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뚱이는 림프종이라는 병명을 판정받았다.
목 주변에 혹이 여러 개 만져져 단순한 지방종일 거라 생각했다.
시츄인 뚱이는 원래 피부가 예민한 아이라 대수롭지 않게 병원을 찾았다.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처음으로 느꼈다.
몇 가지 검사를 거쳐 나온 진단은 림프종 B타입, HIGH.
치료하지 않으면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는 말 앞에서 나는 얼어붙었다.
항암치료가 시작됐고, 전주까지 40km를 주말마다 오갔다.
친절한 선생님을 믿으며 어제 다섯 번째 항암을 마쳤다.
열 살의 노령견인 뚱이는, 떨어지는 체력 속에서도 항암을 견디며
내가 챙겨주는 약을 묵묵히 잘 먹어주고 있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뚱이는 아는 것 같다고.
밤마다 울다 지친 나를 보며,
그래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다고.
항암치료가 끝나고 암세포가 사라지더라도
길어야 6~9개월 사이 재발할 수 있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전해주던 선생님의 표정을 보며
나는 또 울고 말았다.
그날,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음이 아파서 그리고 이별이 너무 무서워서..
주변에서는 조심스러운 위로가 이어졌다.
고가의 치료비 이야기,
보살피는 내가 너무 힘들 것이라는 말,
차라리 편히 보내주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도 들었다.
나는 화가 났다.
그렇게는 보낼 수 없었다.
최소한 뚱이와 이별할 시간은 필요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뚱이는 그 독한 항암치료를
지금까지 잘 견디고 있다.
백혈구 수치가 낮아지며 몸이 약해진 뚱이는
이제 그 좋아하던 산책도 오래 하지 못한다.
예전의 뚱이는
나와 함께 캠핑을 다니며 산과 들을 뛰어다니던 아이였다.
“뚱아” 하고 부르면
눈을 반짝이며 꼬리를 흔들고
어서 나가자고 재촉하던 아이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무너진다.
그래도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이든
하루하루를 이별이 아닌 기억으로 채우기로
뚱이와 추억을 쌓고 내 마음속에서 차분히 기억을 정리하기로.
언젠가 올지도 모를 뚱이가 없는 집
뚱이를 부를 이유가 없는 저녁
뚱이를 기준으로 짜여 있던 하루의 리듬이 사라질까 봐
미리 무서워하지 않기로 했다.
뚱이를 보내는 날이 오더라도
나는 ‘텅 빈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다.
뚱이는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내 마음속으로 이동해
기억 안에서 살아갈 테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미리 이별을 연습하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상실을 모른 채 살아가고,
그날이 오면
뚱이를 기억하며 다시 내 삶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