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또라이 비용
최복동! ‘최고의 복지는 좋은 동료다’라는 문장은 넷플릭스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많은 기업들의 채용의 기본 마인드로 자리 잡았다.
이 명제에 대하여 많은 HR담당자들은 ‘참’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큰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위 명제의 대우인 ‘최악의 동료는 지옥을 만든다’ 문장 역시 우리가 채용과정에서 곱씹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어느 조직이건 항상 또라이라고 불릴 만한 이상한 직원들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도 없다면 그건 바로 내가 또라이이기 때문이다.” 소위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몇 년 전 인터넷에 유행했고 이후에는 오피스 빌런이라는 개념으로 영화와 사연을 이야기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도 만들어졌다.
이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빌런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채용 필터링 과정 빌런을 막기 위한 고민과 준비가 부족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
2007년 스탠퍼드 대학에 로버트 서튼 교수는 이러한 또라이(Asshole)들의 폐해에 대하여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칼럼을 기재했다. 또라이는 인신공격, 개인 영역 침범 등 12개의 대표적인 행태를 보이고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직, 간접적 피해를 총 또라이 비용(Total Cost of Jerks)이라는 이름으로 산출하였는데 16만 달러(당시 한화 1억 5천여만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위 그림을 보면 서튼 교수가 이야기한 또라이들의 12가지 행태가 보이는데, 현실과 비교해봤을 때는 일부 또라이들만 표현되어 아쉬움이 있다. 또라이들의 다양한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또라이가 된 원인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가 그동안 관찰한 또라이는 원인에 따라 크게 불안형, 통제형, 무능형으로 카테고리가 나누어진다.
2. 또라이 카테고리
1) 불안형 또라이
스트레스, 우울증, 양극성 장애, 신체적 문제 등 다양한 원인으로 극단적으로 감정기복이 큰 사람들이 있다. 감정의 변화에 따라 의사소통 방식이 달라지고 의사결정도 달라진다. 감정기복 또라이가 상사일 경우에는 기분 좋은 경우에만 보고를 해야 한다.
후배일 경우에는 감정 컨트롤을 도와주기 위하여 많은 인원들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이들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지는 경우, 공격행위를 하기에 다다른다. 개인의 불안정성이 조직 자체 또는 개개인의 불안으로 옮겨가고 이로 인한 불필요한 에너지와 비용이 증가한다.
이러한 또라이는 사실 인성 문제 보다는 신체적, 정신적 문제나 주변환경에 따라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안타까운 또라이이기도 하다. 어렵긴 하지만 좋은 환경과 상담 등으로 회복을 노력해보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러한 내면적인 케어는 사실 가정에서 돌봄이 필요한 부분이지 회사가 이러한 케어까지 신경쓰기는 어렵다.
회복의 가능성, 회복기간 동안 조직 내부적으로 고통을 감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사회에서 기분이 곧 태도가 되는 미성숙한 태도가 문제의 본질이기에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 통제형 또라이
통제형이란 본인이 원하는 목적을 위하여 환경,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경향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통제형 사람들이 곧 또라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통제형인 사람들은 몰입에 능하고 리더십이 있다. 환경을 통제하기 위하여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기 때문에 노력형, 체계형 일잘러가 많았다.
다만 이것이 선을 넘는 경우, 즉 윤리,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넘어 맹목적 결과주의에 이를 경우, 동료나 사람을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말 정도로 대하게 된다. 이를 소시오패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서 말한데로 이들은 일을 잘하기 때문에 직책자 중에서 많이 목격된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높은 자리일 수록 영향력 범위가 더욱 커지기 때문에 통제형 또라이의 패악질의 위력은 더욱 크다.
성과를 빌미로 가스라이팅, 협박과 강압을 반복한다. 이에 대하여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또는 그의 상사에게는 잘하는 얍삽한 유형이기에 쉽게 면책받거나 이슈화되지 않기도 한다.
(일을 잘하는데 좀 괴팍해 정도로)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초기에는 회사를 위한 것일 수도 있으나 차츰 이기적으로 변질된다.
종국에는 구성원 뿐만 아니라 회사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3) 무능형 또라이
무능형 또라이는 회피형 또라이와 나르시시스트 또라이로 나누어진다.
① 회피형 또라이
회피형 또라이는 일을 최소한을 하기를 원하고 권한도 책임도 부담을 갖는다. 이러한 또라이는 성과가 별로 없기 때문에 높은 자리에 올라갈 확률이 높지 않으나, 상위 직책에서 발견될 경우에는 타격이 크다.
