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모험가 Nov 19. 2021

그리스 2 : 신화의 나라 그리스에 가다 2

퍼즐 세계일주


8월 7일

다음날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그리스의 호텔은 조식이 포함되어 있다.

빵과 주스, 커피와 티, 삶은 계란 간단한 식사였다. 그리스 아침 식사에서 계란이 나오면 잘 나오는 거라는데 삶은 계란이 있는 잘 나온 식사를 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근처의 신타그마  광장으로 갔다. 본격적으로 햇볕이 강하게 비춰 아침부터 뜨거웠다.

 신타그마 광장에는 비둘기들이 여유 있어 보였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중심지라 주변에 큰 건물들이 있었고 지하철과 전차가 있었다. 광장 앞에는 국회의사당이 있는데 근위병들이 지키고 있었다. 매주 일요일에 근위병 행진이 볼만한데 월요일이라 아쉬웠다. 그래도 두 명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 특유의 행진을 보여주었다. 지하철을 타고 오모니아 광장으로 갔다. 오모니아 광장 근처에 싼 호텔들이 많다고 하여 오늘 묵을 호텔을 예약하기 위해서였다. 역 바로 앞에 “LA MIRAGE”라는 호텔이 있는데 괜찮아 보여 비싸겠지 싶었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맘에 방값이나 물어보러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오히려 전날 묵은 호텔보다 싼 것이다. 몇 군데 물어봤는데 여기가 괜찮아서 체크인을 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전날 묵은 호텔에 비하면 너무 좋았다. 비로소 호텔다운 호텔이었다. 방도 크고 욕실도 좋았다. 그러나 여기도 냉장고는 없었다. 짐을 풀고 아크로폴리스로 가기 위해 나섰다. 가기 전 점심시간이라 호텔 근처 간이음식점에서 샌드위치랑 아이스티를 먹었다. 샌드위치에 보라색 잼 같은 게 있었는데 먹어보니 맛이 짜고 쓰고 이상했다. 알고 보니 올리브를 발효시켜 으깬 것인데 그리스 사람들이 즐겨 먹는 것이었다. 맛이 없어 그것을 빼고 먹었다. 식사 후 아크로 폴리스로 갔다.

국회의사당 앞의 근위병들
 사람들이 아테네에 와서 매연이 나는 도시를 보고 처음에 실망하지만 멀리서 보이는 파르테논 신전을 보고 ‘ 아! 내가 그리스에 온 것 맞는구나!’라고 느낀다고 한다. 그리스의 현대적인 도시 속에서 높은 곳에 우뚝 서 있는 파르테논을 보며 신화의 나라 그리스가 절절히 느껴진다.



멀리 보니 높은 곳에 파르테논이 있다. 길 어귀엔 관광지에서 볼 수 있듯 여러 상가와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었다. 입구에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및 여러 유적의 터가 있었다. 교회도 있었는데 지금은 터와 바위만 남았다. 여기서부터 고대 그리스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테네에서 대표적 관광지가 아크로폴리스이다. 이 아크로폴리스에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한 여러 신전들과 아고라 등 여러 유적지가 한데 몰려 있다. 전부 볼 수 있는 입장권을 샀다. 안에는 굉장히 넓었다. 우선 거인상들 앞에서 한컷 찍었다. 여러 개의 주랑이 인상적인 이탈로스 스토아로 갔다. 기원전 159~138년에 세워진 건물로 고대 그리스 아고라에 위치해 있다. 현재 건물은 복원한 것으로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예전에는 시장이 섰다고 한다. 박물관 내부에는 여러 조각상들과 신상들, 그리스 도자기, 주화 등 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그리스 조각은 인체나 옷의 주름등 섬세하게 마치 실제처럼 조각되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스는 대리석이 많아서 주로 사용했고 그 대리석이 물러서 표현하기에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또한 그리스 사람들은 인간 육체에 관심이 많았고 실제로 신체 또한 다른 민족보다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런 아름다운 인체를 잘 표현한 것이다. 인간 중심인 그리스가 그래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심지어 신들까지도 인간을 닮은...

