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계실 때 표현하자! 사랑합니다. 아버지
6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저희 삼 남매를 누구보다 아끼셨지만,
당신의 부모에게도, 어머니에게도
그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분이셨어요.
말없이 조용한, 그 옛날 우리 아버지.
어릴 적, 단칸방에서 함께 자던 밤이 생각납니다.
아버지는 주말의 명화를 참 좋아하셨죠.
어느 영화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전쟁터에 나서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괜찮아... 아빠는 반드시 너와 엄마한테 돌아올 거야. 사랑해, 아들.”
그 장면을 함께 보던 그날..
저는 아버지께 이렇게 떼썼습니다.
“아빠, 나도 사랑한다고 말해줘.”
그때 아버지의 표정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말은 하지 못하고, 눈으로만 웃던 그 표정.
사춘기를 지나, 제 결혼식 날—
아버지는 제 손을 잡고 입장하셨습니다.
그 떨리는 손길.
그리고 저를 남편에게 건네주고,
황급히 돌아서던 뒷모습.
한참 지나 삶에 지쳐 있던 저는
그 사랑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혼 후 친정집에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조용히 저를 손짓으로 부르셨습니다.
신문지에 돌돌 말린 만 원짜리 세 뭉치를
제 손에 쥐여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걸로 애들이랑 보증금 얻고 살아라.”
무뚝뚝한 그 말투 속에
세상 모든 걱정이 담겨 있었지요.
그때도 저는
그 사랑을 온전히 알지 못했습니다.
매번 받기만 하면서도,
어쩌면 당연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저는 그 사랑을 천천히 깨달아갑니다.
부모의 사랑이란,
부모가 되어봐야 진짜 알게 되는 것.
자식이 아플 때,
그 마음이 얼마나 저릿한지.
그 감정을 굳이 말하지 않으면서도
끝없이 품어주는 그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아버지도 그러셨겠구나,
그 무거운 마음을 말씀하지 않고
오랫동안 안고 계셨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제 와서야 아프도록 그립습니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보며
젊고 잘생긴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언젠가 제가 아버지 곁으로 가는 날이 있다면
그렇게 젊고 건강했던 아버지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때, 꼭 말씀드릴 거예요.
“아버지…
저 아버지를 많이, 많이 사랑했어요.
그리웠어요.
정말… 보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