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 연구
서울시 교육청이 발표한 ‘2023년 서울 학생 가치관 조사’에서 초5~고2 학생들이 꼽은 행복의 조건이 화제가 되었다. 어른들의 경우에는 당연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압도적 1위라는 자료가 많이 보이는데 반하여, 청소년들은 건강을 우선으로 뽑았기 때문이다. 물론 청소년들도 돈을 많이 버는 것은 3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행복에 돈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일까? 이에 대한 연구들이 있다.
가장 유명한 내용은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소득은 만족감을 어느 정도까지는 충족시켜 주지만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만족감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정신론을 설파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결론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결과는 인용되었고 돈보다는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명상의 시간 주제로 많이 사용되었다.
회사에서 HR로 근무하면서 사회과학을 많이 공부한 사람들은 이러한 연구결과가 무척 의아했을 것이다. 회사의 작은 업무에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이 있는데 보상과 행복감의 수치만으로 표현이 된다고?라는 의문이다. 세계적인 석학인데 너무나도 단순하게 표현된 것 아닌가 싶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니 이는 리처드 이스털린(이하 이스털린)의 연구의 중심 주제보다는 일부를 과장되게 해석했기 때문에 잘못 알려져 있었다.
이스탈린의 역설은 소득은 만족감을 어느 정도까지는 충족시켜 주지만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만족감은 증가하지 않는다가 결론이 아니다.
이스털린은 국가소득 수준을 중심으로 행복도를 분석했다. 국가 내의 소득계층 차이, 국가간 소득수준 차이, 국가와 행복의 시계열로 분석했을 때 ‘소득이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명제에 일관되게 나오지 않았다.
연구결과에서 국가 내에서 한시점의 소득계층의 행복도 차이는 소득이 클수록 높았다가 점차 효과가 떨어지고, 국가간 소득차이에 따른 행복도, 소득의 상승 시점과 행복의 상승 시점 관계성에서는 상관관계가 약하다는 것이다.
(Reference : https://brunch.co.kr/@kuy06154/70)
소득 외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1) 상대적 소득 차이 : 행복은 절대적 소득보다는 다른 사람의 상대적인 소득에 영향을 받음
2) 적응효과 : 소득 수준에 익숙해지면 만족감이 일정 수준에 머무름
이 2가지를 대표적인 소득 외 행복에 작용하는 주요 원인들로 강조했다.
즉, 행복은 소득 외에도 다양한 요인들과 복합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지극히 사회과학 다운 결론이었지, 특정 소득 이상부터는 행복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가 아니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기사들을 살펴보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이하 카너먼)은 2010년에는 연봉 6~9만달러(한화 약 8천 5백~1억 5천만원)가 되면 행복감이 정점을 찍는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연구결과에서는 10만달러 이상 50만달러(한화 약 1억 4천 ~ 7억) 미만을 버는 미국인은 행복감이 점점 더 커졌다고 발표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기사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이스털린의 역설’이 잘못되었으며 사람들은 소득이 커질수록 행복해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대니얼 카너먼의 주요 연구는 소득이 행복에 이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소득은 삶의 평가와 정서적 웰빙에 영향을 미치는데 삶의 평가는 소득 증가에 따라 긍정적인 관계가 지속되고, 정서적 웰빙은 2010년까지는 7만 5천달러(한화 약 1억)까지는 상승하지만 그 이후에는 유의미하지 않다고 하였으나, 후속 연구에서는 50만불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행복도도 상승을 하며 특히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부터는 상승률이 더 빨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기사에서는 생략되었으나 연구결과에서 중요한 부분이 더 있었다. 행복하지 않은 표본그룹에서는 10만달러까지는 행복도가 증가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유의미한 상승이 나타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경제적 안정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불행은 다른 요인들이 영향도 크게 작용함을 시사한다.
안나 카레리나의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라는 소설의 첫 문장과 같이 불행은 소득 외에 사회적 연결, 개인적 안정감, 자율성, 그리고 특정 정서적 문제의 해결 같은 다른 요인들과 결합되어 작용한다는 것이다.
두 연구결과 모두 결론적으로 소득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만 다른 사회적, 정서적 요인들도 작용을 한다고 보고 있다.
연구방식의 차이가 있어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이스털린은 소득 외의 요소가 행복에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소득의 영향에 한계를 두었다. 반면, 최근 카너먼의 연구는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에서 소득이 높아질수록 더 나은 삶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부각한다. 이스털린은 1960~1974년의 표본으로 연구를 한 것이고 카너먼은 2010년과 2023년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대략 50~60년의 격차가 있다.
