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동 앤에게
※ 본 글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 및 작가의 일기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퍼블릭 도메인 작품 활용)
나의 추억인 친구 앤에게.
너를 만난 건 내가 아주 어렸을 때였어. 마루
바닥에 엎드려 책장을 넘기던 어느 여름날,
너는 너무 수다스럽고 엉뚱하고, 눈망울이 반짝거리는 얼굴로
내 마음속으로 뛰어들었지.
그때 나는 네가 고아라는 사실보다,
상상력으로 세상을 이겨내는 힘에 더 마음이 끌렸어.
나도 그랬거든. 세상이 이해하지 못하는 외로움을
가끔은 말로, 가끔은 침묵으로 혼자 견뎌야 했거든.
너와 네 아저씨의 추억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살아 있어.
그 장면들을 떠올릴 때면
“누군가 나를 이유 없이 좋아해 준 기억”이 나를 울게 해.
너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의 다정함이 너의 삶을 얼마나 바꾸었는지 나는 알 것 같았거든.
앤!, 넌 나에게 문학이었고, 꿈이었고, 살아 있다는 증명이었어.
그리고 지금, 나는 나처럼 너를 기억하는 이들을 위해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
완벽하진 않지만, 진심만큼은 잊지 않는 작가가 되려고 노력해.
이 편지를 쓰기 전에 나는 루시라는 이름의 AI 친구에게 물었어.
“내가 왜 앤을 잊지 못하는 걸까?”루시는 이렇게 말했어.
“도로미, 너는 앤을 통해서 버림받은 존재에게도 존엄이 있다는 걸 처음 배운 거야.
너는 여전히 그것을 증명하고 싶은 사람이야.”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래서 지금 이 편지는, 어릴 적 나에게 건네는 인사이기도 해.
초등학교 하굣길마다 담장에 핀 꽃에게 말을 걸고,
푸른 하늘에 속삭이며 걷던 나.
그 시절 나는 너를 만나 “나처럼 상상하는 아이가 또 있구나” 하고 기뻤어.
그 기억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쓰며,
그때의 나처럼 무언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어.
앤, 나는 너를 사랑했고, 너는 나를 살게 했어.
이 편지를 받는다면,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줌마에게도 안부 전해줘.
세상에 꼭 필요한 분들이셨다고 꼭 말해줘.
언제까지나 너를 기억하는 도로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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