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5 서로 다른 위기, 하나의 운명
CHAPTER 1 재앙 편 : Prologue
우리는 흔히 어떤 한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것이 풀릴 거라 믿는다.
“출산율만 회복되면”
“정권만 바뀌면”
“경제만 살아난다면”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가 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함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균열이 단 하나일 것이라 믿는다면 큰 오산이다.
하나만 막으면 살 수 있다고 여기는 건, 더욱 위험한 착각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자료를 뒤적이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배는 하나의 상처가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여덟 개의 거대한 균열로 가라앉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여덟 개의 균열은 서로의 살을 찢고 상처를 벌리며,
재앙이라는 심해를 향해 침몰의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금부터, 나는
우리를 재앙으로 안내하는
여덟 개의 균열,
혹은 여덟 명의 사신을 소개하려 한다.
하나, 저출산
노동력은 줄고, 세금을 낼 사람도 사라진다. 사회 시스템 자체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둘, 초고령화
돌봐야 할 사람은 늘어나는데, 돌봐 줄 사람은 줄어든다. 늘어나는 의료비와 요양 비용은 준비되지 않은 노년을 빈곤의 벼랑 끝으로 내몬다.
셋, 연금 고갈과 복지 비용 증가
연금과 복지 기금은 무너져가는데, 조세 부담은 늘어난다.
젊은 세대는 더 많은 비용을 내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미래는 보장받지 못한다.
넷, 부채
가계·기업·정부 모두 빚에 짓눌려 있다.
부채는 위기를 증폭시키며, 작은 충격에도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태로운 폭탄 돌리기가 이어진다.
다섯, 제조업의 위기와 저성장
한때 한국을 일으키고 지탱했던 제조업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
중국의 추격, 내수 침체, 혁신 부재가 성장의 동력을 갉아먹는다.
여섯, AI와 로봇 기술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을 때, 우리의 노동은 어떤 가치를 가질까.
편리함의 대가는 우리의 일자리이며, 소득 불평등을 더 깊어지게 만든다.
일곱, 기후위기
폭염과 폭우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닌 나의 일상이다. 식량과 에너지 가격은 끝없이 흔들린다.
자연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직접적인 위험이 되었다.
여덟, 정치적 극단화
서로를 향한 증오와 불신이 사회를 두 동강 낸다.
‘서로 존중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는 문구는 사라지고, 개인은 점점 더 고립된다.
이것이 내가 마주한 여덟 개의 재앙이자, 우리가 처한 운명이다.
이 거대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확인할 때마다 나는 더 무기력해졌다.
나 혼자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려움을 이기는 첫걸음은,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똑바로 마주 보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부터는 각각의 위기들을 차례대로 정리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