어머니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과거에는 재정적 상황이 비슷했고, 다같이 고만고만하게 살았기 때문에 돈이 조금 부족하다고 하여 불행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또한 잘 산다고 하여도 엄청난 격차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부자와 가난한 이들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기술과 사회의 발전으로 이제는 빈부격차에 따라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급격하게 차이가 나게 되었다. 과거에는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탈 때 돈이 많던, 적던 선착순으로 줄을 섰지만 지금은 돈을 조금 더 내고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는 패스권이 있다. 동네에서 모두 같은 모양의 아파트에서 살았었지만 지금은 한 동네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아파트가 있다.
이제는 소득의 크기에 따라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이 더욱 다양해지고 커졌다.
이스털린의 연구 이후로 60년사이에 부로 인하여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아지고 상대적인 소득차이가 커지면서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더 커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2. 회사에서의 보상과 동기부여
소득과 행복간 관계를 더욱 좁혀서 회사에서의 보상과 동기부여에 대한 연구도 있다.
회사라는 특색이 반영되다 보니 위에서 이야기한 행복을 회사에 대한 몰입, 인재의 이탈방지 등에 영향을 주는 동기부여 관점에서 연구하였다.
프레더릭 허즈버그의 2요인 이론은 보상과 동기부여의 상관관계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동기를 부여하는 요인들을 동기요인과 위생요인 2가지 구분한다.
동기요인은 업무 자체의 내재적인 것들을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의지하는 느낌, 성취감, 성장, 전문성, 업무 자체의 재미 등이다. 위생요인은 업무의 외재적인 것들, 가령 급여, 복리후생, 규정 및 절차, 회사의 장소, 업무환경 등을 이야기한다.
두 요인이 작용하는 형태는 위 그림과 같다.
만족과 불만족을 나누는 경계선이 있다고 가정할 때 위생요인은 제거해 주지 않으면 불만족이 높아진다. 그러나 위생요인을 아무리 높인다 해도 만족이 올라가는데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족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기요인을 함께 높여야만 한다. 동기요인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며, 그에 따라 직원의 동기도 무한이 커질 수 있다고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보상은 위생요인에 해당한다. 회사에서 불만족을 제거할 수는 있지만 만족상태에서 몰입하게 하는 역할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2요인 이론은 1966년에 나온 이론으로 문화적, 집단적 차이가 반영되지 않았으나 지금까지도 동기부여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틀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2009년 다니엘 핑크가 자기결정 이론 및 다양한 심리학 연구를 통하여 Drive란 책을 출간했다.
그의 책에서는 복잡하고 창의적인 문제를 다루어야 할 때 전통적인 보상(인센티브)가 오히려 시야를 좁혀서 문제해결에 방해요소가 된다고 한다.
그 예로 글룩스 버그의 촛불 문제 실험을 이야기한다. 참여자들에게 촛불, 성냥, 그리고 압정상자를 주고 촛불을 벽에 고정하는 창의적인 해결책을 내도록 문제를 내면, 보상을 약속 받은 그룹은 보상받지 않는 그룹에 비하여 문제해결 속도가 더 느린 결과를 보여준다.
보상으로 인하여 주의가 좁아지기 때문에 다양한 해결책을 생각하는데 제한이 되므로 보상은 단순 반복 작업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다니엘 핑크는 전통적인 보상을 벗어나 창의성을 증진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하며 그 핵심요소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 개인역량의 성장, 목표와 연결된 느낌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같은 기업들은 같은 기조로 직원들의 자율성과 성장을 강조하는 환경을 구축하여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천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1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득과 행복과의 상관관계에 대하여는 영향력이 있다고 보는 반면에 회사의 동기부여 관점에서는 이론들이 전반적으로 보상은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동기부여를 위하여는 위생요인보다는 동기요인인 성취감, 일의 재미 등을 자극하기를 권장하고, 인센티브 보다는 자율성, 성장, 목표지향을 제안하고 있다.
물론 행복과 동기부여가 다르기는 하지만 회사의 만족도가 몰입과 이탈방지를 이끈다는 면에서 맥락은 비슷한데 왜 회사 내부에서는 업무 내재적 요인들을 자극하기를 권할까?
3. 회사 연봉정책의 방향성
회사에서 보상을 동기부여 조건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것은 일단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아무리 성장하고 있는 회사라도 보상을 지급하기는 어렵다. 보상을 매번 잘 지급하다 가도 한번이라도 회사가 주춤하여 보상의 정도가 낮아진다면 직원들은 실망감을 느낀다.
