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세계일주
식사 후 우리는 미코노스로 가는 배편을 예약하기 위해 여행사로 갔다. 그런데 성수기라 산토리니에서 미코노스까지 직항은 없고 낙소스를 경유해 배를 갈아타는 티켓만 남았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경유 티켓을 사고 배 타는 곳을 물어본 후 호텔에 가서 짐을 챙겨 가지고 왔다. 버스를 타고 배 타는 항구로 가야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버스 터미널로 가니 조금 전에 버스가 출발했고, 더구나 버스가 2시간에 한대라는 것이다. 이제 한 시간밖에 안 남았다. 그래서 택시를 잡으려고 했더니 여기는 시스템이 택시 잡는 곳이 따로 있고 거기서 순서대로 탈 수 있다고 했다. 일단 그곳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줄 서있었고 어랜지 하는 사람이 이어폰을 끼고 사무실에 있었다. 그 택시도 자주 오지 않나 보다. 그래서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물으니 예상할 수 없으나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아! 배를 놓치면 큰일 난다. 그런데 남편이 잠깐 있으라고 하고 어디론가 갔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간 건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자 속이 탔다. 택시가 차례로 와서 우리 앞에 서있던 사람들이 타고 갔다. 이번에는 우리 차례인데 남편은 오지 않고 기사가 묻더니 다른 사람을 태우고 갔다. 속이 타고 있는데 드디어 남편이 왔다. 마침 택시 한 대가 와서 탔고 외국인 남녀와 합승을 했다. 남편에게 어디 갔었냐고 물으니 경찰서에 가서 도움을 청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혹시나 해서 다시 왔다고 했다. 어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30분가량 시간이 남았다. 택시는 해안 쪽으로 내려갔다. 거리가 꽤 있었다.
드디어 미코노스에 도착했다. 밤 12시가 다되어 어두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여전히 한국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우리 배 옆엔 호화 유람선이 정박해 있었다. 요트들도 여러 대 달려있는 영화에서 본듯한 럭셔리 크루즈 배였다. 항구에는 많은 호텔 호객꾼들이 “ROOM!” 하면서 있었다. 다들 부르는 가격이 꽤 높았다. 피라보다 훨씬 비싸게 불렀다. 그러다 한 호텔 사람과 흥정을 해서 값을 깎았다. 그리고 호텔 버스를 타고 가서 방을 보고 맘에 들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갔다. 그런데 외진 곳이었고 방도 형편없었다. 우린 하지 않겠다고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왔다. 그리스 전통옷을 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우리가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는 곳을 물었고 바로 거기라고 했다. 자기도 시내에 간다고 했다. 키가 크고 잘 생긴 청년은 편안해 보이는 치마로 된 그리스 전통의상을 입었고 머리는 단발로 웨이브 졌는데 마치 그리스의 신이 연상되었다. 자기는 그 의상이 편해서 입는데 보는 사람들은 좀 우스워보일거라고 했다. 버스가 오자 탔다. 친절한 그 청년은 잘 안내를 해주었다. 다운타운에 내렸더니 온통 화려한 불빛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다시 그 호텔로 가니 이미 문은 닫혀있고 불이 다 꺼져있었다. 다운타운이야 새벽 3시까지 하지만 거기는 이미 다 잠자리에 들었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막막했다. 날은 선선해지고 어두워 무섭기도 했다. 남편이 잠깐 있으라고 하더니 주위 문 열린 호텔을 찾아봤으나 모두 문이 닫혔다. 남편이 와보라고 해서 갔는데 옆 호텔의 수영장이었다. Pool이 있고 선탠 의자들이 여러 개 놓여있고, 옆에는 화장실과 샤워실도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여기서 한숨 자라는 것이다. 하나님! 왜 이런 일이... 눈물이 날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