직책자가 된 회피형 또라이는 의사결정을 미루는 형태로 우리를 괴롭게 하는데 최종까지 미룬다. 오랜 고민 끝에 좋은 의사 결정을 하는 것도 아니다. 실무자는 어쩔 수 없이 예측하면서 업무를 준비하게 되고, 이후 결정이 꼬이게 되면서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낸다.
그러고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예측한 실무자의 탓으로 은연 중에 넘겨 버리고 만다.
이러한 유형은 후배가 열정적으로 일을 만들어 오면 오히려 성질을 내는 경우도 보인다.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적으로 업무를 하지 않고 피하려고 하는 문화가 퍼지게 된다.
아마도 미국에서는 해고가 조금 더 용이하므로 이러한 유형의 또라이가 많이 발견되지 않았는지 서튼교수의 또라이의 12개 행태 중 회피성 내용은 언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입사하면 해고가 어려운 한국에서는 연공에 따라 높은 직책을 다는 경우도 아직 많으므로 종종 목격할 수 있는 유형 중 하나다.
이러한 유형의 열심히 하는데 능력이 부족한 케이스를 말하지는 않는다. 업무를 회피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스타일을 말한다. 업무를 회피한다는 것은 본인의 책임을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넘긴다는 것이고 이것은 본인의 안위를 이기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인성적인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② 나르시시스트 또라이
나르시시스트 또라이는 자기애적 성향을 지녔기 때문에 본인의 실제 능력보다 훨씬 더 능력을 갖추었다고 스스로 믿고 있다. 따라서 자신은 이미 완성된 완벽한 인간이므로 노력을 통한 성취를 게을리하고 마치 성과가 있는 것처럼 꾸미기에 집중한다. 이러한 유형은 본인의 능력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자격지심을 갖게 된다. 나르시시스트 또라이는 자격지심에서 자신을 방어하고자 공격성을 드러낸다.
본인의 비판이나 무능력을 느끼게 되면 구성원을 공격하게 되며 이에 근거는 없다. 오직 본인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하여 공격을 시작한다.
내가 만났던 최악의 빌런이 이러한 유형이었는데 나르시시스트 또라이는 무능력과 공격적인 모습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 미치는 악영향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공격적인 모습을 다양하게 보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떠한 유형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불안형인 듯하기도 하고 통제형 같기도 했다.
처음에는 무능력이 먼저 파악됐다. 후배이기도 하고 업무적인 기대는 갖지 말자고 생각했다. 주요 업무는 다른 팀원과 나누어 하면 처리할 수 있으니 그냥 후배로서 안고 가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빌런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자격지심을 자극하는 요소였던 듯 하다.
그는 점점 삐뚤어지더니 360도 공격을 시작했다. 구성원들이 자기들끼리만 협업을 하고 본인은 따돌림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본인과 협업을 하지 않는 다면 다른 팀원들과 협업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팀원이 임원들이나 전사에 메일을 보내는 것은 멋있어 보이는 업무였나 보다. 팀장의 업무 배분에 따르지 않고 다른 팀원의 업무였던 것을 독단적으로 먼저 전사, 임원 메일을 보내는 형태로 빼앗았다.
이러한 상황을 조정하기 위하여 회의나 리더와 1:1을 진행할 때는 자극적인 단어와 언성을 높이며 절대 수용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리더와 구성원을 공격하고 그 반격으로 본인을 공격하게끔 만들어 녹음을 하려고 했다. 녹음한 내용은 본인의 직장 내 괴롭힘의 근거로 쓰일 터였다.
이러한 상황이 매일매일 발생하면서 리더와 구성원의 정신은 피폐해졌고, 나름 드림팀이라고 생각하던 우리 조직이 빌런 한명으로 인하여 쑥대밭이 되었다.
3. 대응책
서튼 교수는 총 또라이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또라이 제로 조직을 만들기 위한 5대 수칙을 정했다.
1. 언행, 특히 행동을 통해 규칙을 공식화할 것
2. 채용 및 해고 정책에 이 원칙을 반영하라
3. 싸움의 기술을 가르치라
4. 고객사 및 최종 고객에게도 이를 적용하라
5. 사소한 일상의 순간들을 관리하라
[출처] 또라이 한 명의 비용은 연간 1억 8000만 원?… 또라이 제로를 위한 5가지 수칙│인터비즈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 진정한 실제로 경험하면 빌런에게 1,3,5는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1,3,5의 과정에서 싸움이 계속해서 나고 정신적 에너지의 소모되고 본인의 무기로 사용하려고 했다.