조각상(왼)                                                                                    거인상앞에서 (우)
       에레크테이온 신전 (왼)                                                                     아그리파음악당 (우)


스토아 옆 아고라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어원이 "모이다"란 뜻의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시민생활의 공공 광장이었다, 그곳은 신전 ·회의소 ·보고(寶庫) 등과 나란히 스토아로 불리는 독특한 주랑(柱廊:회랑)이 독립적으로 지어져 있었다. 기후가 좋은 그리스에서는 시민이 옥외 생활을 많이 하기 때문에 아고라에 모여 스토아의 그늘에서 대화를 나누고 뉴스를 교환하며 정치를 논하였는데, 그것은 그리스의 민주정치 지탱하는 잠재력이 되었다고 한다.

아고라 근처에 많은 나무들이 있는데 생김새가 독특해 혹시 올리브 나무가 아닌가 했다. 옆에 관리인이 앉아 있어 물어보니 올리브 나무가 맞다고 한다. 그리스는 올리브 나무가 많이 있다. 그래서 그리스 사람들은 모든 음식에 들어갈 정도로 올리브유를 많이 먹는다. 요즘이야 한국에서 웰빙이다 해서 올리브유가 보편화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식품이고 값비싼 기름이었다. 올리브 나무를 바라보고 있는데 관리인 아저씨가 나뭇가지를 꺾어 월계관을 두 개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스의 여신 아테네가 인간에게 올리브 나무를 선물로 주었고 그 대가로 수도의 이름을 여신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고대 올림픽 경기에서 선수들은 올리브 화관을 썼다. 아저씨의 성의가 고맙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만들어준 관을 머리에 쓰고 사진을 찍었다. 아저씨가 사진도 찍어 주고 어디가 경치가 좋은지 계속 알려주었다.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셨다.^^
올리브나무

그리고 조금 올라가니 언덕에 붉은 벽돌로 지은 지붕이 돔 모양인 그리스식 교회가 있었다. 내부도 들어갈 수 있었는데  벽화와 십자가가 가운데 있었고, 천정에도 그림이 있었다.

파르테논까지는 꽤 올라가야 하는데 그리스의 날씨는 굉장히 무더웠다. 물통의 물이 금세 동이 났다. 잠깐 기다리는 사이 남편이 매점에 가서 시원한 물과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아이스크림이 딸기맛 폴라포 같은 것이어서 시원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너무 달고 우리나라 것과는 달리 얼음이 없었다. 괜히 갈증만 더하게 되었다.  좀 더 힘을 내어 걸어갔다. 파르테논 가기 전 입구에 아그리파 음악당이 있었다. 아그리파 음악당은 아고라에서 가장 큰 건물로, 축조 당시 2층이었다. 3세기에 파괴되었다가 4세기 들어 그 자리에 체육관이 세워졌고, 대학 건물로 이용되었다. 마침 한국 단체여행팀이 지나가서 몰래 귀동냥을 했다. 그 음악당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은 세계 TOP 10에 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조수미와 정명훈이 공연을 했다고 한다.

파르테논을 들어가기 전 입구가 있는데 배낭을 못 가지고 가게 하고 맡기고 가도록 하였다. 남편이 배낭을 맡기고 그 옆에 간이음식점이 있었는데 거기에 우리가 원하는 그 시원한 얼음의 슬러시를 파는 것이다. 갔다 와서 먹을 것을 기대하며 더욱 힘을 내어 올라갔다. 파르테논 가기 전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승리의 신 니케를 모시는 신전이 있었다.  BC420년경에 건축가 칼리 크라테스(Kallikrates)에 의해 건축되었는데 이오니아 양식이다. 이 신전 역시 1686년 터키에 의해 분해되어 입구에 거대한 대포가 놓여 있었다. 1836년~1842년 사이에 복원되었다. 1936년에 플랫폼이 다시 붕괴되어 재복원하였다고 한다

