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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서방 Nov 15. 2024

7. 경영진의 커뮤니케이션

1.  아니 아니 일단 내 얘기 좀 들어봐

2019년 타운홀 미팅이 시작되었다. 

소위 글로벌 기업에서만 진행한다던 타운홀 미팅이 우리 회사에서도 운영한다고 하니 기대감 반, 불길함 반으로 맞이하였다. 사실은 불길함이 더 컸다. 그리고 불길한 예측은 왜 빗나가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우리의 타운홀은 조금은 연극처럼, 조금은 뻘쭘하게 마무리되었다. 

처음이라 어색해선 그런 건가 싶었지만 내가 3년 후 퇴사할 때까지 뻘쭘한 분위기는 좋아지지 않았다.


사실 경영진들은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타운홀도 운영해보고 생일인 인원들을 모아 월별로 식사를 하기도 하고, 주니어보드도 운영해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문화 진단을 하면 경영진과의 커뮤니케이션 점수가 높게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렇다 보니 경영진은 아마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이렇게 노력하는데도 왜 커뮤니케이션을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나 싶을 것이다.

우리가 했던 타운홀을 생각해보면 임원과 리더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심으로 일방향으로 소통이 진행되었다. 물론 마무리는 Q&A를 하고는 했으나 해당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은 익명으로 라이브 Q&A를 하기도 했는데 예민한 질문들이 올라오기도 하여 운영자들에게는 두려운 순간이었다. 미리 질의를 받고 정제하여 운영하곤 했다. 



또한 대부분의 이야기가 나와 연관성이 떨어졌다. 딱히 궁금하거나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니었고 회사 전반의 이야기를 추상적으로 뭉뚱 그려서 전달받았다.

게다가 매번 비슷한 포멧, 비슷한 이야기이니 날이 갈수록 관심은 더욱 떨어졌다. 

직원들이 원하는 소통은 아마도 경영진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일 것인데, 대부분은 경영진이 하고 싶은 이야기로 흘러간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진솔한 이야기보다는 찬란하고 아름다운 장식으로 꾸며진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2. 경영진이 숨기는 이야기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경영진들이 정보를 공유하려고 하지 않았다. 정보를 독점으로 인하여 우리의 보고서 전반이 바뀌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실무자는 최대한의 정보를 받고 그것을 근거로 의사결정을 지원해야 하는데 정보가 없다보니 방향성이 틀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보고 시 경영진이 새로운 정보를 주면서 왜 이런 것도 모르냐고 혼내는 경우도 있다.

정보를 독점하는 이유는 위와 같이 권위를 누리기 위함도 있지만 구린 구석이 있을 때도 그렇다. 경영진만을 위한 혜택, 본인의 잘못된 의사결정, 실수 등을 보이기 꺼렸다. 나의 의사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회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회사 상황이 안 좋을 때는 구성원의 혼란을 막기 위하여 경영진이 혼자 고군분투할 때도 있다. 직원들이 혼란에 빠져서 이탈이 많아지면 회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숨기려 한다. 그렇게 애를 써도 경영진 표정이 안 좋으니 직원들은 귀신같이 눈치를 채고 이탈을 한다.


2023년 원티드콘이라는 HR 세미나에서 라포랩스 최희민 대표가 강연을 했다. ‘구성원과 같은 생각, 위기감을 나누는 법’이라는 주제였다. 최희민 대표는 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1) 정보공유시스템을 운영하고 2) 매주 전사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정보공유 시스템은 개인정보, 인사정보 외 모든 자료를 다 공유하는 정도였다. 또한 타운홀 미팅도 매주 하는데 임원회의를 다같이 하는 느낌처럼 보였다. 시장상황에 따라 위기인 경우에도 대표가 모든 것을 타운홀 미팅 정보로 공개한다고 한다. 

위기를 이야기할 때는 대응책도 제시하며 대응으로 해결될 가능성도 퍼센티지로 이야기를 해주고 매주별로 실현가능성 퍼센티지의 변동사항을 알려준다고 한다.

실제로 라포랩스가 스타트업 회사이다 보니 재무적으로 급여가 지급되지 못할 상황을 급여일의 3주 전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알게 된 당일 오후 직원들 모두에게 공개를 했고, 해결방안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급여가 지급되지 못할 상황임에도 예상 외로 퇴직인원은 없었고 다행히 해결방안 대로 문제는 잘 해결되었다고 한다.



보안의 이슈도 있고 과도한 정보공유가 이탈을 발생하게 할 수 있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똑똑한 직원일수록 비언어적, 행동, 정책변화를 통하여 위기를 잘 느끼기 때문에 숨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서너살 아이들도 부모의 불안을 느끼는데 직원들에게 불안을 숨기는 것은 직원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위기 상황일 때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직원이 눈치를 채게 되면 2가지 결론 중 하나인데 1) 대표가 위기임을 모른다 2) 해결책이 없다 두가지 다 좋은 시그널은 아니기 때문에 이탈이 발생한다고 한다.

최희민 대표는 빨리/미리/자주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70% 정도 이해시킨다는 생각으로 똑 같은 주제를 3번 다르게 표현한다고 한다.

이 정도는 해야 직원들이 우리 경영진은 소통을 잘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3. 나를 말해주는 것은 나의 행동이다 (배트맨 비긴즈 중에서)

많은 경영진들이 직접적으로 입에서 나오는 말만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직원들이 느끼는 소통은 경영진의 말보다는 경영진의 행동에서 나온다. 

승진, 조직이동, 직책해지, 평가 등의 의사결정에서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가, 새로운 인사제도들은 어떤 것을 지향하고 있는가, 경영진이 어떠한 의사결정을 하였는가를 주의 깊게 본다.

경영진의 행동은 과연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였는가에 대한 대답이 된다. 타운홀에서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외치면서 일을 강압적 하는 리더를 승진시킨다면 수평적인 조직문화라는 말이 의미가 있을까?

위기라고 외치면서 본인의 연봉은 엄청나게 올린다면 우리가 위기라고 생각할까?

임직원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하면서 임직원을 위한 생산설비 투자는 뒤로 미룬다면 사실은 경영진은 수치적인 성과에만 신경 쓴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모여서 구성원들은 경영진은 말로만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지, 사실 생각은 그렇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 조직문화 진단 때 경영진의 소통 점수를 낮게 주는 것이다.



경영진들이 구성원과 소통을 하기 위하여 여러모로 고민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소통이 잘되길 원한다면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좋은 내용만 공유하는 것이 아닌 회사의 현실, 상황, 미래를 진솔하게 이야기 해야한다. 

부끄러운 일, 실수, 잘못들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부끄럽지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접점에서 회사의 정보를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게 하고 방향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해줘야 한다.

또한, 언급한 내용과 일관된 행동을 보여야 한다. 

본인의 생각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그에 맞는 인사제도,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경영진을 보는 사람들은 그들의 말이 아닌 행동을 듣는다.

이러한 노력이 쌓인다면 소통이 잘 되는 것 뿐만 아니라 회사의 방향성도 더욱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제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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