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HR도 유행을 탄다.

by 지서방

HR은 시대적 흐름과 기술의 발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매해가 되면 산업동향과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발 맞추어 새로운 인사 트렌드들이 흘러나온다. 경영진과 담당자들은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본인의 회사에 접목시킬 수 있는 것을 찾아나선다.

이런 트렌드를 살펴보다 보면 가끔은 자연스러운 트렌드가 아니라 지금 시점에 팔기 좋은 아이템들을 의도적으로 기획하여 시장에 내놓는 것을 보기도 한다. 패션업계에서 적극적으로 색상, 컨셉, 소재 등을 기획하여 소비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원하고 업계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는 전략과 유사하다.

소비자들에 따라서는 이러한 패션업계 유행에 반발하여 본인만의 스타일을 확립하고 유행과는 별개로 자신의 에고를 충족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패션에서의 기획 유행은 개인의 스타일의 다양성을 줘보고 본인의 개성을 접목시키는 형태로 이러한 전략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HR담당자가 이러한 기획된 유행을 무지성으로 따라간다면 회사와 직원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HR 담당자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특성과 현실을 분석하고 선택적으로 수용하거나 혼합적인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 유행은 과장되기도 하고, 순식간에 없어지기도 하고, 빠르게 변화하기 때무에 자칫 잘못 받아들였다가는 회사의 방향성을 크게 선회해야하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내가 HR 유행의 변화를 경험한 사례들이다.



1. 코로나와 메타버스

2020~2022년 코로나가 전세계에 퍼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계별로 시행했다. 그에 따라 회사들도 재택근무가 확산과 함께 비대면적인 사회활동 등이 대두되었다. 그 중 하나가 가상의 세계에서 사무실, 교육장을 운영하는 메타버스였다. 2021~2022년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메타버스는 코로나시대에 HR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잡아 교육과 세미나의 주요 아젠다가 되었다.

당시 메타버스 업체들은 사용인원 수에 따라 무료, 유료 서비스를 운영하였고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급하면 고객회사가 원하는 페이지를 커스터마이징하여 제공하기도 했다.


나도 트렌드에 따라 메타버스 업체가 제공하는 교육을 듣기도 하고 직원들에게 교육을 제공했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면서 느낀 장점은 화상에서는 교육에 몰입, 집중하게 할 수 있는 이벤트 적인 요소가 부재했던 반면에 메타버스는 같이 게임형식으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함께 일정 온라인 장소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든가, O/X 퀴즈, 조를 나누어 회의실을 지정하여 이동시키고 미팅을 하는 활동이 가능했다.

또한 오프라인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교통비, 식대, 대관료, 물품 구매비용 등의 교육비용이 절감되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메타버스 교육이 오프라인 교육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고 느꼈다. 운영자로서 교육효과를 감각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화상교육 < 메타버스 <<<<< 오프라인 정도 차이였다. 또한, 메타버스로 교육과정을 장시간 운영하는 것은 피로감을 쉽게 느낄 우려가 있었다. 화상교육이 질릴 때쯤 킥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정도가 적정해 보였다. 그리고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갈 기술 중 하나라는 거창한 소개와는 다르게 조악한 그래픽과 시스템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은 어딘가 모르게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코로나 시대에 메타버스는 충분히 의미 있으나 오프라인 교육의 대체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https://www.it-b.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074


그럼에도 일부 회사들은 교육에서 더 나아가 메타버스 오피스를 만들어 근무에 활용하기도 했다. 직접 경험해본 적은 없으나 지금도 메타버스 오피스의 개념은 이해가 안 된다. 교육에서는 이벤트적 요소로 캐릭터를 이동시키고 함께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근무를 할 때 캐릭터를 활용할 여지가 딱히 없다. 슬랙, 팀즈, 줌 등 다양한 업무 소통 Tool이 이미 있는데 메타버스 오피스로 구축하고 캐릭터의 이동, 꾸미기 등 업무 사이에 불필요한 행동을 넣어야 할까? 이는 출퇴근, 장소 이동 등 시간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재택근무의 장점을 오히려 희미하게 만든다.

생각해보건대 메타버스 오피스를 활성화 하고자 했던 분들은 팬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는 우리의 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라 추측하고 이 때에 업무적인 소통 외에도 정서적인 소통을 위하여 준비한 것 같다. 또한 이후 현실의 사무실을 없애고 메타버스 오피스를 사용할 때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들도 고려대상이였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메타버스 오피스에 큰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고 한번 시도해보고 다시 되돌리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니다.