파르테논 신전 앞에서

드디어 파르테논에 이르렀다.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본 그곳에 오다니 정말 꿈만 같았다. 웅장한 신전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모두 돌로 되어있는 것이 신기했고, 기둥과 천정도 돌인데 그것이 쓰러지거나 무너지지 않는 것 또한 신기했다. 이오니아식 기둥이 멋스러웠고,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문화유 산답게 웅장했다. 내가 갔을 때는 계속 복원 공사 중이었다. 파르테논은 BC 479년에 페르시아인이 파괴한 옛 신전 자리에 아테네인이 아테네의 수호여신 아테나에게 바친 것으로서, 도리스식 신전의 극치를 나타내는 걸작이라고 한다. 아크로폴리스 최대의 신전으로 파르테논이란 '처녀의 집'이라는 뜻이다. 아테네 시의 수호신인 아테나를 모신 곳으로, 아크로폴리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지어졌다. 이 신전은 두 가지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하나는 페리클레스에 의해 아테네의 수호신 아테나를 모시기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델로스로부터 가져온 조공품들을 보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 옆에 기둥 자체가 여인상이 예술인 에렉티온 신전이 있다. 파르테논 신전 북쪽에 세워진 이오니아 양식의 작은 신전. 파르테논 신전이 아크로폴리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기념물이긴 하나 그것은 신전이라기보다는 전시 기념물에 가까웁다. 아크로폴리스에서 신전 역할을 한 곳이 바로 이 에렉티온 신전이다. 아크로폴리스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곳에 세워졌으며,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그의 삼지창을 내던져 꽂힌 곳이 이곳이며, 지혜의 신 아테나가 올리브나무를 심은 곳이 이곳이다. 따라서 이 신전에는 이들 신들의 전설을 본뜬 조각상들이 있다고 한다. 정말 여상 기둥 자체가 조각이고 너무나 아름답다. 그 옆에 더 높은 언덕이 있어 올라갔다. 높은 곳이라 아테네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또 멀리 제우스 신전과 디오니소스 극장이 보인다. 내려가진 않고 위에서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리스 날씨는 너무 더웠다. 이제 슬러시를 기대하며 내려가서 가방을 찾고 슬러시를 시원하게 먹었다. 그때 그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파르테논을 내려와서 멀리 헤파이스토스 신전이 보인다. 거기까지 언제 가남? 그러나 아고라를 가로질러 부지런히 갔다. 헤파이스토스 신전은 발굴 당시 주위에 대장장이와 관계있는 물건이 많이 발굴되어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파르테논 신전과 비슷한 시기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파르테논 신전에 비하면 규모나 예술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평을 듣는다. 그래도 가장 보존이 잘된 도리아식 신전이다. 그래서 그런지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규모면에서 파르테논 보다 적었지만 아담하고 멋졌다.

아크로폴리스를 다 보고 저녁때가 되어 쨍쨍 내리쬐던 해도 기울고 제법 날씨가 좋았다. 밖으로 나오니 플라카 지구인데 길가에 수많은 상점과 노천카페,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고, 많은 사람들로 분위기가 좋았다. 식사하며 얘기하며 여기저기 음악소리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아크로폴리스 입구가 신기한 것이 유적지 바로 옆에 기찻길이 있고 실제로 기차가 지나가는 것이었다. 우리 같으면 격리시켰을 텐데 참 특이했다.

