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할머니에게 보내는 전상서
제 나이 열여덟, 어느 가을날
할머니는 그렇게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셨지요.
“나는 자식들 힘들게 안 하고 조용히 가고 싶다.”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그 말 그대로,
정말 어느 날, 말없이 떠나버리셨습니다.
목포에서 올라와 단칸방에 살던 우리 가족.
아버지는 잠실 주공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시고,
어머니는 인형공장에서 일하셨어요.
저희 남매는 동네 친구들과 노느라
항상 집안은 엉망진창이었지요.
놀다가 집에 들어오면,
할머니는 쪽진 머리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철수세미로 꼬질꼬질한 냄비를 벅벅 문지르고 계셨습니다.
할머니 손이 지나간 냄비는 번쩍번쩍 빛났고,
냄새나던 싱크대도 어느새 말끔히 닦여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가져오신 참깨, 고춧가루, 마른 나물들을
양손 가득 챙겨 오시느라
노인네가 버스 타고 올라오시는 길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지금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할머니!”
“아이고, 내 강아지들.”
우리가 부르면 언제나 그렇게 환하게 웃으시며,
어지러운 방 안에서도 우리를 꼭 안아주셨지요.
흙냄새와 포근한 살냄새가 어우러진
할머니 품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겨우 하룻밤 주무시고,
아침 일찍 또 시골로 가시려 준비하시던 할머니.
아버지는 좀 더 계시라고 붙잡았지만,
“아야, 어서 가봐야지. 가면 할 것도 많아.”
손사래를 치며 서둘러 나서셨지요.
버스정류장에서 헤어지던 그날,
좋은 분의 양보로 앉으신 할머니는
우리를 향해 얼른 가라며 손짓하셨고,
그 모습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당신의 평생소원대로
자식들 성가시게 하지 않으시고
용인 시골집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나셨지요.
할머니,
사는 게 바빠서 이제야 할머니가 생각났어요.
너무 늦었지요? 정말 죄송해요.
지금에서야,
할머니가 베풀어주셨던 그 사랑이
가슴 깊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그리움과 슬픔이 자꾸만 차올라요.
할머니,
많이 사랑합니다.
그리고… 너무, 너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