빌런과 대결하면서 느낀 진리는 인생에서 빌런은 절대 만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모든 경험은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굳이 경험하지 않아야 할 일도 있다. 빌런을 만나는 것이 그러한 것 중 하나이다. 빌런을 만나는 경험은 한 번도 많다.
아마 정의로운 누군가는 빌런도 애정과 관심을 잘 쏟으면 좋은 인재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나 빌런은 바뀌지 않는다. 빌런은 순수악에 가깝다.
일단 빌런이 입성하면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 법체계에서 해고는 쉽지 않다. 해고라는 것은 노무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진행이 거의 불가능하다. 빌런이 빌런으로서 모두의 합의가 달성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상사에게 빌런의 행위를 보고서 형태로 만들었고 그를 타 지역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를 누적 관리하여 최종적으로는 해고까지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유는 현재는 구성원에게만 공격성을 드러내지만 이후에는 임원, 대표 마지막은 회사를 공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나라고 누군가를 해하는 행위가 기분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고자질하는 느낌도 들었다. 괴물을 잡기 나도 또다른 괴물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신규 임원이었던 상사 입장에서 갑자기 찾아와 직원 중 하나를 보내야 한다고 보고서를 들이대는 내가 좋은 사람으로 보였을 리 없다. 오히려 내가 빌런이 아닌가를 의심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내 입장에서는 오해를 받더라도 우리의 행복을 위하여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보고 이후 상사는 나에 대하여 안 좋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하여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빌런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계기가 된 듯하다. 이후에 나는 물론 빌런 때문만은 아니지만 회사에 실망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어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이후 듣기로는 당시 신규임원은 내가 했던 것 처럼 빌런을 보내기 위한 노력을 한 끝에 2년 반 만에 퇴직을 시켰다고 한다.
그 2년 반 동안 빌런은 여러 조직을 전전하면서 각 조직을 다양한 형태로 부쉈다.
결국에 가장 상책은 채용Process를 견고하게 하여 빌런을 영원히 만나지 않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앞 글에서 말한 것처럼 히어로를 뽑는 문화와 과정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다가가야 하지만,
빌런을 막아내는 것은 어떠한 상황이든 회사가 기본적으로 노력할 수 있다.
나의 빌런을 채용과정에서 어떻게 막을 수 있었을까를 복기를 해보았는데 2가지 부분에서 빌런을 필터링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첫번째는 인∙적성 검사였다. 최근 트렌드는 전통적인 인∙적성검사보다는 여러 번의 면접을 통하여 컬쳐핏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경험을 통하여 인적성검사가 여전히 효용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HRer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인∙적성 검사는 과학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빌런을 막기 위하여는 단순 합격기준보다 조금 더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했다.
빌런 채용 당시 인∙적성 검사는 인성검사 Pass, Non-pass 검토 후 적성검사 순위로 선발하였다.
빌런은 인성검사에 총점은 Pass 하였으나 인성검사의 특정항목에서 100점 만점에 3점 정도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또한 적성검사도 합격권에는 들어왔으나 합격인원 대비 점수가 낮은 편에 속했다. 가이드 기준을 맹목적으로 따를 것이 아니라 조금 더 항목별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
두번째로는 1차 실무면접 점수는 최종 불합격권으로 보였으나 2차 임원면접에서 합격권으로 뒤집혔다는 것이다. 1차 실무면접에는 합격자 중 최저점을 받았으나 2차 임원면접을 통하여 최종 합격자가 되었다. 해당 과정에서 HR 면접관이 실무진의 의견과 상반됨을 한번 짚어주고 논의를 했어야 했다. 이후에 빌런인 채용된 과정에 대하여 2차 면접관들의 정치적 판단이 있었는지, 비위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해보았으나 밝혀진 바는 없었다. 다만 다른 지원자들에 대비 채용될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무언가 불합리한 판단이 있었으리라 의심만 할 뿐이다.
더욱 책임감 있는 면접관을 선발, 교육해야 했다.
빌런이 한번 회사에 발을 들이면 파악해서 내보내는데 너무나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 그러한 노력을 한다고 해서 내보낼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며 그 시간 동안 조직에 발생하는 또라이 비용도 비용이지만 구성원의 정신적 피해도 심각하다.
어쩌면 채용의 1번 목적은 히어로를 뽑는 것이 아니라 빌런을 못 들어오게 막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러분에 회사에도 혹시 빌런이 있다면 그를 없애는 문제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지만 본원적인 문제로 돌아가서 어떻게 하면 다시는 빌런이 들어오지 못하게 할지 필터링 체계를 고민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