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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모험가 Nov 24. 2021

그리스 5 : 미코노스에서 노숙을?

퍼즐 세계일주

8월 10일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했다. 우리 방이 길가 쪽에 있었는데 창문을 밖으로 여는 예쁜 창이었다. 그 창문 아래 장난감같이 알록달록한 식탁과 의자가 있고 여기가 아침 식사 장소였다. 메뉴는 간단한 커피와 주스, 빵이었다. 금방 구워진 다양한 빵이 참 맛있었다. 며칠을 빵을 먹었는데도 맛있어서 그런지 질리지가 않았다. 조식은 일하는 아가씨가 갖다 주었다. 아름다운 지중해의 멋진 전망을 바라보며 아침을 먹는 기분은 너무나 낭만적이고 행복했다. 단, 길가라 여행객들이 지나갈 때마다 우리를 쳐다보는 게 조금 부담스럽고, 인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 것을 빼곤 말이다. 식사 후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하고 시간이 있어 좀 더 돌아다보기로 했다. 짐은 호텔에 보관해두었다. 그리고 렌터카 반납을 하러 렌터카 회사에 갔다. 차 상태를 확인한 후 좋다고 했다. 반납 후 점심으로 그토록 먹고 싶었던 케밥을 먹었다. 한 간이음식점의 야외 자리에 앉았다. 프렌치프라이와 코크, 케밥 세트 메뉴를 주문해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케밥 가게 주인아저씨와 딸로 보이는 아가씨가 척척 호흡을 맞춰가서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식사 후 우리는 미코노스로 가는 배편을 예약하기 위해 여행사로 갔다. 그런데 성수기라 산토리니에서 미코노스까지 직항은 없고 낙소스를 경유해  배를 갈아타는  티켓만 남았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경유 티켓을 사고 배 타는 곳을 물어본 후 호텔에 가서 짐을 챙겨 가지고 왔다. 버스를 타고 배 타는 항구로 가야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버스 터미널로 가니 조금 전에 버스가 출발했고, 더구나 버스가 2시간에 한대라는 것이다. 이제 한 시간밖에 안 남았다. 그래서 택시를 잡으려고 했더니 여기는 시스템이 택시 잡는 곳이 따로 있고 거기서 순서대로 탈 수 있다고 했다. 일단 그곳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줄 서있었고 어랜지 하는 사람이 이어폰을 끼고 사무실에 있었다. 그 택시도 자주 오지 않나 보다. 그래서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물으니 예상할 수 없으나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아! 배를 놓치면 큰일 난다. 그런데 남편이 잠깐 있으라고 하고 어디론가 갔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간 건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자 속이 탔다. 택시가 차례로 와서 우리 앞에 서있던 사람들이 타고 갔다. 이번에는 우리 차례인데 남편은 오지 않고 기사가 묻더니 다른 사람을 태우고 갔다. 속이 타고 있는데 드디어 남편이 왔다. 마침 택시 한 대가 와서 탔고 외국인 남녀와 합승을 했다. 남편에게 어디 갔었냐고 물으니 경찰서에 가서 도움을 청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혹시나 해서 다시 왔다고 했다. 어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30분가량 시간이 남았다. 택시는 해안 쪽으로 내려갔다. 거리가 꽤 있었다.
낙소스행 페리(왼, 가운데)                                                                       미코노스 호화 유람선(우)

드디어 항구에 내렸다. 영화 속에서 본듯한 커다란 여객선이 있었다. 배의 규모가 매우 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다. 승차시간이 되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배 안으로 들어갔다. 배안은 매우 넓었다. 7-8층가량 되었는데 거대한 건물이었다. 안에는 매점과 레스토랑 등이 있었다. 좌석 간 간격이 꽤 넓고 무엇보다 주변의 공간이 넓어서 은 공간의 비행기와 비교가 되었다. 덜 답답해 보이고 좋았다. 물론 시간상으론 비행기와 비교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좌석번호를 찾아 가 앉았다. 배의 움직임은 미비하여 여행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배 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미코노스 또 다른 섬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발하였다. 1시간 30분가량의 운항시간에 잠깐 쉬면서 보내니 금방 시간이 갔다.


