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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MJ Apr 28. 2024

4번째퇴사,이럴꺼면 뽑지를 말지 #5

개발자 포기 후 1년6개월의 공백기, 30곳이 넘는 면접과 6번의 도망

첫 기획자로 출근

각자도생의 매운 맛을 느끼다.


신입 기획자로 첫 출근을 했다. 걱정반 설렘반이였다. 입사 전 기획은 쌩신입이라 부서 사람들이 뽑기를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무조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0부터 10까지 알려주겠다는 명목하에 연봉도 깎았으니, 못해도 잘 알려주시겠지. 너무 걱정하지말자라는 설렘을 가지고 출근을 했다.


하지만  나의 긍정적인 모습과 열정은 그들의 무관심과 각자도생 분위기 속에서 쓸모가 없는 것이였다.

첫날은 부서사람들과 같이 점심을 먹게되었지만 투명인간처럼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마치 형식적으로 첫날은 챙겨준다는 듯이 밥을 먹고 둘째날부터는 혼자먹게 되었다.


첫 퇴근시간이다. 신입이라면 눈치껏 퇴근시간이 되어서도 일하는 척을 하다가 상사가

" MJ씨 퇴근하세요~! 첫날인데 수고 많았어요 " 하면 마지 못하는 척 일어나서 " 내일 뵙겠습니다! "   

하고 퇴근하는 것이 첫인상에 좋을 것이다.


그런데 6시 되자마자 부서의 모든 사람들이 인사도 없이 쌩하고 퇴근해버렸다.

그렇게 입사한 첫날, 혼자 마지막으로 퇴근하며 처음 겪는 마이웨이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의 회사생활도

차갑고 외롭겠다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허공에다 인사를 하며 출퇴근을 했고,

퇴사한 날에는 나또한 아무에게도 인사를 하지 않고 퇴근을 했다.


사람들이 나를 왕따시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마이웨이 분위기 속에 소외감을 느끼고 적응을 못하는 것일뿐.

하지만 신입에게는 너무 가혹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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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서사람들이 신입을 반대했는지 알 것 같다. 중간관리자들은 2,3년차로서 회사에 애사심도 없는데 신입을 가르쳐주고 키워줄 마음이 없었다. ( 그렇지만 0부터 10까지 알려주겠다고 했잖아요? )

우선 제일 큰 난제는 내 사수였다.( 아마 이분이 나를 뽑지 말라던 사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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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정말 티벳여우처럼 생기셨는데 (여기에라도 화풀이해야지), mbti를 짐작해보면 감정도 없고 남에게 관심도 없고 마이웨이 성향인 ist(발)j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너무 차가워서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시종일관 질문하면 이것도 모르니라는 표정과 헛웃음을 장착한채 알려주는데 자존감이 뭉개졌다.


첫날부터 업무를 받았는데 잘 모르니 계속 질문을 하며 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질문도 뭔가 아는 것이 있어야 할 수가 있는 것이기에, 나도 모르게 놓치는 부분들, 실수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계속 생겨났다.

그럼에도 시종일관 그 상사는 티벳여우처럼 앉아서 신경을 쓰지 않다가 실수를 하게 되면

" MJ씨 때문에 회사에 무슨 일 생기면 책임질꺼예요? " 라며 쏘아내듯이 말했다.


차라리 욕을 해도 좋고 화를 내도 좋으니 일이나 좀 알려줄래? 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있었다.

신입이니까 귀찮게 계속 물어보면서 하라는 친구의 말에

" 내가 질문하는거 말고는 일을 알려주지 않아. 그리고 알려줄 때도 귀찮다는 듯이 무시하면서 알려줘"라고 답했다. 나도 억울하다. 질문을 안하는게 아니라고!!!


퇴사 직전.

상사는 경리에게 재무제표를 받아오라고 시켰다. 경리는 재무제표는 한두달 걸린다고 말했다.

상사에게 전달했다. 그 다음날 상사가 아직도 못 받았냐고 물어봤다.

혹시나에서 경리에게 다시 한번 요청했다. 재촉받은 경리가 짜증이 난 듯하다.

상사에게 답변드렸다. 상사는 " 재무제표 안되면 대체서류 OOO되는거 몰라요? " 라고 쏘아댔다.

경리에게 대체서류 OOO를 부탁했다. 이번엔 경리가 화가 난 듯하다. 차장한테 가서 바빠죽겠는데

자꾸 요청한다고 이른다. 차장은 "누가!!!" 라며 소리를 지른다.

경리가 씩씩 거리며 나한테 와서 그게 꼭 지금 필요하냐고 말을 한다.


"저도 티벳여우가 시키신거라 잘 모르겠어요" 그제서야 티벳여우가 나서서 설명을 해준다.

나빼고 다들 화목하다. 애초에 그럼 티벳여우가 요청을 했으면 됐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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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주일만에 퇴사를 하게되었다. 팀장님께 문자를 드렸지만 답장이 없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다.

" 0부터 10까지 알려주시겠다고, 연봉도 낮춰서 들어왔는데 인수인계가 체계적이지 않고 분위기도 안맞아 퇴사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 라는 말이 끊나기도 전에


" 알겠습니다. " 하고 전화는 바로 끊어졌다. 그리고 1시간 뒤 퇴사와 급여 문자가 왔다.

얼마나 많이 사람들이 퇴사를 하면 이렇게도 냉정할까. 쿠팡알바보다 퇴사절차가 이렇게나 빠르다니...

그때 공고에 자주 올라오는 회사는 걸러야겠다는 것을 배웠지만 그 이후에 2번이나 더 퇴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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