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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서방 Oct 21. 2024

3. 채용의 목적1 : 어벤져스 어셈블

1. 히어로의 슈퍼파워

회사에서 업무 중 슈퍼파워를 가진 히어로를 만난 경험이 있는가? 누군가가 나는 10명 이상의 히어로를 만나봤다고 대답한다면 미안하지만 믿기 어렵다. 그들이 말하는 분들은 상위 10~20%수준의 우수 인재일 것이다. 물론 그들도 좋은 인재들임에는 분명하나, 여기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히어로는 개인의 능력으로 회사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인재를 의미한다.

회사생활을 10여년 하면서 내가 어느 정도 인식하는 사람의 수가 500여명 정도 될까? 대략 500여명을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개인의 슈퍼파워로 회사에 엄청난 변화를 주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3명 이내였다. 히어로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500여명 중 3명, 1%가 채 되지 않는다. 나는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유니콘이나 용과 같이 전설에나 회자되는 무엇처럼 아예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희소한 전설의 히어로를 한번 만나게 되면 그 짜릿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가장 최근에 만난 히어로는 회계사 출신의 재경 팀장이었는데 업무 리딩, 소통능력, 인격적 소양 모든 면에서 원 오브 올이었다. 

회사의 회계 전문지식을 통하여 비용으로 보던 것들을 자산으로 변경하였고 재무 Process를 정교화 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현업과의 갈등도 원활한 소통으로 해결했다. 그동안에 인지 못했던 회사 내 재무적인 리스크들도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히어로는 리스크뿐만 아니라 대안까지도 제시했다. 구성원들에게도 같은 방향성을 요구하여 구성원들도 시나브로 역량 향상이 되었다. 좌석배치 상 인근에 있던 나도 몰래 다양한 능력을 관찰하고 배워서 나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학교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전교 1등이 항상 도서관에 제일 오래 있듯, 일을 제일 잘하는 히어로도 항상 회사에 있었다. 항상 초집중, 몰입 상태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영화 속 히어로의 특징 중 하나는 빌런 조차도 히어로가 엄청난 존재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그가 회사 최고의 인재라는 것에 반박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회계사 출신이다 보니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는데 연봉의 곱절을 지급하더라도 우리에게 주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아깝지가 않았다. 히어로의 성과를 내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HR에서 어렵게 채용에 성공한 인원이 활약을 하니 묘한 자부심도 생겼다. 

나는 안타깝게도 히어로의 슈퍼파워를 갖추진 못했다. 변화를 절실하게 갈구하고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했으나 역부족인 면이 언제나 있었고, 그것이 괴로웠다. 그래서 슈퍼파워를 가진 히어로를 채용한 경험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꼭 내가 변화를 만들지 않더라도 ‘히어로를 채용을 통하여 회사를 변혁할 수도 있구나, 채용은 회사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졌구나’라는 관점을 갖게 되었다.

나는 배트맨은 아니지만 하늘에 탐조등을 쏘아 배트맨을 불러오는 고든 경감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2. 이상과 현실의 괴리

 구글, 넷플릭스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서는 아마도 이러한 짜릿한 경험을 더욱 많이 한 것 같다. 수년간 채용에 상당한 공을 들여 히어로들이 모인 어벤져스 조직을 완성했다.

일반적인 채용 Process는 2차 정도, 많아도 3차인데 반하여 어벤져스들은 7~8차까지도 진행된다.  채용 기간도 기본적으로 3개월 이상, 1년 가까이 진행된 적이 있다는 소문도 있다.

(구글은 데이터 분석을 통하여 현재는 4회로 한정하였다고 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일해보고 싶은 꿈의 기업에서도 히어로를 뽑는데는 많은 절차와 시간이 소요된다. 일반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기업에서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또 회사 규모나 상황에 따라서 지원할 히어로가 존재하는지도 불확실하다. 여유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영원히 오지 않는 히어로를 기다리며 현업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느 정도 합리적인 선에서 현실에 타협을 하며 채용을 하고 있다. 실제로 채용이 안될 경우 기능이 멈추어 버리기도 하고 같은 팀 내 다른 구성원들의 업무강도와 스트레스가 급증하니 HR의 이상만을 주장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여 처음부터 히어로의 채용이 가능했을까? 그들도 처음엔 스타트 업이고 중소기업이었다. 