낙소스에 도착했다. 여기서 한 시간 반을 머물고, 그 후 다른 배로 미코노스로 가는 배를 타게 된다. 낙소스! 비록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새로운 곳을 들른다는 게 나쁘지 않았다. 도착해서 보니 매우 작은 섬이었다. 집들도 피라의 집들처럼 관광지의 예쁜 모습이 아닌 평범한 모습이었다. 내려서 보니 왼쪽 끝에 언덕이 있고 거기에 신전이 있었다.  여기서 잠깐 둘러보고 저녁 먹고 배를 타면 딱 시간이 맞겠다.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이 있을까?'싶었는데 역시나 간간히 한국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부두에 한국 학생 여럿이 있었다. 말을 걸었더니 여행 동아리에서 왔는데 배편을 못 구해 낙소스에서 3-4일을 머물러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학생은 이 작고 알려지지 않은 섬에서 3일이나 무엇을 할까 걱정하며 우는 학생도 있었다. 3일 동안은 심심해 보였다. 인사를 한 후 우리는 그 언덕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 한국인 부부가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부부였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교사 부부란다. 방학 동안 40여 일을 유럽지역과 섬을 돌아보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위주로 다닌다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미코노스를 가지 않았다고 한다. 남자분은 젊었을 때 혼자 그리스 섬 일대를 여행하고 결혼 후에 부인과 다시 찾았다고 했다. 낙소스는 3일째 있었는데 너무 좋은 섬이라고 했다. 섬 온면이 해변인데 해수욕하기에 좋고 파도도 낮아 아주 좋다고 했다. 또한 캠핑 준비까지 하고 오셨는데 그동안 잘 써먹지 못하다가 낙소스에 캠핑장이 있어 더욱 좋았다고 했다. '이렇게 멋지게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싶어 부럽기도 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친근했다. 짧은 만남이 아쉬웠지만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이별 인사를 나누었다.

낙소스의 노을(왼)                                                                            낙소스의 아폴로 신전(우)

 어느새 저녁노을이 지어 매우 아름다웠다. 계획에 없었던 낯선 곳에서의 선셋. 이아 선셋을 보지 못한 보상이었으리라. 감사했다. 언덕 위의 신전은 아폴로 신전이라고 했다. 그리스는 섬이나 도시의 제일 높은 곳에 신전을 짓는다고 한다. 그 한국인 부부와  헤어지고 부두 앞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리스 전통요리인 포크 요리와 크림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양이 너무 많았다. 포크 요리는 맛이 괜찮았다. 스파게티는 양이 너무 많아 벌써 질렸다. 그래서 준비한 기내에서 가져온 고추장을 비벼먹었는데 완전히 비빔면이었다. 정말 매운맛이 사무칠 때였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

