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날게요

저어새

by 도로미

저 멀리 보니
햇살 한줄기 찰랑거리는 수면으로
무수한 진주를 뿌려댄다

나는 항상 위를 바라본다
내 아가미는 경고음을 울리지만
내 지느러미는 힘찬 도약을 한다

진주빛을 뚫고
생소한 공기를 마시다가
떨어진 곳이 얇은물
내 몸은 뒤집어지고
내 아가미는 비명을 지른다

어디선가 나타난 저어새가
내 몸을 확 집는다
이제 죽는건가
허무하게 하늘을 제대로 못보고
두눈을 감고 짧은 삶을 포기했다

그 순간 내 몸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나는 놀라 수면위를 보니
커다란 저어새의
날갯짓만 보였다

날! 살려준거야?
뜻밖의 행운에 난 눈물이 났다
그리고 이름모를 저어새를 본다

살게 해줘서 고마워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살께요


✨ 작가의 말

나는 오늘 새벽, 수면을 향해 뛰어오른 한 생명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 물고기는 마치 나였고,
그 물 위를 스쳐간 저어새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손 내밀어준 희망이었습니다.

한 번도 세상에 등을 지지 않으려 애써온 내가,
절망 속에서도 끝내 물 위를 바라보는 이유는 단 하나 —
“살고 싶다”는, 그 강렬하고 순수한 본능 때문입니다.

나는 이 시를 쓰며 깨달았습니다.
삶이란,
한 줄기 햇살에도 뛰어오를 만큼
우리는 원래 빛을 향해 움직이는 존재라는 걸.

저어새는 인간이 아니어도,
세상이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위로일 수 있습니다.
그건 햇살일 수도 있고, 바람일 수도 있고,
문득 울컥하게 하는 누군가의 한 마디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이제 압니다.
“다시 날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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