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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모험가 Nov 17. 2021

편견과 알렉시티미아

아주 평범 씨의 칼럼

  우리 사회에 얼마나 무수한 편견들이 많은가? 나 또한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무의식 속의 편견에 갇혀 있다.

편견, 선입견의 뜻을 가지고 있는 Prejudice이라는 단어는 pre(미리)와 jud(판단하다)의 명사 형태로 '미리 판단'을 뜻한다. 우리가 무엇인가 정확히 알기도 전에 우리가 미리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얼마 전 동네 맘 카페에 어떤 주민이 불법 주정차 문제를 제기하며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아파트 단지 내 마땅히 주차할 공간이 아닌데 주차한 차주를 비난하며 글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 댓글 하나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임대니까 그래요'라는 댓글이었다. 나도 그 글을 보고 순간 내 눈을 의심했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그 댓글을 달은 사람에게 비난과 공격성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갑을논박이 이어졌다. 임대 아파트에 살면 시민의식이 없고 교양이 없고 분양아파트에 살면 있다는 논리인가? 그 댓글을 올린 사람은 처음부터 악의적으로 올렸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무의식 속에 내재된 지독한 편견이 생각 없이 드러난 것이다.  

또 한 번은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평소와 달리 매우 지저분했다. 휴일이라 청소가 덜 된 탓인지 바닥에 휴지가 사방에 버려져 있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다음 칸으로 옮기고 있는데 한 무리의 등산객 차림의 아주머니들이 들어오셨다.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 "여기는 화장실이 왜 이리 더러워?" "시골 사람이 썼나 보다"라는 것이었다. 이들의 대화를 듣고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시골 사람은 화장실을 더럽게 쓰고 도시 사람은 아니라는 논리인가? 과거처럼 시골이 재래식 화장실도 아니고 휴지를 변기에 넣는 것을 몰랐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시골사람과 상관이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또 시골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나는 서울에 오래 살았지만 엄연히 대전사람이다. 그럼 나는 시골 사람인가? 도시 사람인가? 혼자 화장실에서 어이없어했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예전에 내가 다니던 직장에서 한 후배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기를 선입견 없이 봐줘서 고마웠다고. 그 후배는 조직에서 튀는 후배였다. 그렇지만 심성은 착했는데 그가 안쓰러워 챙겨주었다. 그런데 나중에 그런 말을 하면서 본인의 아픈 비밀까지 얘기해주어 나는 매우 고마웠다. 나는 편견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그것이 그리 쉽지 않다. 이미 덮여있는 편견을 인식하고 벗어야 한다.

 소설'아몬드'에서 주인공 윤재가 곤이를 편견 없이 바라봐 주었다. 물론 윤재는 알렉시티미아(감정 표현 불능증)로 곤이에게 마음 문을 열게 했지만 결국 진심으로 편견 없이 대해주어 친구가 되었다. 우리에게도 의도적 알렉시티미아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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