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성과주의vs유럽식 워라벨, 그 사이 코리안스타일

by 지서방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한국의 수직적 문화와 과도한 업무강도를 비판하는 용어이다. 반면, 해외 글로벌 회사들은 유토피아처럼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실제 국가별 근태와 보상 체계를 살펴보면 그러한 단순 비교는 과도한 일반화일 수 있다.

한국의 과도한 업무 강도와 수직적 문화를 비판하는 '헬조선' 담론의 원인은 훨씬 복잡하다.

본 글에서는 미국형, 유럽형, 한국형의 근무·보상 체계를 비교해보면서 한국의 회사생활이 헬이 된 이유를 살펴보자.


1. 미국형_성과 중심의 자본주의 마인드

미국은 급여 체계가 시간당 급여를 계산하는 Wage와 주, 월, 연단위로 고정금액을 받는 Salary로 나누어진다.

Wage는 주로 서비스직, 생산직, 파트타임 근무 등에서 사용되며 일한 시간만큼 급여를 받는다. 법적으로 초과근무의 대상에 해당한다.

반면 Salary는 전문직, 관리직, 사무직 등에서 사용되며 Exempt(초과수당 면제 전문직) 또는 Non-Exempt냐에 따라서 초과수당지급 여부가 달라진다.

Non-Exempt는 사무직 중에서도 고객 서비스 담당자, 행정보조, 사무보조, 콜센터 상담원, 계산원, 식당 종업원 등이 속해 있다. Non-Exempt는 초과근무수당에서 ‘면제되지 않은’ 직원을 말한다. 이들은 주 40시간 초과근무시 시간외근무수당(1.5배)을 필수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Exempt는 관리직, 행정직, 전문직, 특정 수준 이상의 컴퓨터개발직, 외근 영업직 등이다. 이들은 주당 40시간을 초과하더라도 법적으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다.(물론 회사 정책상 지급은 가능)


Non-Exempt 직원들은 근무시간이 길수록 생산량이 증가하는 업무들이고 Exempt 직원들은 근무시간과 급여는 관계가 없으며 성과로 생산량이 증가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Non-Exempt 직원들은 사무직 근로자도 단순 업무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Exempt 직원은 다 더 직무가치가 높은 직무들이라는 것이다. Exempt 직원들은 더 높은 직무가치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초과수당 없이 자발적인 노력을 통하여 목표를 달성하면서 본인의 직무를 유지하고자 한다.

여기에 채찍질을 더하는 것이 미국의 해고제도의 유연성이다. 미국에서는 해고에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지 않는다. 회사의 상황이나 CEO 마음에 따라 해고를 할 수 있다.

결국에 Exempt 직원은 본인의 직업을 유지하기 위하여 워라벨을 포기해야 한다. 단순하게 성공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하여 워커홀릭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는 당연히 내부적으로 경쟁적인 조직구조를 만든다. 나에게 주어진 성과를 어떻게든 달성하기 위하여 별도의 점심시간 없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근무를 하고, 회사에서 원한다면 밤낮없이 근무를 한다고 한다. 야밤에 거래처와 이메일이 오가는 것이 비일비재한 일이다. 미국은 워라벨 보다는 부의 축적에 가치를 두고 명확한 차별성을 갖고 대한다. 그만큼 극악의 업무강도가 생활화되어 있다고 한다.

유지 이상의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워커홀릭, 준수한 머리, 지치지 않는 체력, CEO를 거슬리지 않는 눈치, 운 등을 복합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잠은 죽어서 자는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미국에 자본주의 마인드, 직무급적 생각에서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 자본주의적 직무급여시스템은 비인간적인 경쟁체제를 만들기도 하지만, 반면 그동안 미국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기도 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국적은 2000년대 이후부터 미국기업들이 주도권을 갖게 되었으며, 2025년 현재도 과반수 이상(7~8개)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는 엄청난 노력을 하면 사회적 성공, 부의 축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자본주의적 신뢰가 깔려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 넓은 산업시장과 노동시장은 성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Non-Exempt, Wage 체계로 그 나름의 삶을 지원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측면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미국에 근태와 보상체계는 확고한 자본주의 철학을 반영하였으며, 그에 따른 일장일단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2. 유럽형_삶의 질 우선 복지 체계

유럽의 독일, 프랑스에서는 미국과는 다르게 직무별 차등을 두지 않고 근무시간에 따라 시간외수당을 지급한다.

독일에서는 초과근무수당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을 보호하기 위하여 해고의 사유를 명확히 입증해야 하며 장시간의 노동보다는 집중, 효율, 휴식을 보장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같은 방침에서 종업원의 행복을 보장하기 위하여 노조 권리도 강력하게 보장한다.

