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일종의 사회과학자들이라 생각한다.
사회와 조직을 정의하고 분석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는 연구가이자 실험가들.
직장인들은 내, 외부 고객을 변화시켜야 하는 사람들이다. 외부 고객들이 우리 회사의 제품을 인식하고 매력적으로 느껴 구매행위까지 이어지게 만들어야 하고, 내부 고객들은 회사가 향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성과를 창출하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는 사람이라는 존재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만약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우리는 조직이나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고 일을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행위이게 된다.
세종대왕도 신하들이 백성은 우매해서 글을 가르쳐도 효과가 없는 우매한 존재라고 하며 훈민정음 반포에 반대했다. 이에 세종대왕은 이례적으로 화를 내며 백성이 변화하지 못하는데 너는 왜 정치를 하고 있느냐며 일갈한 뒤 실언을 한 신하를 파직했다고 한다. 세종대왕님의 말씀처럼 변화라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우리는 일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통하여 사람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 심지어 앞서 말한대로 일이라는 것은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믿는 나조차도 변화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을 반복하다보면 인간은 결국 변하지 않는 존재인가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생각에 빠져서 허우적 대다가 변화에 대하여 다양한 이론들을 공부해보고 변화에 대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현실에 실질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라는 개념을 구분하여 보고 변화가 어려운 이유와 어떻게 해야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자.
사람들이 쉽게 변화하지 않는 이유는 3가지, ‘몰라서’, ‘하기 싫어서’, ‘오래 걸려서’이다.
1. 몰라서
넓게 보면 우리는 사실 모두 변화를 해왔다. 걷지 못하다가 걷기 시작했고, 말을 못하다가 말을 시작하고 글을 읽고 쓰기 시작했다. 현재에 더 가까운 사례로는 신입사원 교육이 있다. 이상하게 면접 때는 빠릿빠릿했던 지원자들이 신입사원 교육만 들어오면 놀라울 정도로 어리버리 해져서 면접봤던 사람들과 같은 사람이 맞나 싶다. 과연 이 친구들이 잘 할 수 있으려나 이러한 우려를 매번 하지만 교육이 끝날 때 쯤엔 영민하고 청운을 품고 있는 한 명의 사원으로 거듭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거기서 더 나아가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나와 입사 후 10년 후의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많이 성장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러한 변화를 경험했음에도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우리 주변에 변화란 없다고 치부하곤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기존과 다른 행동할 수 있다. 우리는 학습과 훈련을 통하여 스스로를 성장해왔고 지속적으로 이를 수행하는 것은 우리가 변화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변화하지 않는 이유가 ‘몰라서’라면 우리는 학습과 트레이닝을 준비하며 된다.
물론 성장에 목이 마른 젊은 세대에게는 무척 유효하고 관성이 붙은 세대에게는 다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어떠한 연령대이건 간에 학습과 훈련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리버스 멘토링이 연령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사례이다. 리버스 멘토링은 고령세대 중에서도 학습을 통하여 성장할 수 있는 인재에게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제조업의 기반이었던 제너럴 일렉트릭(GE)도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감지했으나, 경영진 다수는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에 익숙치 않았다. 이에 GE는 젊은 직원들에게 임원들이 디지털 기술을 학습시키는 리버스 멘토링을 진행하였다. 작게는 이메일, 웹사이트 활용법에서 디지털 마케팅, 전자 상거래 등을 젊은 직원들이 교육했다. 진행 결과 디지털 플랫폼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던 임원들의 생각을 바꾸었으며 젊은 직원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대폭 차용하면서 디지털 혁신기업으로의 변화를 촉진했다.
많은 기업에서 리버스 멘토링을 연공서열 타파와 세대간 소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GE의 사례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임원들이 학습과 트레이닝을 통하여 회사를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 즉 임원인 내가 해당 기술을 몰라서 회사가 변화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짚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잘 아는 직원들이 있었고 수평적으로 학습이 가능했다는 것은 이미 갖추어진 환경이었을 것이다. 수평적인 소통을 위하여 리버스 멘토링을 수행한 결과는 아니었을 것이다.
