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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구 Mingu Kang Apr 01. 2022

선녀탕의 시체

  어느 가을날, 나는 엄마아빠와 함께 단풍구경을 하러 강원도의 한 산에 등산을 갔다. 한참을 오르던 중, 저 멀리 폭포 옆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았다. 폭포의 길이는 10m 정도 되었고, 그 밑에는 폭포수의 낙차로 인해 움푹파인 웅덩이가 있었다.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이곳에서 목욕을 한다고하여 사람들 사이에서는 선녀탕이라고 불리었다.  


 사람들이 모여있기에 궁금해서 나도 그들 곁으로 갔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사람이 죽었다고 하는 것같았다. 엄마아빠는 나보고 가까이 가지 말라고 나를 말렸지만, 나는 호기심을 못이기고 어른들 틈으로 파고들어 폭포 밑을 쳐다보았다.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폭포 밑 선녀탕에는 사람으로 보이는 형체가 긴 머리를 물 속에 담그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붉은 액체가 퍼져나가고 있었다. 아마도, 죽은 사람의 피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죽은 사람의 연인으로 보이는 듯한 한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이고 울고 있었다. 


  '선녀가 목욕을 하러 내려왔다가 죽은건가?'


  나와의 거리가 멀어서. 그리고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시체가 눈앞에 있음에도 무섭거나 잔인한 느낌은 없었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그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고 엄마가 나를 끌어갔다. 얼마 후, 구급대가 도착해서 시체를 실어가는 것을 멀리서 본 것이 그 폭포에서의 마지막 기억이다.


  얼마 뒤, 엄마가 아빠에게 묘한 이야기를 했다.


  "얼마전에 산에서 죽은 그 사람 기억나? 그리고 그 옆에서 울고 있던 사람있었잖아? 경찰이 조사하면서 밝혀진건데 둘이 연인이었는데 둘 사이에 채무관계가 있었대. 그래서 앙심을 품고 울고 있던 사람이 자기 여자친구를 폭포 위에서 밀었다는거야. 어떻게 알았냐면. 죽은 사람이 구두를 신고있었다나... 그 험한 산을 가는데 구두를 신고 갈리가 없잖아. 그래서 조사를 했대."


  폭포 밑에 싸늘하게 죽어가던 시신이 어떤 신발을 신고 있었던 것까지 볼 여유는 나에게 없었다. 그저 나에게는 하나의 비극적인 구경거리였을 뿐.


  청명한 가을하늘과 알록달록한 단풍사이에서 일어난 비극. 

  

  참으로 묘한 조합이었다.


  그 날 선녀탕에는 선녀가 내려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내가 본 것이 목욕하러 하늘에서 내려왔다가 비극을 당한 선녀였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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