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고 했습니다.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내 나이 오십대 중반,
두 아들의 엄마입니다.
사실 아이들은 이미 성년이 넘은 나이고,
각자 잘 살고 있는 기특하고 사랑스러운 아들들입니다.
어린 나이에 이혼을 했고,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채
저 혼자 두 아이를 키웠습니다.
그냥… 엄마니까요.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첫째가 직장을 다니고,
둘째가 대학에 합격하던 날
저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제 나도 외롭지 않게 살아보자.
내 인생을 살아도 되겠구나.”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4년을 만났고,
원 없이 사랑했습니다.
그 사람도 저처럼 이혼한 사람이었고,
혼자 아들을 키웠기에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시작했던 관계였습니다.
첫 결혼생활에서
‘외로움보다 괴로움이 낫다’는 말을
나는 절대 동의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랑만큼은 다를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니었습니다.
어젯밤,
헤어지고 나서
이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걱정이 앞섰습니다.
분노, 상실, 자책,
그리고 몰려오는 두려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습니다.
이젠, 혼자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더 이상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것.
내가 쓰러지면
내 아이들에게까지 무너짐이 번질 것 같았습니다.
그 생각이
지금 무너질 듯한 제 마음을
간신히 바로잡아 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경험의 힘.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이겨낸 ‘기억’이
저를 다시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이젠 다 커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내 아이들을 지켜보며
저는 또 이 아픔을 견뎌낼 겁니다.
예전에도 극복했던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을 지켰던 것처럼.
지금은—
찬란하지만 아깝지 않은
내 남은 인생을 위해 일어설 시간입니다.
지금 이 새벽,
아파트 베란다에 놓인 의자에 앉아
창가에 비친 내장산의 능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등산을 떠올리며
이 복잡한 마음을 위로합니다.
이 작고 소소한 행복이
또 나를 살립니다.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 나는
내가 직접 만든 작은 천국 안에 있다는 것을.
다시, 이 순간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