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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규 Jun 02. 2023

칭찬의 함정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어린 시절 아빠는 나를 "천재"라고 불렀다. 아마 천재라고 불러주면 아이가 똑똑하게 성장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구구단을 외워 오라는 숙제를 받았다. 나는 스스로가 천재라고 생각했으니까 '구구단을 외워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천재니까 구구단이 자연스럽게 외워지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방과후 학교에 남아서 한 명씩 구구단을 모두 외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나만 못 외우고 남겨졌다.



나 혼자 만 덩그러니. 그리고 풀이 죽어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천재가 아니구나.' 아빠의 천재 키우기 계획은 허무한 막을 내린 것이다.



구구단을 잘 외우지 못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나는 이후로 노력이란 걸 잘하지 안 했던 것 같다. '어차피 안 되는 걸.'이라고 스스로 주문을 외웠던 것 같기도 하다.


Silvana Palacios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3635870/


칭찬을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그렇다. 칭찬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를 움직이게 하기 위서 하지 않아도 될 칭찬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조건적인 사랑을 추구하면서 살아간다. 칭찬도 그중 하나이다. 사랑을 얻어내야만 한다. 기를 쓰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치쳐간다. 그리고 가치에 혼돈이 왔다.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 도달했다.



정말 소중한 것은 보이지 않는 가치이다. 선한 마음, 친절함,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능력, 사람을 위해주는 마음, 이런 보이지 않는 가치가 더 소중하다. 하나, 이 시대에 어느 누가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는가?


 이 사회는 아름 다운 외모, 날씬한 몸매, 돈을 많이 버는 것, 내가 어떤 직장에 다니는지, 어떤 차를 다니는지, 이런 외적인 것에 대해서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는 시대이다. 그런 시대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우리 스스로도 그런 가치에 더 큰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이런 외적인 것들은 우리의 마음에 공허함을 채워줄 수 없다. 당신이 시험에서 100점을 처음 받았다. 그러면 주변에서 '대단하다, 잘했다'라고 칭찬을 해줄 것이다. 그런데 다음 100점을 받고, 또 다음 100점을 받으면 계속해서 칭찬을 해 줄까? 아니다. 당연한 것처럼 바라본다. 거기서 더 나아가 95점을 받게 되면, 뭔가 잘 못한 것 마냥 눈치를 받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외적인 가치를 추구하다 보면 점점 더 공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외적인 것들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사회적으로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외적인 자극을 추구하느라 음란물 중독, 게임 중독, 자살, 술 중독, 성폭력, 왕따, 가정폭력 등. 수 도 없는 문제들이 외적인 것들에 집착에서 발생한다. 외적인 것에 집착으로는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 있다. 우리는 그 공허함을 채우는 방법을 모른다.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어느새 외적인 자극이 주는 중독에 빠져버리거나, 삶에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목숨을 끊어 버리기도 한다.


다시 돌아가자. 외적인 가치가 더 이상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당신의 삶을 통해 증명되었으니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할 때가 왔다. 여기저기서 외적인 것을 보란 듯이 자랑하고 그럼에도 행복하지 않다고 투정 부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더 가치를 두고 이 순간의 삶을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들여다보고 고민해 볼 시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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