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대평가의 등장
2022년 이직하면서 처음으로 절대평가를 경험했다.
그 전까지는 상대평가를 받았다. 회사마다의 문화이기도 하겠지만 전 회사에서는 평가에 대하여 큰 이의가 없었다.
상대평가 시 리더는 “누군가는 B등급을 받아야 하지 않겠니”라는 멘트로 본인의 기준을 뭉뚱그렸고 구성원도 팀을 위한 자기희생적 기분을 내면서 내키지 않은 등급 하향을 경험하고는 했다.
상대평가의 대표적인 단점 중에 구성원간 갈등, 팀워크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내가 있던 조직은 조금 더 한국적이라서 그런지 큰 이슈로 붉어진 적은 없었다. 오히려 승진시점에는 밀어주고 결과가 관계없는 경우에는 내려와 주는 상부상조식의 평가가 만연했다.
불만이 있는 인원도 있으나 조직 전체가 그런 분위기면 쉽게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법이다. 젊은 세대들은 불만을 가슴 한 켠에 축적하면서 근무를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점차 늘어났다. 마침 인사의 트렌드 역시 절대평가가 대세가 되면서 여러 회사들이 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나도 상대평가는 조직분위기의 안정화하는 측면에서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동기부여가 어려운 점, 성과에 대한 기준이 부재하다는 점 등 인사적인 관점에서 절대평가가 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도착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2. 절대평가가 아닌 그 무언가
절대평가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2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번째는 평가/성과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두번째는 리더들이 성과관리에 대하여 높은 수준의 이해와 공감이 있어야 한다.
2022년 처음으로 경험한 절대평가에서 이 두가지 전제가 준비되지 않았고 절대평가는 빠져나오기 어려운 미로 속에 빠진다.
처음 절대평가 방식을 안내했을 때 리더와 구성원 모두 좋아했다.
발표 후 Q&A 첫 질문은 “기준만 넘는다면 모두 S등급을 받을 수 있나요?”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평가를 하면 상대평가에 비하여 더 높은 평가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평가를 진행하자 우수등급을 주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실제로 높은 기준의 성과가 있었다면 우수 등급이 높은 비율로 나와도 관계없으나, 전년도와 대비하여 회사 성과는 더 나아진 점이 없었던 반면 우수 등급 대상자는 많아지게 되었다.
또 일부 조직에서는 대다수의 구성원에게 낮은 등급이 부여하고, 다른 조직에서는 많은 인원에게 우수 등급이 부여하게 되어 형평성의 문제도 발생했다.
이렇게 강행될 경우 엄격한 기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 리더들만 바보가 되는 결과가 만들어진다. 이런 경험을 한다면 리더들은 엄격할 필요성이 없어질 것이고 그것은 관대화를 더욱 가중시킬 터였다.
결국, 회사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점수의 평균조정, 리더들과 협의를 통한 평가 재분배였다. 전체적인 평균점수를 토대로 본부별 점수를 조정하고 이 평가등급 결과에 대하여 리더들과 다시 합의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것이 정말 절대평가가 맞냐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그에 따라 리더들과 구성원의 수용성은 떨어지고 동기부여의 효과도 누리기 어려워진다.
결국 절대평가 도입하고자 했던 평가는 절대평가도 아니면서 상대평가도 아닌 그 무엇인가가 되었다. 결국에는 HR이 원하는 등급 분포를 만들어냈지만 절대평가를 도입하면서 느꼈던 일련의 과정은 고통스럽고 부끄러웠다.
이러한 실패는 전제 자체가 갖고 있는 현실적이 어려움 때문이었다.
1) 평가/성과기준 명확성의 난점
평가와 성과기준을 명확히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간단한 문장 같지만 실제로는 실현하기 어렵다. 평가 전 목표수립 시 모든 직무에 대한 성과 기준을 균일화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리더, 구성원들의 목표를 검증해야 하는데 회사마다 특색이 있겠지만 구성원이 큰 덩어리로 같은 일을 수행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한 팀 내에도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때로는 협업의 형태로, 때로는 개개인이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수립해야 하는 목표의 기간, 수, 난이도도 모두 제 각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직무들에 유사한 수준의 성과기준을 수립하는 것을 HR이 수립할 수는 없다. 양적으로도 그렇지만 직무 전문가들의 성과 주장에 대하여 HR이 그에 대한 반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질적으로도 옳다고 보기 어렵다.
HR만의 역량으로는 절대평가를 위한 기준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 리더들의 높은 수준의 이해와 공감
결국 절대평가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현업의 적극적인 HR 업무지원이 필요하다. 목표수립에서도 다른 직무들과 균일한 목표를 수립해주어야 하고 평가 시에도 관대화 없이 설정된 기준에 따라 평가를 해야 한다. 또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상시적인 성과관리도 진행해야 한다.
리더는 사실 위의 HR관련 업무 외에도 이미 충분히 바쁜 사람들이다. 현업 업무가 아닌 HR의 시키는 사항을 하는데 장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면 이것은 비효율이라고 느낄 수 있다.
기존과 달라지는 제도에서 수반되는 불편함, 적응시간 등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 중 하나이다.
방향성에 대하여 심도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여도 그래서 뭐가 좋아지는데?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한번의 메시지 만으로 따라오는 리더는 많지 않으며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3. 절대평가를 향하는 그 무언가
2023년 우리 팀은 고민에 빠졌다.
상대평가로 회귀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이렇게 효과가 없는 결과라면 절대평가를 유지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모두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절대평가를 고수했다. 그것은 일종의 인사담당자로서의 자존심 같은 것이었다. 상대평가는 편한 방법일 뿐 좋은 방향은 아니었다.
또 급하게 절대평가를 도입하였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아직 모두 펼치지 못했다는 생각도 컸다.
우리가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은 리더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절대평가의 취지와 리더의 중요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특히 목표수립 시 넣어야 하는 요소들을 정하여 가이드 했고 혹 요소가 빠진 경우에는 다시 목표수립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성과를 정리하여 작성하고 리더는 피드백을 해줄 것을 매월 요청했다. 당연히 불만이 없을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익숙해진다. 3년차가 된 2024년이 되었을 때 리더들은 큰 이슈 없이 목표수립과 월별 성과관리를 따라와주었다.
구성원들의 목표수립에 대한 긍정인식도 향상되었다.
평가 시에도 관대화를 줄이기 위하여 캘리브레이션 세션을 HR이 참여하여 운영하였다. 세션을 통하여 각 리더들은 팀원들의 평가등급을 이야기하고 본부에서 선출해야 하는 S등급 인원들의 성과를 논의하였다. HR은 리더들의 성과 판단 기준과 추천인원을 정리하고 본부장과 협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의 방식이 절대평가라고 할 수는 없다.
목표 수립 시에는 목표의 난이도가 적정한지까지는 논의하지 못하고 있으며 평가에서는 여전히 관대화가 발생하고 있어 리더들에게 조정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평가 시에 성과뿐만 아니라 역량, 태도, 환경이나 상황을 참고하여 종합적으로 평가를 하면서 팀별로 개별적인 기준으로 평가가 진행 중이다.
성과기준의 명확성과 평가의 공정성을 사람으로 풀려고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아직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기는 하지만 2023년 회귀하는 결정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절대평가가 아닌 그 무언가이지만 전 구성원이 목표에 대하여 논의를 하고 성과를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도 우리의 평가는 정착되고 있다.
절대평가는 어쩌면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한 과정과 문화가 핵심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