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펫샵에서의 시간
우리가 지내던 그 더럽고 꼬질한 녹슨 쇠창살 우리보다 더 작고 초라한 상자에 담긴 채 나는 인천 논현동의 한 펫샵으로 팔려오게 되었다.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나는 온몸으로 진동을 느끼며 엄마가 하던 것처럼 몸을 S자로 웅크렸다.
주변에서는 다른 개들과 고양이들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나는 그 소리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어쩐지 더 무서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차가 멈추고 상자가 열렸을 때 나는 처음으로 강한 형광등 빛을 보았다.
눈이 따가웠다.
노란 머리를 한 남자가 우리를 하나씩 꺼내더니 아크릴 상자 안으로 넣기 시작했다.
마치 냉장고에 음료수를 채워 넣듯 아무렇지 않게 우리를 진열했다.
내 자리에는 작은 밥그릇 하나, 물그릇 하나, 그리고 배변패드가 깔려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유리벽 너머의 세상을 보았다.
사람들은 지나가다가 우리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어머 귀여워."
"엄마, 나 저 강아지 키우면 안 돼?"
어떤 아이들은 유리벽에 코를 붙이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옆 칸에 있던 비글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넌 어디서 왔어?"
"몰라."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여기서 나가면 좋겠다." 비글이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유리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어느 날 노란 머리가 나를 밖으로 잠깐 데리고 나갔다.
펫샵 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가 코로 훅 들어왔다.
나는 그 자리에서 잠시 얼어버렸다.
그건 내가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바깥공기였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신기하게도 좋았다.
바닥은 딱딱했고, 바람은 내 털 사이로 스며들었다.
나는 코를 바닥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수많은 냄새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냄새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노란 머리는 다시 나를 들어 올렸고 나는 다시 펫샵 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아크릴 상자 안.
그날 이후 나는 가끔 유리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언젠가 나를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을까.
나를 가족이라고 불러줄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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