까.


우리가 앞서 다루었던 저출산, 고령화, 연금 문제는

이미 10년 전, 20년 전부터 모두 예측된 위험이었다.

정부도, 전문가도, 언론도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그러나 우리는 보지 못했다.

정확히는 보지 않으려 했다.


‘고성장’이라는 찬란한 환각제가

우리의 눈과 귀를 가려버렸기 때문이다.


“성장하면 다 해결돼”

“부동산은 절대 안 떨어져.”


이 안일한 믿음 속에서

정부는 복지를 위해,

기업은 성장을 위해,

개인은 ‘내 집 마련’을 위해


조용히, 그리고 착실하게 빚을 쌓아 올렸다.



[ 첫 번째 시한폭탄 : 가계 부채 1968조 ]


2025년 3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1,968조 원.

역대 최대치다.


GDP 대비 89.5%.

OECD 평균(60%~68%)을 넘어설 뿐 아니라,

‘빚쟁이 국가’로 불리는 일본(58%)보다도 높고,

세계 최강국 미국(74%)보다도 높다.


하지만 진짜 공포는 통계 밖에 있다.

바로 ‘전세 보증금’이다.


전세보증금 총액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900조~1,100조,

즉, 약 1,000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세는 단순한 주거비가 아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무이자로 거액을 빌리는 구조로,

은행이 아닌 개인과 개인 사이에 얽혀있는 ‘부채’다.

국가가 개입하기 어려운 ‘거대한 회색 지대’인 것이다.


이 금액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실질 가계 부채는 약 3000조 원.

GDP 대비 150%를 넘어선다.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위험 수준이다.


한 때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기적의 전세 제도’는

이제 거대한 지뢰밭이 되어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

언젠가 터질 그날을 기다리며.



[ 오늘이 제일 쌉니다 ]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빚을 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집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돈을 벌어주는 상품’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직장 동료가 3억에 산 집이 5억이 됐다.

모두가 그 장면을 목격했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부동산 수익은 노동소득을 압도했고,

‘소외되지 않으려는 공포(FOMO)’가

온 국민을 부동산 시장으로 몰아넣었다.


그 결과,

가계부채의 약 75%가 부동산에 묶이는

기형적이고 재앙적인 구조가 완성됐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더 큰 바보이론(The Greater Fool Theory)’라고 부른다.


내가 5억에 사더라도,

7억에 사줄 ‘다음 바보’가 있다면

나는 돈을 번다는 믿음.


집값이 오를 때는 모두가 행복했다.

그러나 떨어지는 순간

내 삶을 ‘빛’ 내주던 아파트가

사실은 ‘빚’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 더 큰 바보가 남지 않는 사회 ]


그리고 이제,

그 ‘다음 바보’가 사라지고 있다.


연간 90만, 70만 명씩 태어난 세대가 빚으로 쌓아 올린 이 거대한 부동산을,

지금처럼 연간 20만도 안 태어나는 세대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는 부동산 폭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간단한 산수를 하는 것이다.


지금도 노동소득만으로는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어려운 시대다.


10년 뒤? 20년 뒤?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때 청년들의 현실은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는 크게 추락했고,

각종 세금과 공제에 월급은 너덜너덜해져 있으며,

그 결과 실질소득은 지금보다도 더 낮아져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AI와 로봇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제조업과 내수 경기는 장기 침체되어

심각한 취업난까지 겹쳐 있을 것이다.


즉, 구매력이 사라진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그 세대는 연간 20만 명도 되지 않는다.


이 아이들이 미래에 쏟아지는 매물을 모두 받아낼 수 있을까?

그들은 ‘더 큰 바보’가 되고 싶어도 될 수가 없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 모두가 황새가 될 수 없고, 결국 모두의 다리가 찢어진다 ]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다.

자동차, 결혼, 아파트, 유아교육

SNS로 증명되는 취미·여행·사치품 소비까지


우리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삶이 익숙해졌고,

이 심리는 우리의 무리한 소비를 더욱더 부추겼다.


부의 상징이었던 그랜저가,

언제부터 국민차가 되었나?


결혼식은 경쟁이 되고,

자녀 교육은 ‘안 하면 뒤처진다’는 공포가 되고,

여행과 취미는 SNS 안에서

“나는 잘 살고 있다”는 인증 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의 노동수익만으로는 이 모든 소비를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니 역시 또 빚을 진다.

신용카드, 마이너스 통장, 전세대출, 신용대출…

이렇게 개인은 부채를 쌓고 또 쌓고 있다.



[ ‘개인’의 이야기 ]


우리는 집을 사기 위해,

남들을 따라가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빚을 냈다.


그리고 그 빚은 이제 개인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고,

우리의 목을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조여 오고 있다.


하지만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왜냐하면 진짜 공포는 지금부터이기 때문이다.


나를 고용해야 할 기업,

나를 지켜줘야 할 정부.


만약 이들 역시 빚더미에 깔려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다면 어떨까?

개인이 무너지는 건 비극이지만,

기업과 국가가 무너지는 건 재앙이다.


다음 편, ‘EP 11 : 부채 ② 기업·국가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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