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빠졌다. 저 멀리 강에서 사람이 허우적대고 있었고,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어머어머. 어떻게."
그 사람의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육지에서 계속 울부짖으며 주변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말했다. 몇몇 사람들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내기 위해 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물에 빠진 사람은 삽시간에 물 밑으로 사라졌고 사람들은 사라진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119구조대가 도착하였다. 전문가로 보이는 듯한 구조대원들은 일반인들을 물에서 나오게 한 뒤 장비를 장착하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구조대원들은 물에서 무언가를 끌고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끌고나오던 물체는 뭔가 굉장히 하얀 빛을 내고 있었다.
아까 울부짖던 여자는 잠시 진정한듯 보였는데, 구조대원들이 끌고 나오는 물체를 보자마자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면서 다시 울부짖기 시작하였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그렇게 비극적인 울음소리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구조대원들이 물에서 끌고나온 것은 남자의 시체였다. 몸에 이미 상당수의 물을 머금고 있어 퉁퉁 불어 있었고, 핏기가 없어서인지 피부는 너무나도 하얬다. 아니, 창백했다고 하는 것이 더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구조대원들은 이미 숨통이 끊어져버린 것이 명확한 그 남자의 몸에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아마, 유족에 대한 예의였을 것이다. 최소한 살리려는 노력은 했다는.
계속해서 울부짖던 여자는 막상 시체를 앞에보자 비명소리를 멈추고 이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보. 닭도리탕 먹으러 가야지. 빨리 가자."
여자가 하는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사람이 미치면 오히려 그렇게 되나보다. 너무 큰 충격이 자신에게 오자 무의식은 방어기재로서 환영을 만들어낸 것 같았다. 사람들은 여자가 걱정되었는지 시체로부터 멀리 데려가려했다. 하지만, 여자는 사람들의 손을 거부하며 계속 하얗게 주검으로 되어있는 시체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닭도리탕이 그렇게 맛있대. 별로 안 매워. 자기 매운 거 잘 못먹잖아."
여자는 곧이어 정신을 잃어 바닥에 쓰러졌고, 구조대원들은 여자를 부축하여 앰뷸런스에 태웠다. 물에 빠진 남자도 구조대원들에 의해 어디론가 실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