리버스 멘토링이 잘 수행되려면 1) 임원들이 지금 변화를 위하여 학습할 지식, 기술이 있는지, 2) 직원 내부적으로 이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지 3) 수평적으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문화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렇게 학습과 훈련이라는 쉬운 변화의 방법이나 우리는 학습과 훈련을 멈추게 된다. 이 시점에 우리가 변화에 실패하는 이유는 2번째 단계로 넘어간다. 바로 ‘하기 싫어서’이다.
2. 하기 싫어서
변화를 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 아닐까 싶다. 신입사원에서부터 급격한 성장과 변화를 경험한 뒤 10여년전 후 변화하기를 멈추는 사람들이 생긴다. 반복된 업무 습관이 굳어지게 되고, 개인의 정체는 이미 현재의 방식으로도 충분히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조직의 관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조직적 관성을 개선하기 위하여 쿠르트 레빈은 해빙-변화-재동결이라는 단계로 변화를 관리하여야 한다는 이론을 만들었고 존 코터의 변화를 8단계 Process에 걸쳐서 추진하는 세부 실행 이론을 정립하였다. 쿠르트 레빈 변화 1단계는 ‘해빙’, 존 코터의 1단계는 ‘긴급성 부여’다. 두 이론 모두 첫 시작점을 관성에 빠진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시키는 것으로 규정한다.
관련 사례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발언이 유명하다. 1990년대 삼성은 글로벌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지만 저가 저품질의 제품 이미지로 일본 기업의 브랜드에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임원회의 석상에서 임직원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GE의 잭윌치도 ‘Number 1 or Number 2’ 전략으로 "사업 부문이 시장에서 1위나 2위가 아니면 철수하겠다"는 강경한 정책을 도입하여 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요점은 변화의 필요성을 관성을 깰 정도로 강력하게 전달해야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변화를 추진하는 사례에서도 기존 방식을 더욱 선호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발생했다. 이에 대하여 쿠르트 레빈은 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심리라고 생각했다. 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므로 투명하게 변화의 이점을 공유하고 저항하는 인원도 참석하게 하여 변화에 동참하게 하여 심리적 안정성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존 코터도 변화에 저항하는 자들을 악의 세력으로 보지 않았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나쁜 것이 아닌 변화를 진화시킬 수 있는 피드백인 것이다. 그들이 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변화정책에 시스템적/조직적 문제를 느꼈기 때문이고 이를 받아들여 변화를 더욱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또 존 코터는 변화에 따랐을 때 도출된 성과를 빠르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도 단계 중 하나로 강조했다. 우리의 변화가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어 저항은 점차 완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토마스 쿤은 과학 혁명의 구조라는 저서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은 기존 패러다임을 고수하던 사람들이 사라져야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를 잘못 이해하면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하여 기존 관습을 고수하는 사람들을 조직에서 떠나보내야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강압적인 방식은 사람들이 그대로 수행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변화의 효과가 좋아보이기에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에게 숨겨진 불만을 증대시키고 조직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며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변화를 동참하는 것이 아닌 추종하게 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또한, 억압의 정도가 강할 경우에는 노사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결과적으로는 조직 혁신의 효과를 저하시킨다.
따라서 강압적인 대응을 할 때도 변화에 대한 필요성 메시지를 투명하게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벌에 대하여 공정성과 근거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대응에도 극단적인 벌보다는 권한과 책임에 따라 단계적인 경고 조치를 해야한다.
회사에서 이러한 변화정책을 발표할 때 많은 HR기획자들은 생각한다. 저항 없이 스무스하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라고. 만약에 저항이 없다면 둘 중 하나일 수 있다. 직원들이 딱히 관심이 없던가, 아니면 이미 강압적인 조직문화를 경험하여 말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변화에 대한 저항을 조금 더 관대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존 코터와 레빈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변화를 추진하기 위하여 조직적으로 세밀한 프로세스를 기획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의외의 사람에 의하여 조직이 변화하는 경우도 종종 경험한다.
