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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모험가 Nov 27. 2021

그리스 6 : 빼앗긴 런던의 밤

퍼즐 세계일주

새벽에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은 작았고 이른 새벽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카운터에 가서 티켓을 보여주니 조금 후에 오라고 했다. 몇 분 후에 다시 가니까 자리를 해주었다. 아주 작은 비행기였다. 제일 뒷자리였는데 시트가 많이 낡았다. 비행기는 작지만 전혀 흔들림 없고 편안했다. 아테네에 도착한 후 연결 시간에 맞춰 갔다. 한번 왔던 공항이라 익숙했다. 런던 쪽이 탑승수속이 까다로웠다. 가방을 일일이 열어서 확인했다. 테러의 영향인지...(그 당시 영국에 테러가  있었다.) 그런데 수속하는 사람이 둘이었는데 다른 한 사람은 간단하게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 사람에게 가서  빨리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비행기 승객들 전체가 끝나길 기다리니까 거의 한 시간이나 늦어졌다. 드디어 영국행 비행기를 탔다.  예전에 가려다 못 가게 되어  아쉬웠는데 짧게나마 영국 땅을 밟아볼 수 있었다.  내려서 입국 수속을 하는데 줄이  길었다. 그런데 EU 멤버와 NON EU 멤버 수속 카운터가  구분되었다. EU 멤버로 잘못 줄을 서서 다시 뒤로 가서 서게 되었다. 이런!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EU 멤버 쪽엔 사람이 없었다. 기분이 나빴다. 일단 수속 후 밖으로 나왔다.

안내데스크에서 지도와 지하철 노선표를 얻으려고 했다. 공항경찰인가 하는 사람이 아주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비록 딱딱한 영국식 발음이지만 계속 그리스식 영어 발음에 지쳤던 나는 제대로 된 영어 발음이 반가웠다. 회사 레이오버 호텔인 메리어트로 가는 길을 물었다. 그랬더니 그 안내인이 자기 처제가 그 호텔 마케팅 쪽에 근무한다고 했다. 외국인들도 자기 가족 누구가 어디 있다 얘기하는 것이 비슷하구나 싶었다. 물론 메리어트 호텔로 간다니까 반가워서 하는 말이겠지만... 호텔로 가는 직행 버스는 한 번에 가서 편리하지만 굉장히 비쌌다. 반면 지하철을 이용하면 2번 갈아타고 시간도 더 소요되었다. 그러나 가격은 훨씬 저렴했다. 지하철로 가기로 했다. 공항은 지하철로 연결이 되어있다. 영국 지하철은 오래되어서 낡고 열차칸이 좁았다. 지하철 시스템은 우리와 비슷했다. 일단 지하철에 앉았다. 옆에 신문이 놓여있길래 심심해서 봤다. 그런데 헤드라인으로 테러 위협에 관한 기사가 났다. 순간 무서웠다. 제발 무사히 영국에 있을 동안 지켜주소서! 갈아타고 길을 물어 물어 호텔에 도착했다. 영국의 날씨는 정말 듣던 대로 우중충하게 흐린 회색빛의 날씨였다.
메리어트 호텔에서

메리어트 호텔은 웅장하면서 고풍스럽고 좋았다. 여행 중 가장 좋은 호텔에 묵게 된 셈이다. 오랜만에 특급호텔에서 묵는다니 너무나 좋았다. 우선 미코노스에서 제대로 씻지 못해 체크인후 씻고 휴식을 취했다. 호텔 직원이 노크를 하고 웰컴 쿠키를  갖다 주었는데  맛있었다. 작은 서비스이지만 기분이 좋았다.


너무 피곤해서 잠깐 눈을 붙이고 주변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일어나 보니 다음날 아침이었다. 미코노스에서 제대로 잠을 못 잔 후유증으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해야만 했다. 오후 3~4시경에 잠들어서 저녁 먹기 전 일어나 영국의 밤거리를 거닐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너무나 허무하고 속상했다. 짧은 영국 일정이라 일분일초가 아까운데...


 할 수 없이 아침 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도 훌륭했다. 앉아서 식사를 하는데 레이오버 호텔이라 그런지 승무원들이 많이 보였다. 사복 차림이라도 특유의 모습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해프닝이 벌어졌다. 다들 남편한테 인사를 90도 각도로 하는 것이다. 남편은 얼떨결이지만  아가씨들에게 인사를 받으니 기분이 좋았나 보다.  나는 웃으며 '당신을 부기장으로 착각했나 보다'라고 '기분이 좋겠다'라고 했다. 그리고 맛난 아침을 먹고 남편이 아이디어를 냈다. 짧은 일정에 여러 곳을 가면 시간이 없으니 투어버스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호텔 로비에 물어보니 거기서 투어버스 티켓을 파는 것이다. 빅버스라는 회사의 티켓을 구입했다. 비쌌지만 주요 여행지를 다닐 수 있고 템즈강 유람선까지 탈 수 있어 오히려 경제적이고 편리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기고 빅버스를 탔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좌)                                                                                   빅밴(우)


대영박물관(좌)                                                                                    타워브릿지(우)

런던 브리지, 웨스터민스터 사원, 버킹엄 궁전, 내셔널 파크 등 주요 관광지를 돌았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버킹엄 궁전에서는 우비를 입어야만 했다. 점심은 샌드위치를 사서 내셔널 파크에서 먹었다. 영국은 정말 공원이 크고 멋졌다. 공원에서의 샌드위치를 먹는  점심은 낭만적이었다. 시간이 없는 게 아쉬웠다. 템즈강 유람선도 타고 타워브리지도 지나갔다.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별로인 곳도 있었고 멋진 곳도 있었다. 버킹엄 궁전은 대영제국에 걸맞지 않게 그 규모며 화려함의 정도에 다소 실망했다. 프랑스의 베르사이유와 비교가 되었다. 그러나 웨스터민스터 사원은 정교하고 고풍스러운 운치가 있었다. 하이드파크를 가고 싶어 길을 찾았는데 길을 많이 헤매 아까운 시간을 놓쳤다. 그날 밤 비행기라 호텔에 들러 짐을 고 공항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버킹엄궁전(좌)                                                                              영국 근위병과 함께(우)

대영박물관을 못 가는 게 아쉬워 급하게 그 앞에서 한 장 찍고 서둘러 호텔에서 짐을 가지고 공항으로 향했다. 영국에는 특별한 음식이 없는데 가장 대표적이고 대중적인 음식이 피시 앤 칲이다. 그걸 못 먹고 가려니 아쉬워 공항에서 먹고 수속을 했다. 정말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했다. 그러나 역시 진정한 여행은 여유 있게 돌아보는 것이다. 관광객들처럼 사진만 찍고 정신없는 여행은 싫다.  훗날 다시 올 것을 기약했다.  영국은 참으로 매력적인 도시이다. 가볼 곳도 많고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공원도 많다. 그리고 영국은 기본적으로 박물관과 미술관의 입장료가 공짜라고 한다. 미술관과 박물관을 특히 좋아하는 나로서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무척 아쉬웠다. 다음에 오면   가보리라. 지금은 미리 맛만 본것으로 하고 말이다. 오는 길엔 피곤함에 기내에서 계속 잠만 잤다.

이상 짧지만 탈 많았던 여행기를 마친다.


런던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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