회사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회사의 연봉은 동종사 대비 낮은 수준이었다. 경력직과의 연봉 갭이 발생하여 우수인재 모집, 유지에 어려움이 생겨 전체적으로 보상을 상향조정하는 의사결정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인원들에 대한 동기부여의 효과는 저조했다. 오히려 동기저하의 모습을 보였는데,
먼저 과거의 연봉이 낮게 산정되었던 것에 대한 불만이 생겼다. 기존에는 인식을 못하고 있었는데 회사가 과거의 불만을 끄집어 낸 꼴이 되었다. 전체적인 연봉상승으로 인하여 신입사원과 연봉차이가 작아진 부분에 대하여 문제 삼는 2년차 직원들도 있었다.
회사에서 보상을 집중시키다 보니 보상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연봉상승분에 이어 이직을 결정하여 연봉을 더욱 튀어 이직하려는 인원이 나왔다.
갑자기 직원들의 모든 불만의 근원이 연봉으로 집중되었다.
이후 인재 모집에는 성공적이었으나 유지 측면에서 기존 일부 직원들의 이탈이 발생했다.
다른 상황으로는 3개년 동안 연봉과 조직문화 진단 지표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적이 있다. 연봉이 낮을수록 조직문화 중 공정성 지표는 낮게 나왔는데 처음 2년간은 연봉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2개의 부서에서 그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왔다. 그래서 두 부서에는 평가 인상률을 통하여 급여를 조금 더 높였는데 이후 3년차에 조직문화 진단에서도 직원들의 불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두 부서를 인터뷰를 해보니 연봉을 올린 것은 당연히 받았어야 하는 것이며 또한 아직도 부족하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연봉도 문제이지만 업무의 절대적인 양 자체가 많았다. 주말에도 업무에 신경을 써야 했고 스케쥴링을 촘촘히 해야 하는 스트레스성 업무였다. 반면에 더 용이해 보이면서 경력은 많은 타 직무 인원들이 본인들보다 연봉이 높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꼈다.
소속 부서의 리더들의 리더십 진단 점수가 높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연봉도 좋지 않은데 리더와의 관계도 매력적인 구석이 없었던 것이다.
공정성에 대하여 연봉이 문제이긴 하지만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업무량 대비 연봉이 낮은 점, 업무에 허덕이는데 리더가 어루어 주지 못하는 점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는 2개의 기업을 경험해보았는데 첫번째는 2,000명 규모의 회사였고 두번째는 200명 규모의 회사였다. 두 회사 모두 일장 일단이 있었는데 2,000명 규모의 회사에서는 연봉의 변화 폭이 크지 않았다. 이미 정해진 정책 하에서 조정이 있었고 내가 불만을 갖던 갖지 않던 주어지는 급여는 똑같았다. 반면에 200명 규모의 회사에서는 인원이 적고 업이 다르다 보니 회사의 상황에 따라 조정 폭이 컸는데 그러다 보니 급여가 낮게 지급되는 때에는 불만이 컸다.
우리는 근로계약을 했고 계약 상 업무를 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다. 다만, 우리가 하는 업무가 보상만을 위하여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업무를 통하여 나의 가치를 확인하고 퀴즈를 푸는 것 그 자체의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회사가 보상 중심의 경영을 하게 될 경우, 직원들은 어쩌면 보상을 위하여 일을 하는 것처럼 편향될 위험이 있다. 그것은 때로는 보상을 위하여 비윤리적인 행태로 압박하게 될 수도 있고 회사가 어려울 때는 더 이상 보상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을 안 하는 현상을 낳을 수도 있다.
물론 베스트는 업계에서 최고의 연봉을 주는 것이겠지만 모든 회사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마다 사정에 따라 선도전략, 추종 전략, 동행전략을 취할 수 있다.
핵심은 어떠한 전략을 취하던 간에 연봉정책은 안정적이어야 한다.
선도전략에 따라 업계 최고 연봉을 준다고 하더라도 연봉 정책의 변화가 많다면 우리의 업무가 연봉을 위하여 지급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앞에 연구들을 보면 소득은 우리의 행복에 영향력을 미친다. 하지만 행복을 구성하는데 다른 요인들도 충분히 많다는 것이 그들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고, 특히 회사의 동기부여 관점에서는 보상보다 더욱 효과적인 것들이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연봉정책은 안정적으로 구성하고 우리가 하는 업무가 사회에 어떠한 영향력을 주는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다양한 제도를 구성하는 것이 더욱 적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