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이름을 부른다는 것
후덥지근한 공기에 숨이 턱 막혔다.
눈을 떠보니 엄마가 나를 꼭 끌어안고 자고 있었다.
오빠는 어느새 엄마 침대 밑에 대자로 누워 잠들어 있었다.
나는 낑낑거렸다.
엄마 품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뚱아, 깼어? 쉬야 마려워?”
엄마는 베란다에 배변판을 놓아주었다.
나는 그곳으로 가서 오줌을 눴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이제 나는 더 이상 똥을 먹지 않는다.
엄마가 왜 기뻐하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엄마, 내 방 너무 더워.”
“문 열어놓고 선풍기 틀면 시원해져.”
“에어컨 달아주면 안 돼요?”
“안 돼~ 여름엔 그냥 엄마랑 자자.”
오빠는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엄마 옆으로 올라왔다.
엄마 집은 15평이다
거실에서 엄마와 내가 함께 살고,
오빠는 현관 옆 작은 방을 쓴다.
오늘은 할머니 생신이라 정읍에 간다.
오빠는 내가 힘들까 봐 걱정했지만,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예전, 노란 머리 아저씨에게 맡겨졌을 때
속이 울렁거렸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차 안에서 속이 조금 울렁거렸지만 괜찮았다.
엄마가 중간에 내려 바깥공기를 맡게 해 주었으니까.
휴게소 공터에서 나는 수많은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나도 내 영역을 남겼다.
드디어 외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아담한 텃밭, 그리고 집을 감싸고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처음 맡아보는 흙냄새에 나는 괜히 들떴다.
“아이고, 얘가 그 애니?”
할머니는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천둥 같은 짖음이 울렸다.
'장군'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진돗개였다.
나는 그 앞에서 그저 작아졌다.
할아버지는 나를 한 번 보시더니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셨다.
괜히 마음이 서운했다.
나는… 여기서 환영받지 못하는 걸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와 이모의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에 이모가 나와 같은 아이를 데려왔었다고 했다.
시츄... 그리고 이름도… 나와 같았다.
할아버지는 그 아이를 무척 사랑하셨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열려 있던 현관문 사이로 나가버렸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엄마가 나를 바라봤다.
조금 슬픈 눈이었다.
“이름… 바꿀까?”
“괜찮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제야 어젯밤이 떠올랐다.
밤에 일어나 배변판을 찾고 있었을 때였다.
주방 식탁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가 나를 바라보셨다.
“이 녀석… 오줌도 잘 싸네.”
조용히 다가와 내 등을 쓰다듬으셨다.
그리고 내 눈을 오래 바라보셨다.
그 눈빛은 어쩐지 슬퍼 보였다.
“뚱아. 넌 절대 엄마 곁을 떠나면 안 된다. 꼭 붙어 있어!”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그 말이, 왜인지 모르게 가슴에 오래 남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집에는 이미 한 번 나와 같은 아이가 있었다는 걸.
나와 같은 시츄. 같은 이름.
그 아이는 잠깐 열린 문 사이로 나갔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그 골목을 몇 번이나 돌았다고 했다.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며
하지만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나서야 알 것 같았다.
왜 할아버지가 나를 오래 바라보셨는지.
그리고 왜 그날 밤 그렇게 말하셨는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안다.
이름을 부른다는 건,
사라진 존재를 다시 꺼내는 일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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