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하드코어 난이도! 회사 문화 구축

by 지서방

1. Top down or Bottom up

나는 2개의 회사에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경험을 해보았다.

첫번째 경험은 2천명 규모의 제조업 회사였는데 10년 전에 만들었던 미션, 비전, 핵심가치의 리뉴얼이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결정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가 2015년이다 보니 핵심가치의 구축과정은 그다지 힙하지 않고 다소 전통적인 방식이었다.

경영진 인터뷰 중심의 미션 도출을 진행하였고 구성원에게는 설문조사 정도로 의견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도출된 미션은 모두가 이해하기에는 다소 복잡했으며, 핵심가치는 어디서나 볼 법한 내용들이었다.

당시 3년차였던 나는 원래 미션, 핵심가치라는 것이 그런 것인가 보다 생각하면서 Top down 방식으로 열심히 내재화 활동을 했다.

두번째 경험은 200명 규모의 IT회사였다. 이 때는 위와는 반대로 경영진이 미션, 핵심가치 도출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형식적, 명목적으로 만들어진 허울 좋은 말들이 업무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납득하기 어려워했다. 아마도 평사원 시절 위와 같은 방식으로 도출된 회사가치들을 많이 접한 경험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R에서는 지속적으로 대표이사를 설득하여 회사 가치관 도출을 Bottom up으로 서로가 일할 때 지켜야 할 약속을 만들었다.


첫번째 경험에서는 구성원이 미션, 비전,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알리는데 성공했다.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되다보니 신규입시자에게 교육을 하고 사업장 여기 저기에 눈에 띄게 하고 행사마다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선발, 평가 과정에서도 검토요소로 반영하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업무를 할 때 회사의 가치가 실천되지는 않았다. 교육과정에서도 구성원들이 공감대를 갖는다고 느끼진 못했다. 아무래도 참여과정이 약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공감대가 부족했고 자발적인 참여가 떨어졌다.

또한, 좋은 것들은 모조리 집어넣은 형태이다 보니 명확히 우리 가치의 키포인트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날 수록 핵심가치의 내재화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업무가 되어갔다.

두번째는 경영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지 않고 Bottom up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서베이, 리더, 구성원과 워크숍을 3회 진행, 경영진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영진이 방향성을 정하기 보다는 구성원이 정한 방향성 위에 경영진의 의견을 첨부하는 듯한 형태가 되었다.

구성원의 반응도 좋았고 만들어지는 과정도 만족스러웠지만 경영진의 푸시가 없고 회사 상황이 변동되고 있는 와중이어서 인식과 공감대 활동을 많이 할 수 없었다.

회사의 철학이 들어간 미션 방향성이 처음에 만들어지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중재하니 보편적인 결과물이 나왔다. 그 회사만의 엣지 있는 가치나 방향성이 명확히 보이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두 번의 회사 가치관 수립 활동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2. 회사 문화 구축의 우수사례

두 경험을 회고해보면 Top down, Bottom up 한 쪽 방향으로 가는 것 보다는 두 방식을 조화롭게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경영진들이 임원 회의를 통하여 회사가 가야 하는 방향성을 키워드로 던진다.

이 때 경영진이 외부에 좋아 보이기 위한 워딩을 선택하기 보다는 진정성 있는 키워드를 제시해야 한다.

마음에 없는 이상적인 키워드를 주요 가치로 만들고 정책은 이와 맞지 않을 경우 조직문화는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토스의 경우에는 당시 기존 회사들에서 보기 어려운 몰입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했다. 경영진이 생각하는 회사의 주요 가치인 몰입을 키워드로 만들고 그에 맞는 정책들을 구성하였다.

회사가 점점 커지면서 근무를 하였던 사람 중 워커홀릭적인 면을 비판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토스의 주요가치는 몰입을 통하여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있다고 솔직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왔다. 그것이 그동안 성장의 원동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경영진이 Top down으로 결정하는 키워드는 엣지, 즉 회사만의 특별한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성장 마인드 셋’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이 방향은 사티아 나델라와 경영진이 결정하였지만 각 조직에서 개별적으로 이를 수용하고 실행 방식을 정의하면서 확대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성장 마인드 셋을 토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존재 이유를 ‘지구 상에 모든 개인과 조직의 성취를 돕는다’로 정하였고 내부적인 인사제도도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을 임팩트 있게 도왔는지를 기준으로 정립했다.