2024년 코로나가 종식되고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제는 점차 축소되고 있다. 그에 상응하여 메타버스에 대한 언급은 2022년 이후 워크숍이나 세미나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메타버스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혁신을 이끌어 나갈 중요한 아이템 중 하나로 강조된 것에 대비하여 씁쓸한 후퇴이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로 화려하게 장식하였지만 실상은 인터넷 공간(Map)에서 캐릭터가 돌아다니는 게임에 회사를 집어넣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비대면 교육에서 직원들의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코로나에 활용해볼 법한 Tool이었다.

일론 머스크는 과장된 메타버스 트렌드에 대하여 유행어와 마케팅 전술에 불과하다고 하였고, 웨스 펜런(Wes Fenlon), 조금 더 공격적으로 PCGAMER 매거진에 ‘메타버스는 개소리다’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불안한 코로나 시대에 과장된 마케팅으로 환상에 휘둘리지 않을 것을 강력하게 경고하려는 의도였다.


https://www.pcgamer.com/the-metaverse-is-bullshit/



2. 공채의 종말

코로나 이후 2020년, 많은 기업들이 채용방식을 공개 채용에서 수시 채용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당시 공채와 교육을 담당하던 나도 그 변화의 바람 앞에 서있었다. 당시 상사는 정기 공채를 수시채용으로 변경할 것을 지시하였다. 당시 회사는 제조업 기반의 회사였고 채용담당자는 2명이었다. 평균적으로 채용되는 연간 공채의 수는 40~50명이었고 경력직은 10~20여명이었다. 나는 직무가 안정적으로 레벨링 되어있고 타겟하는 기술, 스킬에 대한 Needs가 깊지 않은 우리 회사에서는 대졸신입 공채가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시로 채용되기에 채용담당자와 환경적인 케파가 적고 수시로 채용되는 인원들의 교육, 온보딩도 감당이 안된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상사는 이 토론 중 굉장히 격분했는데, 사실 이전부터 반복하여 지시한 것을 계속 반대하니 화를 낼 만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해가 안 되는 결정이라서 지시하였다고 마냥 수행하기는 어려웠다. 왜 수시채용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근거를 물었다. 그때 임원은 요새 공채를 운영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며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화를 내서 더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상사의 대답을 듣고도 나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상사도 트렌드에 밝은 경영진의 지시에 따랐던 것 같다.


2024년 과거 상사의 이야기처럼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시채용으로 채용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회사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서 공채와 수시채용을 적절하게 조화시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렌드이기 때문에 수시채용을 운영하는 것은 전문적인 판단을 미루고 유행에 편승하는 것이다.

수시채용은 인력이 필요할 때 적시와 적소에 채용이 가능하다는 점, 전문적인 기술, 스킬을 갖춘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는 점에 강점이 있다. 따라서 변화가 잦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IT, 스타트업, 컨설팅, 온라인쇼핑 등에서 활용도가 높다.

반면의 공개채용은 안정적인 모수 확보가 가능하고, 체계적인 채용절차 진행으로 회사 인재상에 가까운 인재를 다수 확보할 수 있다. 회사에서 온보딩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조직문화적으로 안정적으로 육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당시 회사는 앞서 말한 것 처럼 제조업으로 영업과 생산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직원을 확보해야 했고 신기술과 전문적인 경력직의 필요 인원 수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주된 채용은 정기공채를 중심으로 운영하되 전문직, 경력직에 대한 수시 채용의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더 나은 판단이었다.


GYH2023042000100004400_P4.jpg https://www.yna.co.kr/view/AKR20230420071300003


위 그림을 보면 수시채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트렌드이고 보편화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만든 [공채의 종말과 노동시장의 변화]라는 연구자료에서도 이러한 부분들이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급격하게 채용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한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실제로 수시채용으로 변경한 회사들은 채용절차 체계화, 조직력의 약화, 확보된 인원의 유지에 대하여 고민 중이라고 한다.

수시채용으로 채용방식을 변경한 많은 기업들이 빠른 변화와 새로운 기술이 필요에 따라 그러한 판단을 했는지 의문이다. 변경을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채용의 범위를 전환하는 점진적으로 적응해가도 되지 않았을까?

몇 년간 수시채용이 트렌드화되면서 경력이 없는 대졸사원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과거에 많은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진행한 공채는 아직 직무경험이 없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회적 공헌을 했다. 현재와 같이 모든 회사들이 수시로 직무경험이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면 직무경험이 없는 학생들은 어떻게 경력을 쌓을 수 있을까? 어쩌면 맹목적으로 유행을 따라간 것이 회사에서도 큰 이득도 없고 사회적 공헌 역할을 약화시킨 것일지 모른다.