프랑스는 라이프적인 측면을 더욱 강하게 보호하는 입장이다. 독일은 주 48시간 근무제가 기본인 반면, 프랑스는 주35시간 근무제로 다른 국가에 비해서 낮은 수준의 소정 근로시간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퇴근 후 연락금지’를 법제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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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형은 자본주의적 마인드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모든 직종에 동일한 노동권을 보장하고 사무직의 레벨과 관계없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한다. “처우가 높은 직무는 더 부려먹어도 된다”는 문화는 없다. 성장보다는 ‘삶의 질’, ‘인간의 존엄’, ‘공평/공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초과근무에 대하여 초과근무수당 뿐만 아니라 대체휴가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고, 노조와의 단체협약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유럽형 근태/보상은 근로자들을 사람으로서 대우하고 워크보다는 라이프를 중시하는 성향으로 미국과는 반대의 일장일단이 있다.

강력한 해고 보호 규정은 기존 근로자에게는 기업입장에서는 내부인력의 순환을 어렵게 하고 새로운 시장 진출, 기술 도입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소득에 대한 높은 세금과 사회보장 기여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성공에 대한 욕심이 많은 열정적인 직원들에게 만족스러운 보상을 주기 어렵다.

이러한 정체적인 노동시장 시스템은 경제 성장률 둔화는 물론 고용시장에서도 신규 직원을 채용하기 보다 자동화, 시스템화를 선호하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안정적이고 평화롭지만 혁신이 지체되고 전체적인 시장, 고용이 경직되는 문제를 함께 갖게 된다.



3. 한국형_워라벨, 성과보상 절충이면서 모순

한국은 기본적으로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다. 특히, 유럽형 중 특히 독일 법체계에 기반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법은 근로자의 안정과 보호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독일과 같이 근무시간에 따라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고, 정당성 없는 해고는 할 수 없게 되어있다.

법 체계는 유럽형의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형태이나, 현실에서 회사들은 미국형의 성과주의, 자본주의적 형태의 근태, 즉 워커홀릭 수준의 업무강도를 요구했다.

회사의 공식적, 비공식적 요구에 따라 근로자의 근무시간은 증가하게 되고 유럽형 법체계에서는 회사의 초과근무수당 지급액은 늘어나게 된다. 회사들은 근무강도는 강하게 가져가지만 초과근무수당은 지급하고 싶지 않았다. 미국형 Exempt 제도가 있으면 좋겠지만, 한국에서는 의사와 같은 특수직무를 제외하고는 시간에 따른 초과수당을 지급해야 했다. 결국 회사들은 이러한 괴리를 회피하기 위하여 초과근무를 지급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형태로 변질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심플하게 초과근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근로자의 권리에 대한 성숙도가 희미했던 1980~2000년대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2010년대가 되면서 근로자들은 본인들을 위한 법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회사와 다툼 끝에 승소하는 사례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에 점진적으로 많은 회사들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한다. 이후에는 시간외수당이 생긴 경우에는 초과근무수당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하여 통상임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라는 조건의 수당을 만들었다. 또는 포괄임금제를 개발하고 근무시간을 측정하지 않아 초과근무수당 지급을 제한하기도 한다. 법정 근로시간이라는 핑계 아래에서 주 52시간이 넘는 경우에는 근로시간을 인정하지 않는 형태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결국 혁신도, 워라벨도 챙기지 못한 채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들이 쌓이면서 헬이 되어갔다.


최근 근로자의 인권,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이러한 법 테두리 경계선을 외줄타기를 하는 형태의 근태/보상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반대로 미국형 자본주의 마인드가 더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업무의 효율화와 강도를 더욱 강하게 가져가되, 보상도 확실히 주어져야 한다는 관점을 가졌다. 가령 토스와 같은 경우에도 이러한 가치를 법 체계가 아닌 회사의 조직문화로 강행하고 있다.

이러한 두개의 상반된 의견의 공존은 워라벨은 지켜지면서 보상은 강화되어야 한다는 아전인수격 논리로 변질되기도 한다.


구성원 중에는 이러한 법체계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태업을 쉽게 잡아낼 수도 없고 설령 잡아냈더라도 해고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우니 근무시간을 의도적으로 지연하여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다른 사람들의 무의식 중 업무 분위기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정치적인 이유로 업무가 진행이 안되는 경우,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 회의시간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등 비효율적인 근무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사실 미국형과 유럽형 모두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단점들이 크게 부각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를 보완하고자 미국형에서도 워라벨을 중시하는 문화가 나오기도 하고, 반대로 유럽형에서도 혁신을 지향하는 회사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방향을 보면 한국형이 결과는 엉망진창처럼 보이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잘못되었다고만 할 수 없다. 다만, 회사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자본주의적 방향성이 법적으로 아예 반영할 수 없다는 측면이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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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재된 현실은 문제지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면 한국형 모델은 발전 여지가 있다. 법체계 자체는 이미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미국형처럼 일정 직군, 직무에 대하여 또는 계약을 통하여 Exempt 직원과 같은 형태로 법적 제한을 일정부분 열어두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일정 직무에 한하여 근로자와의 합의하에 초과수당을 포기하고 성과급으로 보상하는 계약모델을 도입할 수 있다. 이는 워라벨을 희생할 준비가 된 인재에게 기회를 주는 동시에, 조직은 유연하게 고성과 문화를 설계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형 모델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러나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면, 미국형과 유럽형이 균형을 찾기 위한 답에 한발 더 먼저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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