그리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깨찰빵과 과자들


가이드북에서 그리스 전통 의상을 입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식당이 있다 해서 찾아가려고 했다. 가는 길에 그리스 전통악기인 기타처럼 생긴 부주키를 치는 아저씨가 있었다. 동전 몇 개를 넣어주고, 지나가는 꽃을 들고 가는 흑인 아저씨에게 그 가게를 물었다. 아마 신전에 근무하는 사람 같았는데 그 아저씨는 그림 그리는 사람과 다른 사람들을 불러 물어봤다. 길을 가르쳐 주는 곳을 따라 찾아가 보았으나 그런 곳은 없었다. 그런데 골목 쪽으로 가니 여기저기 호객꾼들이 있었다. 한 적극적인 아저씨는 2층인데 전망이 좋다고 한번 올라와 보라고 했다. 그래서 남편과 올라가 보니 2층의 야외 레스토랑이었다. 정말 전망이 괜찮았다. 주위 시내가 보이고 위쪽에 아크로폴리스가 보였다. 가격표를 보여달라고 했는데 꽤 비쌌다. 그래서 안 하겠다고 하고 내려가려니 할아버지 웨이터 한분이 조용히 다가오셔서 원래 이것저것 하면 비싼데 싸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먹으라는 것이다. 그 할아버지 표정이 너무 진지하셔서 웃음이 나고 귀여우셨다. 남편은 저렇게까지 하는데 그냥 먹자고 해서 거기서 먹기로 했다. 할아버지는 석양이 지면 멋지다고 하셨다. 그러나 아직도 햇살이 따가워 그늘 진 곳에서 먹었다. 옆에 이미 한가족이 먹고 있었다. 손님이 우리랑 딱 2팀뿐이다. 웨이터들도 거의 할아버지였다. 호객꾼들이 사람들을 데려온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비싸서인지 다들 나가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주위 다른 집들은 손님도 많고 웨이터들도 젊다. 장사가 안된 곳을 괜히 왔나 싶었지만 할아버지들이 안쓰럽기도 했다. 손님이 없어 자기들끼리 얘기하거나 괜히 탁자와 의자의 줄을 맞추는 것이다. 그리스에 왔으니 한번 풀코스로 먹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기다렸다.

그리스식 샐러드와 식전빵등 그리스 정찬(왼)                               수불라키를 연주하는 사람(우)

오렌지 주스를 내오고, 빵을 내왔다. 큰 빵에 올리브유와 허브가루를 짠득 넣었다. 여기 그리스는 음식마다 몸에 좋은 올리브유를 많이 넣는다. 그래서 건강하고 장수한다고 한다. 좀 느끼했지만 빵을 먹었다. 특히 그리스는 빵 인심이 좋다. 빵도 크고 많이 준다. 그 후에 '무사카(Mousaka)'라는 것이 나왔는데 간 고기를 치즈로 덮어 그릴에 구운 파이 형태의 음식이다. 맛은 괜찮은데 양고기 냄새가 나서 먹기가 좀 어려웠다. 또 '돌마다키'라는 음식은 요리한 찐 밥을 삶은 포도잎으로  싼 것인데 맛은 괜찮았지만 독특한 향이 있었다. 그리스의 대표적인 음식인 '수불라키(Souvlaki)'는 꼬챙이에 넓적한 고기를 겹겹이 포개 놓고 세로로 세워 천천히 돌리며 불에 구워 익은 부위를 칼로 잘라 밀전병과 양파와 함께 접시에 담아 먹는 음식이다. 한국인의 기호에 잘 맞는 음식으로 숯불구이와 비슷하다. 양고기와 돼지고기를 구웠는데 맛있었다. 그리고 그리스식 샐러드는 각종 야채에 올리브유를 듬뿍 넣고 그 위에 훼다 치즈(양 치즈)를 넣었다.  훼다 치즈는 산양의 젖으로 만든 하얀색의 두부같이 생긴 것인데 매우 먹음직스러웠다. 이렇게 많은 음식이 나와서 많이 남기었다. 음식이 다 차려지면 사진을 찍으려고 먹지 않고 기다리니 웨이터 할아버지가 이상한 듯 쳐다봤다. 그리고 사진을 부탁하니 찍어주었다. 이렇게 해서 호객꾼에게 이끌려 그리스 전통 음식을 제대로 먹게 되었다. 다 먹고 나서 부주키를 연주하는 가수 두 명이 왔다. 8시에 시작한다고 했으나 그리스 타임이다. 예정보다 늦게 와서 거의 9시가 되어서야 시작했다. 계속 해가 지길 기다리며 음악을 들으며 앉아있었다. 다른 카페들은 사람들이 많았고 젊은 웨이터였다. 이 집이 장사가 안 되는 뭔가 이유가 있을 듯했다. 그리스의 밤을 더 만끽할까 했지만 낮에 무더위 속에 아크로폴리스를 다녀와서 매우 피곤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호텔로 돌아와서 쉬었다. 내일을 기약하며...

헤파이토스 신전







        


작가의 이전글 편견과 알렉시티미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