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뚱이다!

6. 나는 엄마의 입술을 핥지 않기로 했다

by 도로미

“뚱아! 엄마 돈 벌고 올게.”


엄마는 늘 이렇게 말하고 현관문을 닫는다.

그러면 나는 이제 혼자만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안다.

그때부터 내 하루는 엄마와 오빠를 기다리는 일로 채워진다.


엄마와 오빠와 함께 산 지도 어느덧 한 달쯤 되었을까.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희미하게 들리면 나는 현관문 앞에 엎드려 있던 몸을 바짝 세운다.

그리고 발소리를 가만히 듣는다.


처음에는 몇 번이나 헷갈렸다.

“엄마다!”

나는 얼른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하지만 그 발자국 소리는 그냥 지나가 버린다.


어떤 날은 현관문을 스쳐 지나가고,

어떤 날은 택배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린다.

또 어떤 날은 사람들이 북적이며 떠드는 소리가 들리다가 사라진다.

가끔 초인종이 울리면 나는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고 크게 짖는다.

혹시나 나쁜 사람이면 안 되니까.


나중에 알고 보니

“교회 다니세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시행착오 끝에 나는 드디어 알아냈다.

엄마의 발소리와 오빠의 발소리를.

엄마는 둔탁한 발소리.

오빠는 촐랑거리는 발소리.

그리고 지금 들리는 이 소리는 분명 엄마다.

나는 귀를 쫑긋 세운다.


도어록이 울리고 현관문이 열린다.

“똥아아아아~”

엄마의 반가운 목소리.

나는 벌떡 일어나 엄마 다리에 매달린다.

얼른 엄마 품에 안기고 싶었다.


엄마는 핸드백을 내려놓고 바닥에 가만히 앉는다.

그리고 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준다.

나는 본능처럼 엄마 얼굴로 올라가 입술을 핥았다.

그건 나의 사랑 방식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엄마가 나를 살짝 밀어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뚱아! 엄마는 이렇게 핥는 건 싫어.”

엄마가 말했다.

그리고는 손바닥을 내 얼굴 앞으로 내밀었다.

“대신 이건 괜찮아.”

나는 몇 번 엄마 손바닥을 핥아 보았다.


하지만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엄마는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걸까.

촐랑거리는 오빠는 내가 얼굴을 핥아도 전혀 싫어하지 않았는데...

나는 조금 속상했다.


며칠 뒤 산책길에서 다른 개를 만났다.

나는 그 개 옆에 앉아 있었다.

그 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한참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꼬리를 천천히 흔들었다.

그 순간 나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엄마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날 이후 나는 엄마의 입술 대신

엄마의 손바닥을 핥기 시작했다.

그게 엄마가 좋아하는 사랑 방식이니까.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엄마가 나에게 말했다.

“뚱아… 이제 괜찮아.”

그리고는 내가 엄마 얼굴을 핥아도 가만히 웃고 있었다.

엄마는 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이것이

강아지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지금도 나는 가끔 엄마 얼굴을 핥는다.

엄마는 숨을 잠깐 참지만

그래도 웃는다.

나는 안다.


엄마도 이제

내 사랑 방식을 이해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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