그들은 이러한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그 과정을 유추해보면 


1.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인정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히어로의 채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며 현실에 양보해야 하는 기간이 길었을 것이다. 다만, 그 와중에도 히어로의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합의하고 실현하기 위하여 다방면에서 노력했을 것이다.

2.     회사의 핵심 업무에 대하여 히어로를 우선적으로 채용 or우선적으로 상위 20% 수준의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체계 구성 현실적인 범위에서 운영할 있는 채용전략을 세우고 운영했을 것이다. 

3.     1의 마인드와 2의 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모집인력 수준과 범위를 차츰 높였을 것이다. 같은 과정이 2~3년 정도 지나면서 회사 내 우수인재의 비율이 늘어났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실패가 반복됐을 것이다. 충원의 지연으로 인한 구성원의 불만도 폭주하고 그렇게 채용한 인원이 히어로가 아닌 경우도 발생했을 것이다. 실패와 불만 속에서도 히어로를 점진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집요하리만큼 추구했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이러한 행보를 보이고 노력한 끝에 어벤져스가 되어가는 기업들이 많이 보이고 있다. 글로벌기업 정도의 에너지는 아니더라도 일반의 기업보다는 심도있게 채용과정을 설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선발 차수를 늘리거나, 과제수행에 대한 면접을 하거나, 1차수의 장시간 운영하고 난이도를 높이는 등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장치를 곳곳에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준 기업들이 한국에서 내놓으라는 인재를 보유함과 동시에 최고의 기업 중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3. 어벤져스 어셈블 : 컬쳐핏

 ‘아폴로 신드롬’이라는 단어가 있다. 1960년대 메리디스 벨빈이라는 경제학자가 상황별 팀의 성과에 대하여 연구했다. 연구 내에서 의도적으로 우수 인재들로 구성된 팀을 만들었는데 이를 아폴로 팀으로 명명했다.

그리고 아폴로팀과 타팀들의 미션수행 결과를 비교하였다. 

예상과는 다르게 아폴로 팀들의 성과가 그다지 우수하지 않았다. 

우수한 인재로 모집된 아폴로 팀원들은 누구도 설득당하지 않았고 서로 다른 팀원의 주장에 대한 맹점을 찾는데 시간을 소모했다. 자존심 강한 천재들의 대결은 정치적인 관계를 조성하였고 목표에는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 한 것이다.


 스포츠에서도 이런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는데, 2004년 미국 올림픽 농구팀에 대한 일화가 유명하다. 미국의 ‘드림팀’이라는 명성을 잇기 르브론 제임스, 카멜로 엔서니, 앨런 아이버슨 등 당시 NBA최고의 스타플레이어를 모았으나 팀워크와 소통의 부재로 인하여 그리스, 아르헨티나와 같은 상대적으로 열세인 팀과의 대결에서 패배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놓치게 된다.

영화 어벤져스에서도 이러한 클리셰를 다루고 있다. 어벤져스들은 그동안 개인의 미션들을 잘 해결에 왔으나 팀으로 하나의 미션을 수행할 때 상반된 가치관으로 인하여 팀이 해체되고 패배한다. 

이후 어벤져스는 다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14,000,605개의 미래 중 승리하는 기적과도 같은 1개의 미래를 달성해낸다.



이처럼 1명의 히어로를 선발은 우리에게 짜릿함을 주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2004년 미국 드림팀은 팀워크와 소통, 어벤져스에서는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어벤져스 기업에서도 이러한 경험이 있던 것인지 어셈블을 위한 대안을 곳곳에서 살필 수 있다.

어벤저스 기업들의 어셈블 전략은 컬쳐핏이다. 한국 어벤져스 기업들도 차수를 많이 늘릴 수는 없지만 컬쳐핏에 대하여는 전문 선발위원을 양성하여 최대한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히어로들을 어셈블하고 있다.

또한 상호신뢰를 위하여 솔직한 소통을 나누고 협력하기 위한 활동을 조합하고 있다.


히어로의 선발에서부터 어벤져스를 구성하고 한 방향의 미션을 달성하기까지 최소 2~3년간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 마지막 조각으로 컬쳐핏을 통한 어셈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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