Reference : 티타임스 https://www.ttimes.co.kr/article/2019111517017728964


사티아 나델라가 새로운 문화를 구축한 10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치는 10배 성장했다.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성공한 이후의 모습만 보기 때문에 간단해 보이지만, 그 과정이 쉬울 리 없다.

예상되는 문제점을 생각해보면 일단 조직이라는 특성에서 나온다.

조직은 다양한 지역, 세대, 직무들의 혼합체이다. 또한 조직에 따라 규모가 크면 클수록 복합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에는 전직원 20만명이 각 대륙에 분포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 세대, 직무별로 터져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의견들을 어떻게 수렴할 수 있을까?


우선은 핵심가치와 원칙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아무리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핵심적인 요소는 존재한다.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가치와 행동원칙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의견을 조정한다.

의견 조율 과정에서는 정기적인 워크숍과 토론을 진행하여 다양한 세대의 직무 구성원들이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문화를 성과와 연결했다. 전 마이크로소프트는 고착된 사고방식과 관료주의로 인하여 경쟁사와 비교하여 시장 대응 속도가 느렸다. 사티아 나델라는 새로운 시장인 클라우드에 ‘성장 마인드 셋’을 적용하여 직원들이 다양한 기술적 도전을 하는 것을 추진하였다. 또한 하나의 목표를 향하여 서로 간의 성장을 돕기 위하여 협업하였고 고객의 성장을 위하여 빠르게 대응했다.

이러한 문화적 시너지가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고 점유율을 확대하는 성과로 보이는 것을 전직원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문화는 사회적인 선한 영향력 뿐만 아니라 우수한 결과물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20만명이다. 조직이라는 것은 또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성질도 갖고 있다.

성장 마인드 셋이라는 문화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정착하는데 얼마나 걸렸을까?

사티아 나델라가 CEO로 취임한 것이 2014년이다. 조직 내부의 변화가 기업 평판과 주가의 급등, 만족도 개선의 형태로 가시화된 시점은 2019년이다. 취임 후 5년이 지나야 내외부에 문화형성이 가시화되었다.

나는 첫번째 문화 구축 경험에서 가치관 선포식 이후 1년후에 왜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듣고는 했다. 그리고 경영진을 비롯한 구성원들과 심지어 담당자까지 점차 문화에 대한 관심은 옅어지고 후에는 생동감 없이 수행하는 업무가 되었다.

이것은 비단 HR에서 나만이 경험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문화에 몰입하여 형성하는 과정도 5년 정도가 걸렸다.

우리는 경영진에게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를 구축해야 함을 설득해야 한다.



3. 문화의 변동성

학창시절 가물가물하지만 우리는 문화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다. 그때 문화의 특성이라는 것을 배웠는데 공유성, 학습성, 축적성, 전체성, 그리고 변동성이다. 변동성,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문화가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문화 형성은 완성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 과정인 것이다.

빠르게 상호작용하는 회사에서는 이러한 변동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근 마켓의 경우에는 월 1회 문화의 날을 운영 중이다.

오전 2시간은 온라인으로 문화에 관련된 회의들이 이루어지고 오후에는 다양한 문화활동을 함께 진행하여 팀워크를 다진다. 특히 오전의 문화회의는 간단한 상호간 메신져 전달 방식에서부터 당근 문화가 현재도 그 기준을 유지하는지, 충돌 시 노하우 등을 나눈다고 한다.

이 회의를 통해서 신규 입사자는 당근마켓의 문화를 학습할 수 있고 본인들의 문화를 유지하는데도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신규 입사자가 문화를 학습한다는 점도 좋지만, 문화를 함께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 누군가에 의하여 만들어진 문화 배우는 것은 약간의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변동하는 문화의 기여자로서 참여한다면 신규 입사자들은 나도 이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게 되고, 문화는 계속하여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인지하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변동성을 체크하기 위하여 매일 2,000명 단위로 컬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기상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메인 페이지에서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또한 정기적인 진단, 리더십 진단의 결과도 지속적으로 측정 및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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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검색하면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ㆍ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 있다.

우리는 일정한 목적이나 이상을 실현하고자 문화를 만드는 것이며, 이를 위한 행동양식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이룩해 나가는 것이 회사의 문화를 구축하는 일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은 알맞은 방향성과 이에 적합한 정책, 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한 하드코어한 난이도를 가졌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방향성을 조정해가면서 우리만의 행동양식을 정립해 나간다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나아가서 사회에도 행복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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