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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MJ Apr 27. 2024

이번 회사도 하루만에 도망쳤다.#1

개발자 포기 후 1년6개월의 공백기, 30곳이 넘는 면접과 5번의 도망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희망을 걸었지만 이번에도 하루만에 도망치게되었다. 

이번회사는 영업으로 들어가게되었다. 영업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마침 포지션제안이 왔고 바로 다음날 합격 연락이 와서 일주일은 휴식기간을 가지고 출근했다. 이번에는 3개월이라도 버티겠다는 다짐을 하고, 출근룩으로 옷도 몇벌 샀다. 합격연락 받은 주에 다른 두 곳에서  합격과 면접제안이 왔지만 이제 그만 갈팡질팡하고 싶어 거절했다. 


하지만 내 의지박약일까. 너무 섣불리 입사를 한 것일까. 아님 저주를 받은 것일까. 


첫번째 핑계는 면접보러 갈 때는 앉아서가니까 한시간 반 거리가 괜찮다고 느껴졌는데 막상 출근시간에 출근을 해보니, 한시간 반을 서서가는게 생각보다 너무 힘들고 무릎이 아팠다. 연골주사 맞으며 버텼던 내 무릎을 너무 얕봤다. 


두번째 핑계는 역시나 나는 장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할 것 같았다. 입사 이틀만에 사수와 함께 경기권으로 미팅을 가야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어 장거리 운전이 힘든 나는 벌써부터 걱정되고 긴장되기 시작했다. 

영업 특성상 내부적,외부적으로도 술접대 & 회식이 많아 입사한 월요일에도 팀에 술 회식이 잡혔다.  전 회사에서 출근길에 장트러블 때문에 가끔 1,2분 지각한 적이 있었지만 이해해줬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1분이라도 늦으면 사유서를 써야하고 5번 지각시 회사에 해고권한이 생긴다고 한다. 이미 첫 출근한 당일에도 오는 길에 두번이나 화장실을 들려야했다. 

요일에 상관없이 술회식을 하고 다음 날 장거리 미팅이라면?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눈에 그려졌다. 


세번째 핑계는 감당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잡플 리뷰가 와닿기 시작했다. 

입사 전에 잡플에 나오는 리뷰들을 감당해낼 자신이 있었다. 비록 3개월 계약직으로 시작하여 실적이 없을땐 해고된다하더라고 영업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같아 입사하게 되었다. 하지만 출근시간부터 지치니까 벌써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한시간 반이나 걸려 이 회사를 3개월이라도 버틸 수 있을까... 


출근은 1분만 늦게 인증해도 지각처리가 되는데 퇴근은 찍지 않는다. 아무리 야근을 해도 야근 수당이 없다. 첫출근한 날에도 팀원들은 5시에 회의가 잡혀 6시가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또한 일주일에 한번은 한시간 일찍 나와 청소와 보안교육을 받아야한다. 면접 볼 때 30분을 기다리게하고 옆 사무실에서 직원과 싸우던 면접관이 내 팀장님이였다. 싸우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화내는 분위기였다. 여기는 면접자 앉혀놓고 신경도 안쓰고 싸우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가 있으니까 혼을 내는거겠지하고 넘어갔다. 출근한 날에 나보다 먼저 온 신입사원에게 하는 태도를 보고 정말 힘들겠구나 싶었다. 면접 때 이해하지 말았어야했는데....


여러가지 종합하여 한시간 반 걸려 최저임금 받으며 3개월 버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 또 못 버틸 것 같았다. 이번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퇴사하면 안될 것 같아 하루만에 퇴사를 결정했다.  

부모님께는 아직 말을 안했다. 그래서 출근시간에 나와 카페에서 이력서를 다듬고 구직공고를 스크랩했다. 


다시 시작해야하는구나. 

나는 장거리 출퇴근은 힘들다는 점, 그리고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괜찮다고 무시하지말자. 이번에 찾아볼 때는 가깝거나, 멀다면 자율출퇴근제로 찾아보자.그리고 운전이 필요한 외근이 많은 직무는 제한하자. 


호수공원에 벗꽃이 예쁘게 펴서 따사롭지만 순간 순간 걱정이 치민다. 

나는 대체 무엇을 해야할까? 언제가 마지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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