승차 시간이 되어 배를 탔는데 스피드 보트라 앞서 타고 온 배보다는 작았다. 학생 단체가 있어 매우 시끄러웠다. 배를 탔는데 좌석이  좁고 마주 보는 자리라 불편했다. 다행히 앞에 앉은 학생들은 험상궂어 보였으나 담배는 피우지 않았다. 그리스는 금연이 없다. 담배에 관대하기에 금연석이 따로 없어 어디서나 담배연기에 시달려야 했다. 더구나 어이없는 건 배에 어린이 놀이방 같은 게 있었는데 따로 칸막이나 문이 없었고 옆에서는 담배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놀이방 또한 어린이가 없었고 유명무실했다. 처음엔 '이런 공간이 있구나' 좋게 보였는데 이왕 배려할 바엔 담배연기로부터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드디어 미코노스에 도착했다. 밤 12시가 다되어 어두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여전히 한국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우리 배 옆엔 호화 유람선이 정박해 있었다. 요트들도 여러 대 달려있는 영화에서 본듯한 럭셔리 크루즈 배였다. 항구에는 많은 호텔 호객꾼들이 “ROOM!” 하면서 있었다. 다들 부르는 가격이 꽤 높았다. 피라보다 훨씬 비싸게 불렀다. 그러다 한 호텔 사람과  흥정을 해서 값을 깎았다. 그리고 호텔 버스를 타고 가서 방을 보고 맘에 들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갔다. 그런데 외진 곳이었고 방도 형편없었다. 우린 하지 않겠다고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왔다. 그리스 전통옷을 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우리가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는 곳을 물었고 바로 거기라고 했다. 자기도 시내에 간다고 했다. 키가 크고 잘 생긴 청년은 편안해 보이는 치마로 된 그리스 전통의상을 입었고 머리는 단발로 웨이브 졌는데 마치 그리스의 신이 연상되었다. 자기는 그 의상이 편해서 입는데 보는 사람들은 좀 우스워보일거라고 했다. 버스가 오자 탔다. 친절한 그 청년은 잘 안내를 해주었다. 다운타운에 내렸더니 온통 화려한 불빛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미코노스는 특이하게 새벽 3시까지 상점 문을 연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늦은 시간에도 마치 저녁처럼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남편과 나는 피라에서도 호텔이 많아서 여기도 쉽게 구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호텔들을 다니며 물어보았으나 방이 없었다. 그러다 한 곳을 갔는데 수영장이 딸린 멋진 곳이었다. 그곳은 방이 있었으나 매우 비쌌다. 그래서 나는 시내 한구석에 짐을 맡고 앉아 있고 기영 씨 혼자 알아보러 다녔으나 방이 없었다. 남편은 땀을 흘리며 힘들게 다녔고 나도 지치고 힘들었다. 그래서 아까 흥정했던 방이 비싸고 맘에 들지 않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거기로 다시 가기로 했다. 주인아주머니가 준 명함으로 우선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핸드폰, 전화 모두 결번이거나 걸리지 않았다. 전화를 잘못 걸었나 싶어 현지 청년에게 물어보았으나 걸리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그 호텔에 다시 갔다. 미코노스는 택시비, 버스비는 산토리니보다 저렴했다. 잠깐 동안의 미코노스 다운타운을 봤지만 힘들고 방을 구하지 못한 마음에 별로 좋은 기억이 없었다. 더구나 더 놀랐던 것은 미코노스가 게이들의 천국이었다. 남자 둘이 손을 잡고 가는 건 흔히 볼 수 있었다. 호텔을 알아보기 위해 얻어온 지도에 나온 호텔 리스트와 레스토랑 리스트를 보니 전부 게이 호텔과 게이 바였다. 전화를 하려다 게이 호텔인 것을 보고 그만두었다. 남편한테 들었는데 방을 구하러 다니는데 모 남성으로부터 대시를 당했다는 해프닝도 있었다. 하하! 아름답고 낭만적인 미코노스에 대한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다시 그 호텔로 가니 이미 문은 닫혀있고 불이 다 꺼져있었다. 다운타운이야 새벽 3시까지 하지만 거기는 이미 다 잠자리에 들었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막막했다. 날은 선선해지고 어두워 무섭기도 했다. 남편이 잠깐 있으라고 하더니 주위 문 열린 호텔을 찾아봤으나 모두 문이 닫혔다. 남편이 와보라고 해서 갔는데 옆 호텔의 수영장이었다. Pool이 있고 선탠 의자들이 여러 개 놓여있고, 옆에는 화장실과 샤워실도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여기서 한숨 자라는 것이다. 하나님! 왜 이런 일이... 눈물이 날 거 같았다.

어떻게 해든 방을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할 수가 없었다. 나쁜 사람들이 와서 해코질 할까 봐 무섭기도 했다. 남편 잠을 자라고 옆에서 지켜준다고 해서 누웠다. 새벽 3시가 넘었다. 몇 시간만 버티면 된다. 당초 비행시간보다 빨리 공항에 가서 런던으로 가려고 했다. 잠깐 잠이 들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옆의 호텔방에서 남자 두 명이 우리가 누워서 얘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좋아 보였는지 내려와서는 다른 쪽에 몇 시간 누워 얘기하다 갔다. 우린 방이 없어서 그랬는데 말이다. 잠에서 깨고 나는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면을 했다.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다. 기영 씨는 샤워실에서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씻을 수 있어 감사했다. 미코노스의 밤! 정말 잊지 못할 밤이다. 무섭고 힘들고 속상했지만 지나고 보니 또 다른 추억이 되었다. 미코노스의 밤하늘에는 별이 참 많았다. 낭만적인 밤이 될 수도 있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아름다운 미코노스에서의 노숙 말이다. 그때의 밤하늘의 별들이 지금도 내 가슴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미코노스에서의 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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