생각을 전환하여 다른 회사들이 수시채용을 운영할 때 전략적으로 더욱 타당한 기업이 공채를 지속 운영한다면 회사에 적합한 인재상을 갖추었으면서도 로열티가 있는 인재들을 매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핵심인재 양성 -> AI를 통한 학습생태계 구축 /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2000~2010년대 회사를 리딩할 수 있는 핵심인재를 양성하는데 집중했다. 2000년대에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화 되면서 글로벌 리더의 양성을 힘썼고 이를 위하여 대상자를 선발하고 MBA 과정, 국외연수, 학위과정을 지원했다. 이후에도 사내 문제해결 및 변화 촉진을 위한 Chage Agent라는 것도 유행했다. 사내에 문제를 도출하고 C.A들이 모여 문제 해결방안을 기획하는 것이다. 2010년도에는 디지털 스킬이 혁신의 중심이 되면서 디지털과 전문직무지식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엘리트 교육방식은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제한된 인재풀에 자원이 집중되면서 구성원 간 공정성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지원했으나 엘리트에 선발되지 못한 인원들은 동기가 저하되기도 한다. 또한 실행가능한 스킬보다는 이론 중심의 교육으로 구성되어 교육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또한, 학위과정, 연수 이후에 핵심인재들이 퇴사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일부 엘리트에게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었다.

소재는 계속하여 변경되지만 핵심인재를 통하여 회사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와 상충되는 새로운 교육 트렌드가 제시되고 있다.


먼저, 교육의 개인화다. 기존에는 엘리트들에게 일반적 이론을 학습하는데 집중하였다면 AI를 활용하여 개개인별로 적합한 교육을 추천해주고 때로는 필요한 상황에 필요한 지식을 그때 그때 제공함으로써 전체적인 직원의 성장과 몰입을 강화하고 있다.

2024년 ATD(글로벌 최대규모의 HR 세미나)에서도 주요 아젠다로 AI가 103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이를 반영할 수 있는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는 40건, 3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통적인 HRD에서 과거에는 필수교육의 개발, 운영에 집중하였다면, 현대에는 AI를 통하여 즉시 지식을 지원을 받는 Nudge적인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 HRD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제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핵심인재에 대하 집중 학습이 아닌 업무 중 필요한 지식을 적시, 적소에 제공할 수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핵심인재 중심의 교육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업의 교육 우선순위에서 핵심인재 교육이 최우선 과제로 포함되는 비율은 점차 줄어들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유행을 넘어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전반적인 방향성의 조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24.png 2024 atd 코리아 JD Dillon의 현대학습생태계 강연 자료 중에서


AI로 인한 개인화 교육이 엘리트 교육과 병행할 수 있는 반면 DEI는 엘리트 교육과 정반대의 측면으로 병행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성이 높은 조직은 낮은 조직보다 재무 성과가 평균 25% 이상 우수한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내용을 기반으로 회사에 다양성을 의도적으로 높이려는 체계이다. DEI는 브랜드이미지와 ESG가 연계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주요 지표로도 활용되었다. DEI를 의식한 미국 기업들은 젠더, 문화, 인종의 다양성을 회사의 주요 정책으로 운영하였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최근 미국 대기업인 월마트, 디어앤코, 보잉 등 최소 10개의 기업이 다양성 경영 정책을 후퇴하고 있다.

급격한 정세의 변화로 이후 dei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 dei 정책 후퇴에 관한 기사 url :https://heraldk.com/2024/11/25/%EC%9B%94%EB%A7%88%ED%8A%B8%EB%A7%88%EC%A0%80%E2%80%A6%ED%8A%B8%EB%9F%BC%ED%94%84-%EB%8B%B9%EC%84%A0%EC%97%90-%ED%9B%84%ED%87%B4%ED%95%98%EB%8A%94-%E2%80%98dei%E2%80%99%EB%94%94%EB%B8%8C%EB%A6%AC/


앞서 본 사례들과 같이 HR도 유행을 탄다.

유행의 속성이 그렇듯 생성, 확산, 쇠퇴의 과정이 빠르고 때로는 지나치기도 하고, 불합리한 경우도 있다. 다양하게 파생되기도 하고 번복되기도 한다. 반대로 때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부정할 수 없는 변화일 때도 있따.

HR 담당자는 확산되고 있는 트렌드를 곧이 곧대로 사용하는 것보다 과거의 사례들을 살펴보고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트렌드는 잠시 잠깐의 유행인지, 시대적 변화의 흐름인지를 이해하고 회사에 어느 정도의 속도로 어떻게 활용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2. 오프보딩 : 하선하는 직원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