전 회사에서 지방에 공장이 있었다. 이 공장은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보수주의가 직원들 전반에 깔려있는 곳이었는데 2017년 신입사원 2명을 채용하여 배치하였다. 공장에서는 이례적으로 두 직원 모두 여자 신입사원들이었는데 사실 HR에서는 고민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신입사원들이 지방 배치를 선호하지 않았고 보수적인 남초사회에서 신입사원들이 겪을 어려움들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치하고 1~2년 사이 의외의 상황이 발생되었다. 우리의 우려와는 다르게 두 직원이 오히려 공장 분위기를 압도해버린 것이다. 신년사 영상을 위하여 각 공장에서 영상을 촬영하여 보내달라고 부탁하면 보수적이었던 공장이 가장 적극적으로 재미있는 영상을 촬영하여 보내주었다. 지천명을 넘어선 아저씨들이 하트 머리띠를 하고 회사와 공장 구호를 귀엽게 외쳤다. 보수적이고 재미없던 공장이 1~2년 사이에 가장 유연하고 즐거운 조직으로 변모했다. 이렇게 변화한 이유는 단순하게 딱 1가지, 두 신입사원의 깨발랄함이었다.
아마 어떠한 세대의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회사를 지루하게 다니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두 신입사원의 에너지는 매일같이 지친 하루를 보내던 본인들과는 다른 무언가였다. 그것은 젊은 시절 선배들 그 자신도 갖고 있던 것이었다. 자신이 잃었던 에너지를 다시 상기하고 함께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도 기존의 것들이 새롭게 와닿았다. 해빙이니, 긴급성 부여니, Process니 하지만 하기 싫다는 마음은 사람으로 인하여 간단하게 치유될 때도 있다.
첫번째가 강력한 리더십과 지속적인 관리, 두번째가 사람에 의한 변화라면 세번째는 환경에 의한 변화이다. 사람들은 성장하는 과정에는 변화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이미 변화하고 있기 때문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의 성장이 정체되었고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온다. 어떤 이들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다시금 학습과 훈련을 통하여 성장과 변화를 도모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다 그렇게 부지런한 것은 아니다. 변화는 해야하는데 학습과 훈련은 하기 싫을 때가 있다. 이때 사람들이 많이 하는 방법이 환경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팀, 직무이동, 회사 이동, 업의 이동을 하고는 한다. 부지런하지 못한 본인을 알고 경계하여 본인을 어려운 환경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그로 인한 변화의 효과는 탁월하다.
새롭게 펼쳐진 환경 속에서 기존의 나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게 된다. 이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맹자의 ‘우환 속에 살아나고, 안락함 속에서 죽는다’라는 도리를 아는 것이다.
3. 시간이 오래 걸려서
변화가 어려운 이유 세번째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명제의 객체는 기질을 말한다. 앞서 말한 방법으로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으나 기질 그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있는데 스티븐 코비가 대표적인 명사이다. 스티븐 코비는 습관이란 본질적으로 작은 변화의 반복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의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 나아가 기질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도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설파한 바 있다.
기질은 물론 변화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시간과 좋은 습관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부분의 한계점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부분이다. 기질이 바뀐다는 것은 인생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스티븐 코비는 최소 1~3년의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했고 성격의 5요인 모델에서는 성격이 인생 후반부에 변화할 수 있지만 이러한 변화는 5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누적적으로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각 회사의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도 일반적으로 3~5년의 지속적인 훈련을 목표로 한다. 평균적으로 변화는 3년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봐야한다.
또한 변화에 대한 변수로 환경적 지원, 변화의 지속성과 동기 등 다양한 요인으로 그 기간의 변동폭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기질이란 것은 변화를 하긴 하지만 인내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마음이 급한 우리는 변화를 선포하고 6개월 뒤에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고민하고 9개월 정도 뒤에는 어째서 변화하지 않는지 고민하다가 포기를 하기도 한다. 또, 변화에 대하여 부정적인 전제를 갖고 변화를 하는 척만 하기도 한다. 변화가 실패하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 쉽게 포기하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변화라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면 이루어지는 그런 단순한 것일지도 모른다.
변화라는 어려움에 부딪혀 고민 중인 HRer들이여 원래 변화라는 것은 어렵고 오래 걸리며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고 너무 결과물에 대한 욕심을 내기보다는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제시하여 혁신관리를 지속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